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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고귀한 마음의 영양이다.-'세네카'
 
지하철 신문 가판대, 위기 심각해. 하지만 나는 일할 수 있는 게 행복해.
지하철 신문 가판대, 위기 심각해.하지만 나는 일할 수 있는 게 행복해. ⓒ 송유미
 
요즘은 정기구독 외 다른 신문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신문 사려고 24시 동네 편의점 찾으면 심지어는1부 갖다 놓은 게 다 팔렸다고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신문 가판대 찾기가 우리 동네에서는 힘듭니다.

 

인터넷으로 전국 신문 매체를 다 접할 수는 있지만, 인쇄된 신문 구해야 할 경우는, 지하철 역까지 일부러 찾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지하철 역마다 신문 가판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신문이 팔리지 않는 역은 어제까지 있던 신문 가판대가 철수하고 없습니다.

 

그리 멀지 않는 옛날에는 거리에서나 버스 안에서 "신문이요! 신문!"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시절처럼 그 흔했던 신문팔이 소년의 모습도 정말 만날 수가 없네요.

 

신문 한 부 구하기 위해 지하철 탈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부산 장산행 지하철 방면에서 신문 파는 가판대 할머니와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무거운 짐도 맡길 수 있고, 커피도 나눌 수 있는 허물 없는 세상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란 어렵고 슬픈 일을 함께 나누는 또래 벗만 아니라, 동 시대를 살아가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구라 말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세는 나보다 휠씬 많지만 늘 신문과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이라, '영혼의 나이'는, 소녀이신 할머니. 며칠 전에는 할머니가 한숨을 쉬시면서 말했습니다.

 

"신문 가판대는 신문의 꽃인데 이젠 다 시들었어."

"예? 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말이야. 오늘 신문을 한 부도 못 팔았어."

"예? 그게 정말이세요?"

 

할머니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세상에나! 한국의 신문은 수 십여 종에 이르고, 각 신문사마다 매일처럼 신문이 쏟아지는데, 하나 보면 열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지하철 역 한 가판대에서, 신문이 전혀 팔리지 않는다면, 요즘은 모두 인터넷 신문만 보나? 그렇다면, 앞으로 지하철 신문 가판대는 '유료 인터넷'으로 바뀌어야 하나 ?'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왠지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세태 따라 세상은 바뀌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 친구인 할머니의 일거리가 없어지게 되니 말입니다.

  

"할머니, 신문도 팔리지 않는데 매일 차비 들고… 고생스럽지 않으세요?"

"그런 소리 하지마. 난 여기가 좋아. 사람 구경도 하고. 여기 나오면 몸이 아프지 않아."

 

할머니의 수입은 어떤 날은 2천 원 벌이도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신문이 팔리지 않을 때는 차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일을 할 수 있고, 사람 구경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합니다.

  

친구를 생각하면 신문이 좀 더 많이 팔렸으면 하지만, 오늘도 나는 검색만 하면 읽기 쉬운 인터넷 신문을, 종이 신문보다 더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마음은 "신문 사려 ! 신문 사려 !" 외치는 소리는 하지 않지만, 온종일 한부의 신문이라도 팔기 위해, 힘들게 노구를 버티고 있는 친구의 가판대 신문이 정말 잘 팔렸으면 합니다. 

 

'참다운 친구는 불행에 부딪쳤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는 말처럼, '친구',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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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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