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는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핵심은 역시 이른바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의 제명여부다.

자주파쪽이 이들의 제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 비대위는 '최기영·이정훈 당원 해당행위 사건 관련자료'라는 제목으로 법원재판자료인 4개의 문건을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자료에 나오는 개인성명은 삭제했고, 자료접근은 당원들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최기영씨 관련 자료는 '핵실험 실시에 다른 당내 제반 동향', 'P회의 결정 및 집행사항', '현안보고'라는 제목의 문건 3개이며, 이정훈씨 관련자료는 '2006. 3'이라는 문건 하나다.

이 문건들은 '북한의 조선사민당과의 교류를 위한 방북단의 개인별 특성을 소개하며, 방북단과의 협상라인 구축 등 방북단 대응방침을 북측에 조언', '2006년 1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후보 내부 결정 과정을 정리하고 본사 방침이 중앙과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못했다고 평가,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 동향을 정리하고 위원장·사무처장 후보와 선대본 인선 정리', '북핵 실험 이후 중앙당, 의원단, 의견 그룹의 동향 정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특성, 정치성향, 소속 그룹 등 상세 설명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유성호
특히 'OOO최고위원은 폭로의 대명사', 'OOO 최고위원의 참여는 당대표단전체 운명과 관련돼 있다', 'OOO는 빨간펜으로 통한다' 등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한편, 정치적 성향과 소속그룹 등이 명시돼 있다.

민노당은 "최기영 당원이 작성에 관여했거나 등장인물로 언급되는 문건이 15건이고, 이정훈 당원이 관련된 문건은 22건인데, 두 당원의 해당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최소 수준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또 "최기영 당원이 법정에서 문건의 기초를 이루는 자료나 정보를 플로피디스켓 혹은 A4용지 혹은 구두 방식으로 (문건을 작성해, 장민호에게 건넨)손정목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과 이정훈 당원이 장민호씨에 전달한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의 문건 공개에 자주파는 반발하고 있다. 자주파의 핵심인사 중 한명인 김창현 전  당사무총장은 "본인들의 소명이 중요한데, 이들은 부인하고 있다"며 "탈당파의 협박에 비대위가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반발하는 자주파를 압박하기 위해 문건을 공개했지만, 다수파인 자주파는 "전당대회에서 혁신안을 수정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심 대표측은 "혁신안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는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비대위에 대한 불신임이기 때문에 바로 사퇴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일심회 제명건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쪽에서는 "자주파가 혁신안을 부결시킨다면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심상정 혁신안 후퇴' 논란...'편향적 친북행위' 등 문구 빠져

이런 가운데 1일 최종 확정한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이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대한 평가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배포한 '임시당대회 자료집'에서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이정훈 당원이 북한에 당내정보와 당직자 성향분석 자료 등을 넘긴 활동을 '편향적 친북행위'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당국에 엄중항의 한다'는 부분 등이 빠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제에서 '편항적 친북행위 관련'이라는 부분이 빠졌고 '또한 당의 강령과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에게서 지침을 받아 활동하며 당 내에 음성적인 조직을 결성하는 등의 활동은 명백한 편향적 친북행위임'이라는 구절도 빠졌다.

사건의 성격을 '편향적 친북행위'라고 규정한 부분이 빠진 것이다.

'당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시키려한 북한당국에 엄중 항의하며 이후 북한 당국은 남한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구절은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하며, 당은 북한을 포함해 어떠한 외부세력에 의해서도 당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이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대체됐다.

'그와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당의 친북적 이미지가 누적되었기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음으로써 당내 혼란과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로 바꾸면서, '친북적 이미지'라는 문구가 빠지고, '이에 근거해 비대위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는 부분이 추가됐다.

반면, 확정안에는 '당내쟁점 사안에 대한 재평가'앞 부분인 '대선 패배의 원인과 의미'항목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의미의 '친북정당'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빌미가 되었다"고 적시했다.

이와는 별개로 '아울러, 2003년 강태운 고문 사건, 북한인권, 탈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에 대한 외면·배제·회피 등으로 민주노동당의 친북정당 이미지 누적됨'이라는 구절도 빠졌다.

신당창당파 "본질적인 수정"

 조승수 민주노동당 전 의원(왼쪽)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전 의원(왼쪽)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이에 대해 신당창당파인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모임'은 "본질적인 수정"이라고 규정했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당 혁신의 핵심문제는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한 청산인데, 종북주의를 에둘러 표현한 '편향적 친북행위'라는 말이 삭제됐고, '친북적 이미지'라는 말도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이에 근거해 비대위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기위에 제소하고, 출소이후에 소명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기위 역시 자주파가 다수를 이루게 될 것인데, 제명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한 엄중항의'라는 경고메시지가 '북한을 포함해 어떠한 외부세력에 대해서도…엄중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방어적 선언으로 변질됐다"며 "자주파와 동거하겠다는 선언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제까지는 평등파 안에서 비대위안에 대한 찬성분위기가 높았지만, 이 안이 알려지면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과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 감안, 표현 바꾼 것"

이에 대해 손낙구 당 대변인은 "일심회 사건 관련 당원들에 대한 제명의 판단근거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해당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편향적 친북행위'라는 표현을 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전당대회가 '제명해야 한다'는 것을 결정하고 나면, 당기위에서 이것을 어길 수 있겠느냐"며 "전당대회가 바로 제명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처리절차가 언급돼 있지 않으면, 전당대회 현장에서 불필요한 수정안이 올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당국에 엄중 항의'부분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향후 당과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 등을 감안해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표현도 거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노동당#일심회#일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