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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촌 "장관·경선출마 못할 것 없다" 28일 오후 탤런트 유인촌씨(전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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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유인촌(전 서울문화재단 대표)씨는 28일 "정부가 새로 바뀌었지만, 문화예술기관의 기관장들은 2년, 3년 이상 임기를 채우게 된다"며 "사람을 쫓아낸다고 하는 개념을 떠나서, (함께) 일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예술계에 이른바 '물갈이' 바람이 몰아칠 것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인촌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새 정부가 향수자 중심이 아니라 창작자 중심으로 지원 방침을 정한다면 (기존의 기관장들이) 일하기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완전히 사고 자체가 정반대인 정부와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정부와 순조롭게 발맞춰 갈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또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겠나, '물갈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자리 바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갈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자리 바꿈"

유인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자문위원
 유인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자문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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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씨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배우 문성근·명계남씨에 대해 영화계 일각에서 퇴출 요구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그동안 눌려있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라면서도 "화합에 앞장서야 할 문화예술 쪽에서 또 한 번의 갈등을 부추기고, 편가르기가 시작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제 바뀌었으니까 너희들 떠나라, 이제부터 우리 세상이다' 이런 개념보다는 그 안에서 서로가 많은 의견 교환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문화예술위·영화진흥위 등 해체 주장에 대해서도 "해체는 너무 급격하고 잘 고치고 가다듬어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씨는 "좌파문화권력으로부터 폐해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따지고 보면 피해라면 피해"라며 "7년이나 진행했던 프로그램 <역사스페셜>이 노무현 정부로 바뀌면서 없어지고, 대신 문성근씨가 진행하는 <인물현대사>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예술계의 양극화 해결 방안과 관련 "(영화의 스크린쿼터제처럼) 스테이지쿼터제를 만들어서 수입 뮤지컬 하나 들어오면 무조건 창작 뮤지컬 한 편 만들게 하는 건 어떨까 싶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상근자문위원이기도 한 유인촌씨는 "이명박 당선인과의 인연도 운명이라는 틀 속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아마 이 당선인과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요지.

"이명박 당선인과의 인연은 운명. 끝까지 같이 할 것"

- '문화예술계와 이명박 당선인을 이어주는 중간자 위치에 있다'고 말해왔는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문화예술 분야 정책 만드는 데 의견을 냈고, 선대본 문화예술 정책위원장 직무대행을 좀 했다. 본 유세가 시작되면서는 유세장에 후보와 같이 다니면서 직접 국민들 만나는 일을 앞장서서 했다. 그것 외에 다른 큰 역할은 없었다. 저는 (이명박 당선인과의 인연이) 팔자소관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인연을 맺고 사는데, 이 당선인과의 인연도 운명이라는 틀 속에서 여기까지 왔다. 제 경우는 그렇더라도 제가 직접 나서서 우리쪽 동료들에게 선거에 도와달라거나, 앞장서서 뛰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제가 앞장서 있으니까, 자동적으로 도와주는 친구는 있었지만 앞장서서 문화예술인들을 대거 동원해 선거운동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결국 예술하는 사람들이 너무 선거에 휘둘리면…,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이미 저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미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이니까…. 다른 동료들은 대부분 지켜보면서 도와주거나 소극적인 활동을 했다. 오히려 이번에는 제 부탁 여부를 떠나 자발적으로, 특히 방송연예 쪽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있었다."

-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줄서기 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항상 위기는 있었다. 물론 지지율이 높았지만 수없이 많은, BBK 같은 의혹들이 사람들을 굉장히 힘들게 하지 않았나. 대세 때문에 꼭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인이) 분야마다 갖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아니겠나. 많은 부분이 침체돼 있고, 느슨해져 있는 것을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일하는 분위기로 만들고,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 아니겠나.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어려움이 그런 것으로 다 극복이 되지 않았겠나. 저는 그런 믿음이 있다. 이 당선인과 3년 동안 일을 같이 해봤는데,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고비고비에서 난제를 풀어가는 방식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문화예술기관의 기관장은 임기가 있고, 대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와 기간이 겹친다. 정부와 문화예술 기관장들이 '코드'가 안 맞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물갈이'를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에서 그런 문제제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문제제기를 먼저 하지 않는다. 현 정권 임기 말에 많은 인사이동이 있어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기관장들이 많이 생겼다. 정부가 새로 바뀌었지만, 이들은 2년, 3년 이상 임기를 채우게 된다. 사람을 쫓아낸다고 하는 개념을 떠나서, 일하기 힘들지 않겠나. 더구나 생각이 다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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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이 시행했던 문화예술 정책은 향수자 중심의 정책, 즉 창작자나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아니고, 수요자들에게 어떻게든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다. 많은 부분을 평등하게 나눠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을 가깝게하고, 활성화 시키자는 좋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창작의 질이 떨어졌고, 실질적인 수요자 입장에서도 대학로의 작은 극장보다 세종문화회관 같은 크고 화려한 극장을 더 선호했다.

만약 새 정부가 향수자 중심이 아니고, 창작자 중심으로 지원 방침을 정한다면 (기존의 기관장들이) 일하기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사실 같은 색깔을 가진 정부로 바뀌었을 때도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고 자체가 정반대인 정부와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정부와 순조롭게 발맞춰 갈 수 있을까?"

-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지 않겠나. '물갈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자리 바꿈일 것이다."

