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 서종규

사막이라고 해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모래만 가득한 줄 알았어요. 평생 한 번도 타보지 못한 낙타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를 걷고 걷고, 물이 다 떨어져 목이 말라 신기루가 보이기 시작하여 현기증이 나면 야자수 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는 오아시스가 구원자처럼 다가오는 사막 말예요. 

그런데 실망했어요. 하루 종일 낙타를 타고 걸어갔는데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모래가 아니라 풀들도 많고, 잡목들도 즐비하고, 커다란 바위는 아니지만 돌들이 가득한 황무지를 걸어갔다니까요. 나무들도 야자수와 같은 큰 나무가 아니라 땅에 붙어 자라는 나무구요, 풀들도 가시가 있는 풀도 있었다니까요.

제가 순진했나요? 아님 카멜 사파리라는 낙타 사막여행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나요? 인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낙타 사막여행인데, 낮은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넓은 벌판은 맞는데, 어찌하여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 사막 모래는 펼쳐지지 않는 것인가요?

낙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장 앞에 있는 봉을 꼭 잡고 열심히 중심을 잡았답니다. 그래도 힘이 들어갔는지 어깨는 굳어져 뻐근합니다. 낙타를 모는 몰이꾼들이 ‘낄낄낄 캭, 낄낄낄 캭’ 하며 연신 낙타를 몰아갑니다. 한참 지나 몰이꾼에게 낙타 고삐를 받아 들고 혼자 몰았습니다.

오후 늦게 우리들의 눈에 곱디고운 모래 언덕이 보입니다. 잡목과 풀과 돌들이 어우러진 황무지 가운데, 모래 언덕이 죽 늘어서 있는 것입니다. 꿈에 그리던 사막 모래는 아니었지만 대단히 넓은 지역에 모래 언덕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곳에서 샘 샌드 둔(same sand dune)이라는 곳으로 사막 모래 구릉지였습니다.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 서종규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 서종규

1월 12일(토) 오전 9시, 자이살메르에서 버스를 타고 40km 정도 가서 낙타 사막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자이살메르는 인도 라자스탄주 타르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로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도시에 오래된 성벽이 있을 뿐만 아니라 80m의 언덕에 시타델이라는 성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가까이에서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잘 보이지만 멀리서는 보이지 않아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좋은 천연의 요새랍니다.  

자이살메르는 12세기에는 이집트와 아라비아까지 연결되는 동서 무역 항로의 중심지 발전하여 11만 인구가 살기도 하였으나,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교역로가 쇠락하자 몰락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인구 4만의 고풍스러운 도시로 남았으며, 낙타 사막 여행을 중심으로 한 관광도시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10시에 낙타 여행을 출발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미 낙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낙타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밤에는 몹시 추웠다느니, 낙타 타는 것은 어렵지 않다느니, 아주 재미있었다는 둥 상기된 표정들로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들에게 전해줄 말들이 많은가 봅니다.

우리 일행 13명이 탈 낙타들이 한 마리씩 모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습니다. 인도인들인 낙타몰이꾼들이 인사를 합니다. 어떤 몰이꾼은 “친구, 안녕” 하면서 한국말도 몇 마디씩 하여 분위기를 띄웁니다.

처음에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몰이꾼의 도움을 받아 말을 타듯 안장을 얹고 배낭을 묶은 뒤 낙타 위에 올라탔습니다. 낙타는 등의 봉이 하나인 단봉낙타로 길이가 약 3m 정도이고, 어깨 높이가 거의 2m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떨어질까봐 안장 앞에 있는 봉을 꽉 잡았습니다. 손잡이 형태로 되어 있으면 잡기가 편했을 것인데 10cm 정도 솟아난 봉이어서 잡기가 불편했습니다.

