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아니 장난꾸러기인지도 모른다. 고성군 토성면 해안가에 있는 천학정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그렇다. 그리운 금강산 노래말의 첫 구절처럼 누가 이런 솜씨를 뽐내었는가. 오랜 세월 비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놓은 바위의 모습들은 신의 장난인가. 천학정 주변은 자연이 창조한 조각품이 가득하다.
이 작품들을 감상하느라 옛 사람들은 정자를 짓고 동해 바다의 해를 맞이했다. 가족 혹은 연인끼리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자. 아이들과 한참을 찾았지만 못 찾았던 고래바위는 사진에 찍혀 있었다. 보는 위치에 따라 안 보였던 것이다.
내가 찾아서 이름 붙인 발바닥 바위는 남들도 모르는 것이다. 누군가 이곳에 테마를 부여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기 충분하다. 동해안에서 이런 절경은 양양의 휴휴암과 이곳 그리고 하조대에 몇 개의 동물 모양이 있다.
시간이 모자라 문암 해변의 남쪽 끝에 있는 ‘능파대’에는 들르지 못했다. 거대한 기암괴석이 솟아 있고 능파대 맨 아래에는 너럭바위에 서면 주변 바위를 파도가 때리고 휘어감는 장면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최원석 기자는 자전거포(http://www.bike1004.com)를 운영하며 강원 영동지방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