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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기 햇빛으로 있어라

너 거기 햇빛으로 있어라

그래 너 거기 추억으로 있어라

추억에서 피어난 꽃송이로 있어라

네 생각이 나면 들길로 나설 것이니

너는 거기 옛 동네 꽃밭 같은 곳에서

노후를 맞으며 할머니가 되어가며

그래 거기 반짝이는 언어로 있어라

내가 언제 너를 사랑한다 하든

너는 그냥 낯익은 풍경으로 오래 거기 있어라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너

너는 베를 짜고 나는 밭을 갈며
까마귀와 까치 몸을 엮어 다리를 놓을 때까지

너는 향기로운 흙냄새로 있어라

무더운 여름날 솔바람으로 있어라

쓸쓸한 가을 들녘 들꽃처럼 있어라

살다가 살다가 외로워지거든

눈을 들어 모색 짙은 들녘에 눈길 한번 주어라

항시 네 생각에 젖어 사는 한 사내의 그림자를 보리라

-최일화

시작노트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사랑, 저만치 거리를 두고 그리움에 젖어 사는 화자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사랑이 늘 한결같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눈물겹습니다. 꽃에서 향기가 나듯 사랑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사랑의 향기가 한편의 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랑은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합니다. 절절한 그리움에 시인의 사념은 맑게 씻겨 질 것입니다. 그리움에 젖어 사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기도 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최일화 기자는 시인이며 수필가다. 
현재 인천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에 <우리사랑이 성숙하는 날까지>(1985) <어머니>(1998) 
에세이집에 <태양의 계절>(2005)이 있다. 


#추억#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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