-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등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고, 지난주 한 영화인 단체에선 (친노 인사인) 영화계 편가르기에 앞장섰다며 문성근·명계남씨에 대해 아예 영화계를 떠나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는데.
"그동안 눌려있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 아니겠나. 어쨌든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화합이고, 그런 것을 앞장서서 해야 할 문화예술 쪽에서 또 한 번의 갈등을 부추기고, 편가르기가 시작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이제 바뀌었으니까, 너희들 떠나라, 이제부터 우리 세상이다' 이런 개념보다는 그 안에서 서로가 많은 의견 교환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전에는 시민단체들의 공청회, 민주화 같은 것이 사회 발전에 큰 작용을 했는데, 지난 정권에서는 굉장히 모자랐다. 많은 공청회를 했겠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 외에는 부르지 않거나, 끼리끼리 모여서 했다. 예전 같았으면 큰일날 일이다. 그 분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테니까. 오히려 그 분들이 일을 하는데, 막혀있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 더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있는 기관을 해체한다든가 하는 것은 너무 급격하고, 잘 고치고 가다듬어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역사스페셜> 없어지고 <인물현대사>... 피해라면 피해"

- 극단 대표로서 극장을 운영해오기도 했는데 직접적으로나 주변에서 '좌파문화권력'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나?
"저는 예전부터 방송 등 수입 구조를 따로 갖고 있었다. 나한테 지원하지 않아도 좋으니, 가능하면 어렵고 힘든 동료들에게 지원하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출, 작가, 배우 등 단원들은 상황이 다르다.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피해라면 피해인데, 제가 7년이나 진행했던 <역사스페셜>도 이 정부가 바뀌면서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대신 생긴 것이 <인물현대사>였다. 나는 (문)성근이 좋아하는데, 그 친구가 MC를 하고 1탄으로 나간 게 청계천에서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이었다. 그것도 끝까지 잘 나가야 했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롱런하지 못하고 문닫고 말았다. 그런 얘기도 그동안 안 했다. '피해다, 아니다' 그런 개념은 없었고, 저는 저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했다."

-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 대해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문제를 단지 '실용'으로만, 또는 '경제의 논리'로만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새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정책이나 기타 공약이 발표된 상황이다. 지금은 모든 국민들의 목표나 방향 설정이 일자리나 경제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 지금 갑자기 문화예술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 국민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어차피 일을 그것만 하고 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 쪽 일은 그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자꾸 지난 정부를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국립극장은 국가에서 하는 공연장인데, 독립경영을 하라면서 100% 주던 예산을 30%만 주고 70%는 벌어서 쓰라고 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들어야 할 국립극장에서 경영을 하고 수지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미국에서 직수입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몇 달째 하고 있다. 그런 것은 CJ나 돈 많은 기업에서 수입해서 장기공연을 하면 된다. 국가적 이미지를 만드는 장소에 상업적인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데 그동안에 그렇게 해왔다. 절대 그렇게 안 할 것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예술의 전당도 수지를 맞추려니까, 앵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극장이라는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그동안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하고 있다. 저는 분명히 그런 얘기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정신을 어떻게 돈으로 사나. 그런 것에 대한 정리 정돈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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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기초예술의 차이가 심하고,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뮤지컬 이외에는 힘든 형편이다. 이런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다고 보나?"기본적으로 이 일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순수예술은 돈이 안 되는데, 그것으로 돈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의 구미에 맞추면 예술은 점점 무너진다. 힘들어도 계속 예술을 통해서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사회에 반영하도록 하게 해주면 된다. 지원은 그런 데 가야 한다.

뮤지컬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다 똑같다. 그런데 많이 몰리면 뭐하나. 생산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창작 뮤지컬을 도와줘야 한다. 직수입이나 라이센스 사오는 뮤지컬이 돈은 벌지 모르지만 기본 베이스가 좋아지지 않는다. 무대도 쿼터제를 만드는 것이 어떤가. 스크린쿼터제 없애서 영화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차라리 이 마당에 스테이지쿼터제를 만들어서 수입 뮤지컬 하나 들어오면 무조건 창작 뮤지컬 한 편 만들게 한다든지… 심지어 그런 생각도 했다."

"차라리 '스테이지쿼터' 만들면 어떨까"

- 인수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됐다. 의욕이 앞서서 날익은 정책을 남발하기도 하고, 정부조직개편안이나 영어교육 개편안 등은 적지 않은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저는 철저하게 문화예술 분야 외에는 관여를 안 했다.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하는 것이까, 실패도 있고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당선인이 가장 주장하는 것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다음 '인정적으로 일하지 않겠다, 친하다고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이 가슴아파 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양반의 철학이다. 진짜 회의석상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야단치고, 면박 주지만 회의 끝나면 팔 걷어붙이고 소주 한 잔 하자고 하는데, 참… 이제는 대통령 됐으니까 그렇게 안 하려나(웃음)?"

- 이명박 당선인과의 인연을 '운명'이라고 했는데, 유인촌 전 대표가 이 당선인과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인가?
"무리는 아니다. 제 성격상 아마 거의 그렇게 될 것이다. 저는 같은 일을 두 번 안했다. 제가 90년에 방송연예인 노조위원장을 한 적이 있는데, 딱 한 번 하고 내놨다. 서울문화재단도 사실 임기가 조금 남았지만 자연스럽게 후임자 위해서 자리를 내 준 것이다. 전부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회의를 하는데, 옛날 사람들이 끼어서 회의 하기가 편하지 않더라. 같은 당으로 바뀐 것인데도 안 편하던데, (지금 정부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 사람들이(과거 정권 사람들이) 계속 남아있는다면 정말 불편한 일이다. 정신적으로 고문이다."


태그:#유인촌, #이명박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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