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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최 심포지움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06년 1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최 심포지움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7일 KBS스페셜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열풍과 그에 따른 거품 탓이다.

 

물론 현재 우리 나라의 투기 수요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잠잠해졌다. 부동산 값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수요 자체는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급은 확실히 과잉 상태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현황을 집계한 뉴스 또한 꽤 자주 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난 2000년대 초의 한국의 경기침체는 건설경기의 불황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이후에는 반도체와 핸드폰의 수출이 늘어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었고, 더불어 기대 심리도 높아져 어느 정도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 싶었지만, 투기를 막으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수요가 급격하게 동결되었고 그것이 현 상태로 이어졌다.


2005년, 나는 대입을 준비하며 구술면접을 위해 공부하면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국가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쉬운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다. 요즈음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같이 현장에 있던 사람은 더 그와 같은 생각을 쉽사리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러나 미국을 보자. 그들은 분명 서브 프라임 등급의 주택 담보 대출을 판매하여, 각종 대출회사와 은행의 영업실적을 냈고, 주택 수요가 늘어났으며, 건설 경기가 호황을 이뤘다. 부동산 투기는 심각해졌다. 시장을 자율에 맡겼다. 그렇게 해서 사상 최악의 경제 공황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일본의 버블 붕괴를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브 프라임 사태 또한 어찌 보면 미국판 버블 붕괴다. 우리 나라도 한동안 버블이냐 아니냐 논하던 때가 있었고, 많은 사람이 잊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대운하 정책을 지켜 보며, 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의도가 건설경기를 일으켜 단기간 동안 국가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려는 데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청계천 건설 때와 마찬가지로, 좀 커다란 청계천을 지어서 주변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그만큼 커다란 공사판이 벌여지니 투자가 활성화 될 테니 말이다.

 

청계천처럼 일단 물을 억지로 돌려주면 겉으로 보기엔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청계천은 인공적으로 흐르게 만든 것뿐이다. 동력원을 끊어버리면 흐름이 멈춘다.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된 시장이 장기적으로 활황을 이루리라는 어리석은 희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 부동산이 지금 이상 공급된다고 해서, 단기간으로 경제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부동산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투기 수요는 물론 급증할 테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그 거품이 얼마나 커질지 조금은 비관적으로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그 거품이 꺼진 이후의 경제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해 봐야 할 것이다.

 

경제라는 게 예전 만큼 단순하지 못하고, 그만큼 예측 불허이며 섬세해서 유리 세공품 같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및 인수위원회가 대운하 정책을 그렇게 속도감 있게 밀어 붙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하다.


#대운하#이명박#서브프라임#경제#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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