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달 5일 버락 오바마 의원과 존 매케인 의원 앞을 지나가고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지난달 5일 버락 오바마 의원과 존 매케인 의원 앞을 지나가고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슈퍼화요일에 힐러리와 대의원을 나란히 반분했던 오바마가 주말에 치러진 예비경선에서는 대의원을 싹쓸이했다.

오바마는 메인·네브래스카·워싱턴주의 당원대회와 루이지애나와 버진 군도의 예비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오바마가 지난 주말 경선에서 총 111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데 반해 힐러리 클린턴은 54명을 얻는 데 그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은 현재까지 1136명, 버락 오바마가 1108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풀뿌리 오바마-대형 주 힐러리... 경선 마쳐도 과반은 '글쎄'

오바마는 당원대회를 치른 12개 주중 11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어 풀뿌리 선거운동에 강한면모를 보여주었고 특히 평당원 사이에서 일고 있는 오바마 열풍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흑인 민주당원이 많은 주에서도 큰 표차로 연승을 거두고 있다.

오바마는 이런 두 가지 이점 덕에 '포토맥 예비경선'이라 불리는 2월12일의 버지니아·매릴랜드·워싱턴 DC 경선에서도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또 2월19일에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하와이주가 당원대회를, 그리고 위스콘신주가 예비경선을 치른다.

힐러리 캠프는 이에 따라 남은 2월의 경선에서는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으며 대신 예비경선 방식을 채택한 3월 4일의 오하이오·텍사스·버몬트·로드 아일랜드주 경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힐러리는 이 곳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와 특히 대형주에서 강점을 발휘한 그의 선거방식을 활용해 이 곳에서 승리를 거두면 오바마의 질주를 저지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선거자금이 바닥나자 힐러리는 오바마의 TV광고에 맞서기 위해 사재 500만 달러를 캠프 측에 빌려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6월 7일 경선이 종료돼도 두 후보 누구도 2025명의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캠프에서 유출된 내부 문건도 그런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최종 결정은 소위 '슈퍼 대의원'으로 불리는 795명의 대의원들이 내리게 된다. 이들은 선출직 공무원과 당 지도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가진 지위에 따라 자동으로 대의원 자격을 부여받는다.

1984년의 성공, 1968년의 악몽... 이번에는?

슈퍼 대의원 제도는 1972년 조지 맥거번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캠페인 초반에 후보가 결정되는 사태를 당 지도부가 막기 위해 고안한 제도다. 당시 민주당 대의원은 대부분 예비경선 결과에 따라 배분된 바 있다.

1984년, 슈퍼대의원들은 월터 먼데일 후보가 경선이 모두 끝난 후에도 과반에서 40명이 모자란 수의 대의원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자 그에게 표를 몰아주어 후보 지명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하지만 먼데일 후보가 개리 하트 콜로라도 상원의원에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던 1984년과 달리 올해 슈퍼대의원들은 두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표를 던져야 해 민주당 인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후보가 득표에서 이기고도 플로리다 개표결과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 탓에 선거인단수에서 뒤져 조지 W. 부시 후보에 패배했던 기억이 아직 민주당원 사이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투표에서 표출된 민의가 모호한 선거 규정 때문에 또 다시 뒤집어지는 것은 민주당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 비치의 팰리스 시어터에서 열린 'CNN/미 하원 흑인의원연맹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뉴욕 상원의원이 원고를 체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 비치의 팰리스 시어터에서 열린 'CNN/미 하원 흑인의원연맹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뉴욕 상원의원이 원고를 체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민주당 최악의 시나리오는 1968년 당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대통령 예비경선에 나서지 않고서도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다. 당시 반전 후보인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과 캘리포니아 예비경선 후 암살된 로버트 케네디,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자인 조지 월레스가 대의원을 나누어 가진 바 있다. 시카고에서 열린 그 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반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충돌로 얼룩졌다.

민주당이 백악관을 탈환할 것이 확실한 올해 민주당이 가장 꺼리는 상황은 전당대회장에서 후보지명을 두고 갈등이 벌어져 당이 분열하는 것이다. 하필이면 올해 민주당이 최초의 여성 혹은 흑인 후보를 내게 되어 자칫 일을 그르칠 경우 여성과 흑인유권자들의 큰 분노를 살 수도 있다. 게다가 당규를 어기고 경선을 앞당겨 치러 자격을 박탈당한 미시건과 플로리다주의 대의원 자격을 힐러리 측이 다시 인정해 달라고 당에 재청한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투표방법이 무엇일지 이미 공개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당직자들이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자유투표를 하는 것과 득표수에 비례해 표를 던지는 것 중 무엇이 정답인가? 만약 후자가 정답이라면 슈퍼대의원은 자신의 주에서 승리를 거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나, 아니면 각 선거구에서 승리한 후보에 투표해야 하나? 이도 아니라면 전국적으로 최다득표를 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나?

공화당은 매케인 승리가 확정 

한편 공화당 예비경선은 미트 롬니 매세추세츠 주지사가 슈퍼화요일 이후 사퇴한 뒤 존 매케인 아리조나주 상원의원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그러나 주말 경선에서 그가 단 한 명의 대의원도 추가하지 못한 것은 매케인 후보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반감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 허커비 아칸소 전 주지사는 승자독식을 채택한 캔사스주에서 승리를 낚아채 그가 복음주의 기독교인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입증했다. 허커비 후보는 반면 루이지애나주에서 이기고도 과반 득표에 실패해 그의 대의원들은 지지 여부를 표명하지 못한 상태다. 매케인 후보는 워싱턴주 당원대회에서만 26%를 득표해 겨우 1승을 거두었다.

매케인 후보는 당선에 필요한 1191명의 공화당 대의원 중 697명을 확보해 후보지명에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후보에 지명되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대거 기권을 유도해 공화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동시에 치러질 주지사 및 다른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의 당선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후보에 표가 각각 반분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급선무고, 공화당으로서는 당원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한 명의 후보에 대해 공화당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코 앞의 과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길고 가장 많은 선거자금이 투입될 선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 번역: 민경진)


태그:#오바마, #힐러리?클린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