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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학 1학년 전교조 집회 때 내 눈앞에서 한 남학생이 백골단 7명에게 둘러싸여 군화 발에 짓밟히고 머리채가 한 움큼 뽑혀나가는 걸 봤습니다. 친구와 저는 너무 겁이 나서 울지도 못했지요. 울면 우리도 똑같이 당할까봐 도와달라는 그 눈빛을 외면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야 이불을 뒤집어쓰고 진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나는 왜 이렇게 눈물도 많고 겁이 많은지 비겁한 내 모습이 초라해서…. 한 동안 폐인 비슷한 모습이었지요.

 

지금은 어떠냐고요? 여전히 눈물이 많아서 열사들 추모가를 부를 때면 노래 반, 눈물 반이고 전투경찰이 차고 들어오면 예전 백골단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쓰려오기도 하지요.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면 무서운 게 아니고 분노가 조금 더 앞선다는 거겠죠. (…) 힘들었을 때 노래가 날 위로했듯이 노래가 힘이 들 땐 혜원씨가 많이 다독여줬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한 번은 깊은 얘기 할 수 있겠죠?
- 당신 때문에 위로가 된 민주 언니

 

저는 지난해 6월, <오마이뉴스> 에 ‘노동가수 지민주를 알게 된 기쁨’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랜드 투쟁 문화제에서 열창하는 노동가수 지민주씨를 보고 느낀 점들을 담은 글이었죠. 저 글을 쓸 때 즈음 민주 언니 앨범을 주문했는데, 집에 온 박스에는 앨범이랑 민주 언니 편지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맨 위 글은 그 편지글에서 일부분을 옮긴 거구요.

 

그 때 주문한 앨범 상자를 열어보는데, 손으로 꼼꼼하게 쓴 한 장짜리 편지를 보고는 어찌나 놀랐는지요. 편지글을 읽고나서는 한 번 더 놀랐습니다. 무대 위에서 정말 당당하고 힘차게만 보였던 그 가수가, 생전 본 적도 없는 저한테 겁도 눈물도 많던 자기 과거를, 지금 모습을 솔직히 말해준 거잖아요. 이런 게 ‘글’의 힘일까요?

 

이렇게 ‘글’로 민주 언니를 만난 뒤로 드디어 민주 언니를 직접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혹시 ‘명동거리공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명동성당 앞에서 월요일마다 ‘산재, 해고노동자 자녀 장학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거리 공연이랍니다. 박준, 연영석, 서기상, 해웃음, 지민주 같은 문화노동자들이 주축이 돼서 꾸리고 있죠. 지난해 7월 어느 날, 저는 바로 그 공연 장소에서 민주 언니를 처음으로 만났고 함께 저녁밥까지 먹었습니다. 

 

지난 1월 21일 명동거리공연에서 노래하는 지민주.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명동거리공연은 계속된다. 마음이 따뜻한 가수 지민주도 월요일은 늘 이 공연을 위해 시간을 비워둔다고.
지난 1월 21일 명동거리공연에서 노래하는 지민주.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명동거리공연은 계속된다. 마음이 따뜻한 가수 지민주도 월요일은 늘 이 공연을 위해 시간을 비워둔다고. ⓒ 조혜원

 

그 때부터 민주언니랑 차근차근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명동거리공연에서도 만나고, 이랜드 투쟁 현장에서도 여러 번 볼 수 있었죠. 물론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로 만난 건 아니었어요. 아는 얼굴이라는 것만 전과 달랐을 뿐, 민주 언니는 주목을 받는 ‘가수’이고 저는 여전히 집회 현장에 있는 여러 참가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었죠.

 

‘명동거리공연’과 ‘이랜드 투쟁’ 현장에서 이어진 만남  

 

그러다가 조금 빠르게 민주 언니랑 가까워진 계기가 생겼어요. 지난해 가을 무렵이었죠.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언니가 노래하는 걸 보는데 ‘힘’이 쭉 빠져 있는 거예요. 언니의 가장 큰 매력인 ‘힘찬 기운’은 어디 가고, 얼굴도 반쪽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죠. 그 모습을 보고 하도 속이 상한 나머지 얼마 뒤에 저는 명동거리공연 장소에 찾아가 민주 언니한테 죽 한 그릇을 사 먹였습니다.

 

그러고는 만난 지 두 달이 채 안 된 민주 언니의 삶에 참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민주 언니가 정말 많이 아프고 힘들어 보였거든요. 나한테 다시 노래할 수 있는 힘과 희망을 불어넣어준 그 사람이, 지쳐 있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거든요. 밥 챙겨 먹으라는 잔소리부터, 자꾸 아프면 시어머니한테도 안 해드린 보약 지어 보낸다는 협박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간섭을 했습니다. 정말 그땐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집회에서 노래하는 지민주.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민주 언니가 노래하는 모습. 아픈 가운데 힘들게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해서 마음이 참 아팠다.
집회에서 노래하는 지민주.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민주 언니가 노래하는 모습. 아픈 가운데 힘들게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해서 마음이 참 아팠다. ⓒ 조혜원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서 다시 명동에서 민주 언니가 전처럼 힘찬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쓰러질 것만 같았던 그 사람이, 전처럼 기운 차린 모습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뭉클하고도 행복했습니다. 아픈 자식 바라보는 심정이 이런 걸까, 자식도 없는 제가 그런 생각까지 해본 시간들이 주마간산처럼 스쳐서 말이죠.

