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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민족최대의 명절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여전히 재래시장은 냉랭한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북적이고 발디딜 틈조차 없이 소란하였을 텐데 지금은 한적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경기가 안좋아서 그렇다고 보수언론은 물론 방송들도 떠들어 왔습니다. 이를테면 정권이 경제를 잘 운영하지 못한 탓이라는 논조였습니다. 그리고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이유를 잘 알면서도 정권을 함께 욕했습니다. 장사가 안돼서 못살겠는데 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는 원망이 차고 넘쳤습니다. 결국 정권은 무능한 정치세력으로 낙인이 찍혀서 퇴출에 가까운 외면을 받았습니다.

 

재래시장,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 없어

 

그런데 사실 재래시장은 앞으로도 전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정치인들의 흥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는 우리 서민들은 삶은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구석이 없습니다. 그런 소중한 삶들이 점점 어려워질 뿐 나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누구나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백화점과 할인마트등 대형유통업의 발달입니다. 심지어 재래시장의 상인들도 그러한 원인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권을 욕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형유통업을 직접적으로 규제해서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대형유통업을 철저히 규제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외곽에서만 대형마트를 허가해주고 도심에서는 모두 내쫓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동네수퍼도 장사가 훨씬 잘 될 것입니다.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입니다. 당연히 장사가 안된다거나 경기가 나쁘다는 얘기들은 사라질 겁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요? 이미 대형마트는 전국적으로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들어서 있습니다. 명절에 차례상에 올릴 모든 상품들이 다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서 장을 보고 차를 타고 돌아오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재래시장에 갈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그렇게 널리 퍼져있는 대형마트들을 없애기는 불가능합니다. 소비자의 반발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규허가라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국회에서 법률로 신규허가를 금하면 가능할지 모릅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법률이 위헌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시장의 경쟁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형유통업체 규제법은 어려워

 

시장에 인위적으로 진입장벽을 만들어서 규제를 한다면 자유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법률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소비자가 자신의 구미에 맞고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소비할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결국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하는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철폐된다면 쓸데없는 헛일을 하며 국력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역학관계에 있어서 그러한 규제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마저도 시장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철폐하려는 정치세력에게 국민은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감히 누구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거나 신설하자고 주장할 수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정치지형은 유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사실은 무한경쟁의 시장, 약육강식의 원리를 국민이 선택하였습니다.

 

당연히 이번 설보다는 다음 명절에 더욱 재래시장의 경기는 나빠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점점 양극화는 심화될 뿐입니다. 국민이 규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지속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적정선의 규제도 점차 사라질 뿐입니다. 극단적인 경쟁에서 살아남는 강자들만 삶이 점점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해가 달린 부분에서는 시장진입의 장벽을 원하며 정치를 비판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무한경쟁과 규제철폐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선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서 살아남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서 시장의 약자를 보호하지는 못합니다. 국민이 그렇게 원하는 한 그렇습니다.

 

힘 합쳐 시장 현대화 해야

 

그렇다면 재래시장이 사는 길은 무엇일까요? 상인들이 서로 힘을 합치는 방법입니다. 대형마트에 비하여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함께 협력해서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의 쇼핑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쾌적한 쇼핑공간, 충분한 주차공간, 깔끔하게 진열돼서 질높아 보이는 상품등이 갖춰져야 합니다. 좁은 곳에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 경쟁하는 시장에는 더 이상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힘을 합쳐서 재래시장을 현대화하는 데 투자를 해야 합니다. 물론 상인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할 테지만 상인들이 서로 협력하여 추진하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각 지방정부의 재정도 가능하다면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달라질 수 없거나 서로 합심하기 어려운 재래시장은 결국 서서히 모두 고사되고 말 것입니다.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데에도 스스로의 이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한경쟁의 시장, 약육강식의 시장은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죽는 길입니다. 그러한 정치를 스스로 지지하고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분명히 그러한 지향을 가진 정치세력을 지지해놓고도 스스로 장사가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일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변화하거나, 포기하거나, 적어도 정치적 선택은 잘 해야 합니다. 명절이 더욱 쓸쓸한 재래시장을 바라보면 답답할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명절대목#재래시장#규제#시장자율#약육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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