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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의 국회 비준 동의가 정말 마지막 카드에요. 그동안 그렇게 내주고, 일방적으로 따라가고 했는데... 이제 진짜 우리가 마지막에 버틸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요."

 

그는 '정말', '진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연거푸 썼다. 절박감이 묻어나 있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를 두고 나온 말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인사동에서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과)와 마주 앉았다. 지난해 한미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단을 이끌었던 그는 FTA 반대 진영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꼽힌다.

 

사실 이 교수와의 만남은 급작스레 이뤄졌다. 정권교체기라는 혼란(?)을 틈타, 국회의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신구정권 모두 한미FTA의 2월 처리가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임기안에 비준동의를 처리하면서 업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총선 앞둔 이명박 정부입장에선 현 정부가 차린 밥상 설거지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8일 이명박 당선인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한미FTA의 2월 국회 처리에 힘을 모으기로 할 정도였다.

 

그는 곧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들이 국회와 지도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先) 비준동의로 압박? 미국 사정 알려면 제대로 알아라"

 

이 교수는 이날 미국 의회 분위기 등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국회 선(先) 비준 처리의 허구성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동안 정부와 한나라당 등은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안을 처리하게 되면 미국 의회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교수의 말이다.

 

"한마디로 황당한 논리에요. 도대체 지금 미국 돌아가는 사정을 제대로 알고 하는 이야기인지 보세요. 미국은 지금 대선 국면입니다. 이미 작년에 미국 하원을 장악한 쪽이 민주당이에요. 지금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나 오바마 모두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어요."

 

그의 말을 좀더 옮겨보자.

 

"미 민주당의 주요 사회적 지지기반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노조에요. 이들 역시 한미FTA를 적극 반대하고 있는데, 민주당 후보들도 같은 선상에 있어요. 이 조건에서 우리가 비준안을 처리한다고, 민주당에서 압박을 느낄까요? 천만에요."

 

이 교수는 "미 대선과정에서 한미FTA는 민주당에겐 별 이득이 없는 재료"라며 "반면에 현재의 공화당 부시행정부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데, 민주당이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왜 한국정부가 앞으로 물러날, 약발 떨어지는 부시행정부를 도와주려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부시행정부가 한미FTA를 자신들 선거용으로 (우리에게)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자주적인 외교라고? 제대로 된 자주외교를 펼치려면..."

 

 이해영 교수는 미국 의회 분위기 등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국회 선(先) 비준 처리의 허구성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 의회 분위기 등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국회 선(先) 비준 처리의 허구성을 강하게 반박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물론 이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쪽에선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한미FTA가 미국에서도 제대로 처리될 지에 대한 우려가 정부쪽에도 있다.

 

- 그래서, 정부쪽에선 부시행정부 임기 안에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하는데요.

(고개를 흔들며) "그것은 정부의 희망사항이죠. 또 미국 공화당 행정부입장에선 그럴수도 있지요. 아시다시피 부시행정부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2차대전 이후 최대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어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수출증가, 한미FTA 비준을 밀고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미국내 여론은 FTA에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점이죠.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다 그런 배경이에요. 부시행정부 임기내 처리가 어려울것이 뻔히 보이고, 앞으로 우리에게 더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도대체 왜 우리가 먼저 비준안을 처리해야하느냐 말이죠."

 

이를두고 정부의 FTA 고위관계자는 한 일간지 기고문에서 "우리가 법대로 국제적 신의를 지키고, 미국에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 자주적인 자세"라고 강조했었다.

 

이 교수의 생각을 물었다. 그랬더니,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미FTA만 봤을때, 참여정부의 '대미 자주외교'라는 말은 대국민 사기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얼마전에 한국을 떠난 미국 외교관이 뭐라고 했나면요. '이 정부는 결국에 가서는 미국에 줄 것은 다 줄거면서, 왜 말로 약을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게다가 최근에 일본의 FTA 연구회에서 한미FTA 를 두고, "완전히 일방적인 협상이었다"고 평가했어요. 이것은 무슨 자주외교를 따질 것이 아니라,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협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진정한 실용주의 정부라면, 피해 대책부터 제대로 세워야"

 

1시간 인터뷰 내내 이 교수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가끔 허탈하거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자신의 말을 또박또박 이어갔다.

 

앞으로 한미FTA의 전망과 대안쪽으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미국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당인 현실에서 현재 한미FTA가 그대로 통과될지도 의문이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집권하면 볼 만할 것"이라며 "한미FTA에 대해 자동차 분야를 포함해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포함해 자동차 등 미국쪽 추가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할 것이고, 국민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물론 그의 생각대로라면 한미 양국 모두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않는것이 최선이다. 자연스레 한미FTA는 폐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에 대해선 이 교수도 높게 보지 않는다.

 

차선책은 뭘까. 그의 말이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카드에요. 이것마저 국회가 쉽게 써 버리면 정말 우리가 앞으로 버틸만한 것이 없어요. 최대한 이 카드를 가지고 미국에 제대로 압박해야 합니다.

 

또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러면서, 한미FTA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피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죠. 차기 정부가 실용주의를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미FTA#이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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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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