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기이한 풍경을 만납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도심 속의 뒷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면 생각지 못했던 풍경을 만납니다. '어머 이런 길이 있었나 ?', '어머 이런 집이 있었네 ?' 하며 입이 다물어 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집이 화분 같은 풍경을 오늘(29일) 만났습니다. 개천이 흐르는 옛날 집들이 있는 이 골목길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가깝고, 소재지는 중동에 위치 합니다. 이곳은 해운대에서 가장 번화한 상가들이 즐비한 지역입니다. 이 길을 많이 지나다녔는데도 높은 건물에 가려서 발견하지 못했던 풍경을 보았습니다. 울창한 소나무들이 담장 없는 봉창 밖으로 가지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개천이 있는 슬레이트 집들은 오래된 소나무와 함께 운명을 해 온 듯, 아주 오래된 집들이었습니다. 마치 흑백 영화 속에 들어 온 듯했습니다.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해운대는 그 옛날 솔밭으로 유명했던 고장이니, 이런 소나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어쩜 도시개발계획으로 곧 철거 될 운명에 처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골목길이 사라지면, 소나무들은 어쩌나 괜히 걱정스럽습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소나무 한 그루를, 마당에다 부엌 안에다 들어 놓고 살고 있는 형편입니다. 처음 집을 지을 때, 솔 숲에 집을 지은 듯 보입니다. 스레이트 지붕 위로 나뭇가지들이 길게 뻗어나가서, 여름에는 뜨거운 지붕의 그늘이 되어 주었겠죠.
집 안에 서나무와 더불어 사는 이 집의 주인을 만나보려 했지만, 문이 굳게 닫혀서 돌아서야 했습니다. 졸졸 제법 맑은 개천이 흐르는 골목길과 소나무들이 있는 이 골목길들이 도시재개발에 빌려 영영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일편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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