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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살을 빼야지.”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결심을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결심하는 바가 다를 것입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결심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연’, ‘금주’, ‘다이어트’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중에서 ‘다이어트’ 결심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이 춥기 때문입니다.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날씨가 춥다 보니 운동을 하러 나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날씨가 좀 풀리면 운동을 시작해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이어트 결심을 한 이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던(?) 봄이 벌써 5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토록 봄을 기다리던 이 중에는 물론 저 역시 포함됩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빼야겠다’는 다짐이 남달랐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내내 ‘비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을 정도로 사실 살이 쪘다는 사실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욕심 때문에 다이어트 결심을 한 것도 여러 번이지만 절박하지 않다 보니 늘 실패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느덧 주변에서 이제 막 30세를 넘겼거나 30대 중반으로 향해 가는 형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아 옛날에는 하루 종일 농구하고도 그 다음 날 새벽에 다시 농구하고 축구했는데, 이제는 하루 종일 운동하면 그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도 못 일어나겠더라.”

“30대 되기 전에 운동해야 해. 30대 되고 나니까 몸이 말을 잘 안 들어.”

 

이미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들으셨다면 30대 젊은이들이 하는 이런 말이 어이없게 들리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30세를 딱 한 해 남겨둔 저로서는 그 말들이 돌처럼 날아와 무겁게 제 귀에 앉았습니다. 그러면서 늘 덧붙이는 말이 있었기에 그 불안감은 더했습니다.

 

“비만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잖아. 30대 되기 전에 살 빼서 건강 관리해야지, 30대 되어서 하려면 무지 힘들 텐데.”

 

이런 이유로 올해 3월이 시작하면서 한 다이어트 결심은 남달랐습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조금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3월 1, 2일이 주말이니 일단 이 주말은  마음 편히 보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되도록 적게 먹어야지라고 결심했겄만 그 결심은 하루도 가기 전에 흔들렸습니다. 

피로 풀 겸 찜질방에 갔다가 그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오징어 볶음이 보였습니다. 미역국, 된장찌개 등 오징어 볶음보다 살이 덜 찌개 할 것 같은 메뉴들도 보였으나 워낙 좋아하는 오징어인지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주말이 가면 안 먹을 것이니 미리 먹어 두어야만 했습니다. 물론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음식이 들어오자 그 맛에 취해 금방 그런 두려움이 저 멀리 떠나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늦잠을 자느라 아침을 걸렀습니다. 아침을 걸렀으니 점심을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최근 황사가 심하다는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황사가 심할 때는 삼겹살을 먹으면 좋다는 그 말도 같이 떠올랐습니다.

 

그랬습니다. 정말 삼겹살이 꼭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황사로 인해 피로에 지친 제 목을 구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데 이것은 또 무슨 신의 장난이랍니까?

 

본래는 삼겹살만 먹고 말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 콩 비지가 맛있다는 얘기에 삼겹살을 다 먹고 나서 콩 비지까지 열심히 먹어버렸습니다. 빠져야 할 뱃살이 옷 위로 두툼히 삐져나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새로 생긴 피자 가게 전단지가 꼽혀져 있었습니다. 새로 생긴 곳이라 그런지 다른 피자 가게 피자 한 판 가격에 피자 한 판, 치킨 5조각, 치즈 스파게티, 콜라 등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재빨리 그 가게에 전화를 걸어 그 세트 메뉴를 시켜 먹었습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뱃살에 대한 두려움은 삼겹살과 피자에 묻혀 3월 첫 주말의 밤과 오붓하게 사라져 갔던 것입니다.

 

 

주말에 포식한 후 드디어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시작하려니 여러 번 다이어트에 실패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헬스클럽에 다니자니 어쩐지 돈이 아까웠습니다. 뛰는 거야 밖에서 뛰어도 되는데 굳이 돈 주고 거기 가서 뛸 이유가 있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운동만 해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비만 생활을 해 와 잘 알고 있기에 더욱더 막막했습니다. 그 막막함은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식사량 조절이 반드시 겸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더했습니다.

 

‘피자’, ‘삼겹살’, ‘소주’ 등 좋아하는 음식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할 텐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무엇보다 식단을 짜는 일이 더 문제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다이어트’ 관련 사이트로 가면 걸핏하면 무슨 다이어트 식품을 하라는 말들뿐이어서 식단을 짜기도 전에 짜증만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모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올라온 다이어트 식단 등을 검색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제 눈길을 잡아당긴 것은 야채, 과일 위주의 식단이었습니다. 이런 식단들을 참고해 삼시 세 끼 식단을 완성했습니다.

 

아침에는 우유 1컵과 오이 1개, 사과 반쪽, 그리고 삶은 계란 2개를 먹기로 했습니다. 본래 다른 이가 작성한 식단에는 흰자만 올라와 있었지만 그렇게만 먹고는 버틸 자신이 도저히 없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역시 우유 1컵과 두부 1/3모, 오이 1개, 사과 반쪽이었습니다. 마지막 저녁은 우유 1컵, 당근 1개, 오이 1개, 고구마 1개로 정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식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친구에게 요가 CD를 빌려와 아침마다 요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3일에는 적게 먹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더니 둘째 날인 4일에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셋째 날인 5일인 오늘 저는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뻗어버렸습니다. 본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요가를 했는데 눈은 떠졌는데 몸이 도통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움직일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할까요.

 

결국 점심에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움직일 힘이 없다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탄수화물인 밥을 섭취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 두 끼는 더 사용할 수 있는 두부와 밥을 한꺼번에 섞어 먹어버렸습니다.

 

그러니 다소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소개한 저 식단을 하는 동안 유난히 빨리 들어가는 것 같던 배가 다시 탱탱함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또 다시 스트레스가 밀려왔습니다.

 

아, 살은 빼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은 많고 정녕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누가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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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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