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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의 MC에 대한 자질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야심차게 박명수를 <지피지기> 메인 MC로 발탁하면서 당초에 ‘영원한 2인자’라는 별칭을 지닌 박명수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듯 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도 멈추지 않는 <무한도전>의 인기가 한몫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명수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무한도전>을 통해서 완성시켰다. ‘제8의 전성기’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한 그가 <무한도전>에 고정으로 출연하면서 ‘호통개그’와 ‘비난개그’가 신선함을 더했고, <무한도전> 맴버들의 완벽한 호흡으로 그의 주가도 함께 상승하였다. MBC FM4U의 ‘펀펀라디오’ MC로까지 기용되면서 그야말로 황금기가 열린 것이다.

 

그가 <무한도전>에서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메인 MC의 기회는 뜻밖에도 쉽게 찾아왔다. MBC의 <지피지기>에 메인 MC로 발탁된 것이다. MBC도 그랬고, 시청자들도 무한도전에서 영원한 2인자의 설움(?)을 <지피지기>에서 보상받을 것을 기대했다. 박명수 본인도 ‘펀펀라디오’를 그만두면서까지 의욕을 다진 것이다.

 

그런데 두 달이 조금 지난 지금 그의 MC 자질에 대해서 상당한 물음표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박명수를 메인 MC로 놓고 현영과 정형돈이 보조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영이 메인 MC이고 박명수와 정형돈이 보조하는 것처럼 보여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박명수는 메인 MC 소질이 없는 것일까? 하나의 프로그램만 놓고 그의 MC 소질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박명수는 나름대로 MC의 경험이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동안클럽’에서 이휘재와 공동 MC를 보고 있고, ‘펀펀라디오’의 진행 경험도 있다. 이러한 그가 왜 지피지기에서는 그토록 존재감 상실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라디오 방송에서 박명수는 뛰어나지는 않지만 수준급의 진행자로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동안클럽’에서 이휘재와 공동 MC 역시 수준미달이라는 평가는 받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지피지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가 <무한도전>을 통해서 형성된 캐릭터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무한도전>을 통해서 메인의 위치보다는 보조의 위치가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메인으로 프로그램의 진행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 프로그램을 주도해 나가는 것보다는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유재석이 없으면 쓰레기’라는 이혁재의 막말은 너무 심한감은 있지만 박명수라는 캐릭터를 비판적으로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그의 ‘호통과 비난 개그’ 역시 가끔 그의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보다 새롭고 신선한 것이 나와야 한다. 유행어처럼 브라운관을 주름잡았던 그의 ‘호통개그’도 어느 새인가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통과 비난 개그’는 이제 더 이상 그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른 개그맨들도 얼마든지 호통칠 수 있고 비난할 수 있기 때문에 ‘원조’라는 것은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이것도 위험하다. 이미 이경규가 박명수 이전에 호통과 비난 개그를 사용했기 때문) ‘특허권’을 주장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명수’ 하면 떠오르는 것은 ‘호통’과 ‘비난’이다. 그런데 메인 MC는 호통치거나 비난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정도 말솜씨가 있어야 한다. 물론 박명수가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을 통해서 (설정일 수도 있지만) 말을 더듬고, 말을 잘 못하는 캐릭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메인 MC가 그에게 안맞는 옷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박명수로서는 어느 정도 변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형성된 캐릭터를 극복해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을 만들어 준 무한도전의 영역을 뛰어넘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없는 박명수는 아마 그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무한도전>을 통해서만 평가받을 수는 없다.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한도전>을 뛰어넘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연예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무한도전>으로 형성된 캐릭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박명수’는 메인 MC 보다 공동 MC가 더 어울릴 것이고, 공동 MC로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는 것이 그에게는 알맞는 역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뉴스큐, 티스토리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명수#지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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