낙타 한 마리에 한 명의 몰이꾼들이 아니라 전체 여섯 명의 몰이꾼들이 함께 떠났습니다. 모두 처음 타보는 낙타인지라 상기된 표정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긴장을 합니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고 잘 가는 자신들을 보며 서로 신기해합니다.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긴 열을 만들어 사막을 건너고 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낙타를 타고 잡목들과 잡풀들만 가득한 황무지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큰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에 멈추었습니다. 우리들이 낙타에서 내리자 안장을 풀고, 낙타 앞발을 1m 정도 되는 노끈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낙타들이 인근 잡목이나 풀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점심을 준비하는 낙타몰이꾼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점심을 준비하는 낙타몰이꾼 ⓒ 서종규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 서종규

점심은 낙타몰이꾼들이 현장에서 불을 피우고 만듭니다. 인도인들이 즐겨 먹는 ‘짜파티’라는 밀가루 반죽을 불에 굽는 빵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즐겨 마시는 차 ‘짜이’도 끓여 줍니다. 그리고 밀가루로 된 재료를 기름에 넣고 튀기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색깔 있는 과자가 만들어져 먹었습니다. 그릇을 닦는 것도 모래로 합니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 가끔은 모래가 씹힐 때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들개들이 나타납니다. 아마 우리들이 먹는 음식들을 얻어 먹으려는가 봅니다. 튀김 과자를 던져 주자 아주 잘 먹습니다. 낙타몰이꾼들이 쫓아내도 또 다가옵니다. 우리들의 야생 들개들과의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낙타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한참 가다가 조그마한 마을 입구에 있는 우물에서 낙타들에게 물을 먹입니다. 이러한 사막에 마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낙타들이 나란히 서서 물을 먹습니다. 우리들은 낙타 위에서 물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다시 출발하여 잡목과 잡풀이 우거진 황무지를 계속 걸었습니다. 돌들도 많이 있었지만 모래도 많은 길이었습니다. 푸른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스럽게 앗아 갑니다. 낮이어서 햇살이 뜨거워 모자를 꾹 눌러 썼습니다.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물먹는 낙타들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물먹는 낙타들 ⓒ 서종규

오후 4시, 드디어 모래만 가득한 모래 언덕에 도착했습니다. 신기합니다. 잡풀과 잡목, 돌들이 많은 황무지 한가운데, 약 1km 정도의 폭에 수 km의 길이의 모래 언덕이 늘어서 있습니다. 노란색보다는 조금 더 붉은 모래언덕이 봉우리 봉우리를 이루며 죽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아무도 딛지 않은 모래 벌판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던 물결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순결한 그곳을 차마 디딜 수가 없어서 멀리서 바라봅니다. 영화에서 보았던 끝없이 펼쳐진 사막 모래는 아니었지만 순결한 자연의 숨결 그대로 모래 언덕은 펼쳐져 있었습니다.

 인도 타르사막
인도 타르사막 ⓒ 서종규

 인도 타르사막
인도 타르사막 ⓒ 서종규

낙타 몰이꾼들이 저녁 준비를 합니다. 우리들은 모래 언덕에 서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봅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붉은 노을이 하늘 전체로 번집니다. 순결한 모래 언덕에 서서 하늘이 붉게 불타고 있는 그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며 내 마음도 태워버립니다.

우리들은 모래밭에 앉아서 모닥불을 지폈습니다. 모닥불 앞에서 저녁을 먹고,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불렀습니다. 어느새 이곳까지 맥주를 가지고 온 사람에게 맥주를 사서 마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어려웠던 일과 즐거웠던 일 한 가지씩 이야기했습니다.

가난해서 예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던 아쉬움을 토한 말에 눈물이 저절로 흘렀고, 아이를 낳지 못하여 10여년 넘게 병원을 다녀 결국 시험관 아이를 얻어 행복했다는 고백에 박수를 보냈고, 광주 민중항쟁 그 마지막 날 YWCA 강당을 지키다 함께 죽지 못한 마음이 너무 지금도 가슴에 맺힌다는 고백 등 모두 타오르는 모닥불만큼이나 진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리고 함께 동행했던 이 시대의 불행한 청년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할 곳이 없어서 이곳 인도 여행을 통하여 그 무엇을 찾고 싶다는 고백, 자기 전공과도 다른 직업이라도 택해보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는 비정규직, 이젠 부모님들께 타내는 돈도 가슴 쓰라리다고 말합니다. 