 

이렇게 ‘글’과 ‘이랜드 투쟁’으로 인연이 되어, 이젠 스스럼 없이 전화통화를 나누는 사이가 된 그 민주 언니가 드디어 콘서트를 한답니다. 민주 언니 공연은 오는 2월 16일, ‘톡톡(Talk Talk)_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으로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관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94년부터 2001년까지 대구에서 ‘좋은 친구들’이라는 노래모임 활동을 하다가 2003년에 솔로로 독립한 뒤로는, 처음으로 갖는 ‘개인 공연’이지요.

 

언니한테 계속 ‘콘서트’를 하라고 협박(?)해 온 죄 때문인지, 모자란 제가 그 공연 준비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1월 5일) 첫 준비모임에서 디자인 해주실 분, 여러 가지 제작을 맡아주실 분, 민주 언니, 저 이렇게 네 명이 만났습니다. 모두 ‘돈’과 상관 없이  민주 언니와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맡은 일은 공연을 알리는 일이에요. 공연 소개하는 내용을 여기저기 인터넷에 올리고, 공연 날 나눠 줄 팸플릿도 기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에 보였던 그 뻔뻔함을 살려, “공연 제목이 좀 두루뭉술한 거 같아요. 언니 노래는 ‘노동자’가 핵심이니까 좀 단도직입으로 가 보죠?”, “음, 이 노랜 좀 별론데. 이건 어때요? 난 언니가 이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참 좋더라”처럼 공연 내용에도 심심찮게 간섭하고 있습니다. 뭐 별로 반영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공연에 ‘말’로라도 끼어들 수 있음에 무척 행복해 하고 있답니다. 나처럼 언니의 모든 노래를 다 좋아하고, 게다가 언니 목소리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민주 언니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 상관없으니까요.

 

"혜원아, 나 사실 정말 겁나"

 

그렇게 첫 준비모임을 끝내고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민주 언니가 이런 말을 합니다.


“혜원아, 나 사실 정말 겁나. 늘 차려 있는 집회 공간에서만 공연을 해 와서 그런가, 사람들이 얼마나 와줄지 내가 두 시간 동안 공연을 치러낼 수 있을지 모든 게 다 걱정이야.”

난 대답합니다.

“언니, 겁나는 게 당연해요. 처음 해 보는 개인 공연인데 겁 안 나면 그게 이상하지. 하지만 언니가 살아 온 시간들이 그 두려움에 답을 줄 거예요. 언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니까 걱정은 하지 마요.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힘내요.”

 

13년 동안, 수십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 앞에서 일년에 300~400번도 넘게 노래를 했다는 이 사람이 고작 150~200명이면 꽉 찰 장소에서 치러질 공연을 이토록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가수'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많은 문화노동자들 가운데, ‘노동가수’, ‘민중가수’라는 이름을 걸고 제대로 개인 공연을 치러 온 사례가 거의 없는 걸 보면, 그리 쓸데없는 걱정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언니한테 마음 쓰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노래동지 지민주가 여는 첫번째 콘서트.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걸까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동지'라는 이름으로 수줍게 내미는 지민주의 작은 손을 꼭 잡아 주세요.
노래동지 지민주가 여는 첫번째 콘서트.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걸까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동지'라는 이름으로 수줍게 내미는 지민주의 작은 손을 꼭 잡아 주세요. ⓒ 조혜원

 

그래서, 그 걱정을 떨쳐내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를 빌려 민주 언니 공연을 알리는 작업을 실은 하고 있는 거지요. 고집스럽게 오로지 ‘노래’ 한 길만을 걸어 온, 우리 시대의 진정한 노동가수 지민주의 첫 콘서트에 <오마이뉴스>를 보는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공연 장소로 바로 오셔도 되지만, 되도록 지민주 홈페이지(http://jiminju.com)에서 예매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예매하는 사람들 숫자가 쌓이면 민주 언니 걱정이 아무래도 좀 줄어들 것 같아서요.

 

공연은 괜찮냐구요? 에이, 그런 걱정은 마세요. 민주 언니 노래는 먼저 귀를 시원하게 뚫어주고, 다음에는 마음을 심하게 울려준 뒤에, 마지막으로 지치고 힘이 들어 아파하는 우리들을 따스하게 안아 줄 거랍니다. 민주 언니랑 같은 곳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삶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어때요, 이 정도면 마음에 드시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구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키우는 인터넷 신문 '은평시민신문(www.ep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지민주#노동가요#민중가요#명동거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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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타 치며 노래하기를 좋아해요. 자연, 문화, 예술, 여성, 노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산골살이 작은 행복을 담은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를 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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