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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침, 거실에 나가보니 주황색의 군자란이 활짝 피었다. 며칠 전부터 한송이 두송이 피기 시작하더니 만개한 화려한 색깔의 꽃이 온 집안을 환하고 밝게 해준다. 활짝 핀 군자란 옆에 있는 긴기아난도 꽃망울이 셀 수 없이 많이 맺혀 있다. 그런 작은 화초들의 모습에서 지루했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느껴진다.
 
군자란과 긴기아난은 지난번 영하 10도 정도 떨어졌을 때 후로 베란다에 놔두었다. 난은 추위를 바짝 이긴 다음 거실 안으로 들여놓았다. 그대로 베란다에 놔두면 4월에 꽃망울이 맺혀 5월쯤 핀다. 하지만 이렇게 추위를 겪게 한 후 따뜻한 거실로 들여 놓으면 고것들이 봄인 줄 착각을 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거실로 들여놓고 일주일 정도 있으려니 꽃망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2주일 정도 지나니깐 한송이 두송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번 남편이 사온 작은 연근을 물에 담가 놓은 것이 있다. 그것에서도 녹색의 새싹이 움트려 하고 있다. 개운죽에서도, 선인장에서도, 새싹이 나고, 춘란도 꽃을 피우려 하고, 작은 열매는 붉게 물이 들려고 한다.
 
그런 작은 화초들에게 새삼 신비와 대견함을 느껴본다. 그렇게 그것들은 나에게  한발자국 먼저 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추위에 강한 화초들은 그대로 베란다에 놔두었다.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도 꿋꿋하게 추위와 당당하게 맞서며 작은 새싹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살며시 그것들을 만져본다. 윤기가 나는 것이 아주 건강해 보인다. 지난 초겨울 상추와 대파도 심어놓았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전해진다. 꽃이 필무렵, 화초들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 
 
꽃망울이 가득한 긴기아난에 물을 주었다. 갈증을 느끼고 있던 화분의 흙에서는 물먹는 소리가 들려온다. "쭈욱 쭈욱" 무척 목이 말랐나보다. 2~3일 후면 필 긴기아난. 하얗고 작아서 앙징스러운 그 난은 향기가 장미못지 않게 좋다.
 
긴기아난이 피면 우리집은 잔잔한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긴기아난이 한참 필 때면 천지에는 봄이 와 있을 것이다. 작은 화초들이 주는 작은 위안과 즐거움. 그것들을 쳐다보면서 잠시 적당한 행복에 젖어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작은 화초들도 그렇게 예쁜꽃을 피우기 위해서, 작은 새싹들을 움트기 위해서, 그것들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만 했다. 그러고보면 작은 화초들도 새로운 결실을 맺기위해서는 나름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그런 소리없는 몸부림에서 나도 한 수 배워본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조용한 외침을.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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