“지금 저희들의 슬픔은, 저희들에게는 소속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학생 신분이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졸업을 하고 나니 그 어디에도 소속할 수 있는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대학을 한 학기 연장해서 등록하였고, 누가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묻는 말이 가장 두려워요.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게 더 두려운 거 있지요.”

갑자기 석류정 선교사님이 말을 합니다. “지난번 히말라야 산에 갔는데, 밤하늘의 별들이 너무 가까이 내려와 몇 개를 따서 주머니에 넣었거든요. 그런데 주머니가 터져서 다 쏟아졌지 뭡니까?” 숙연했던 분위기가 일시에 웃음 바다로 변했습니다.

동행한 김종원 샘은 “남미에 갔는데 밤하늘의 별들이 어찌 많은지, 그것들을 따다가 아내의 목걸이를 만들어 주었다니까요. 그때 손을 데어서 이렇게 낫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저도 손을 뻗었습니다. 모두 의아해 하기에 “쏟아지는 별을 받으려구요”라고 말했답니다.

밤하늘엔 어느새 하얀 별들이 소금 뿌려 놓은 듯 거대한 돔을 만듭니다. 우리들은 거대한 우주 아래 서서 하얗게 깔린 별들 맞습니다. 밤이 깊어 갈수록 별들은 더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옵니다.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모깃불 피워놓은 평상에 누워서 별을 세다가 잠이 들었는데요.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에 어머니, 별 셋에 누나, 그렇게 그렇게 별을 세다보면 어느새 나는 하늘을 나는 별님이 되어 별 사이를 돌아 다녔거든요. 그 별들이 내 머리 위에 가득합니다.

깊은 밤이 되자 사방엔 오직 별빛만 빛나는데 날씨가 몹시 추워집니다. 그래서 하나 둘 준비해 둔 침낭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우리 중에 ‘주성(酒聖)’으로 소문난 윤영조 선생님은 아직도 대화중입니다. 가까이 찾아든 들개들을 붙잡고 술을 마셔라고, 사막에서 얼마나 외로웠냐고, 들개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웃음이 나왔지만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답니다.

추위 때문이었을까요. 비교적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습니다. 여명을 알리는 붉은 기운이 환상적입니다. 이윽고 어제 저녁 넘어가는 해가 그대로 모래 언덕 위에 얼굴을 내밉니다. 모두 일어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위대한 자연이 주는 기운을 가슴 속 깊이 들어 마십니다.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해넘이와 저녁놀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해넘이와 저녁놀 ⓒ 서종규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여명
타르사막을 지나는 자이살메르 낙타 여행 중 여명 ⓒ 서종규

13일(일) 아침 7시, 낙타 몰이꾼들이 준비한 토스트와 삶은 계란으로 아침 식사를 마쳤습니다. 다시 황무지를 건너 출발지로 향하였습니다. 자연의 위대함과 순결함을 가득 체험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지만 낙타를 타는 것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11시, 출발지에 도착했습니다. 낙타 사막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다음날 일행 중에 몸살을 앓은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틀 동안 낙타를 탔던 것이 무리였나 봅니다. 흔들거리는 낙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했던 몸과 낙타와 함께 흔들거렸던 몸이 탈이 난 것입니다.

인도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낙타 사막 여행, 그 광활한 황무지를 건너, 순수하고 순결한 모래가 물결무늬 모래가 가득한 복판에서 우주와 만나고, 자연과 하나 되어 호흡했던 밤, 그 많은 별들과의 대화,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 순수해진 가운데 나누는 솔직한 고백들, 그래서 사막은 위대한가 봅니다.


#타르사막 낙타 여행#인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