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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업무보고가 열리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업무보고가 열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친기업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통령 취임 전 요금 인하 방침을 세웠다가, 뒤늦게 다시 말을 바꾸는 등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요금 인하'에 지지를 보내왔던 시민단체들조차 "인수위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다. 이동통신업체들은 통신비 인하 방법이 시장자율에 따른 것인지, 정부개입에 의한 것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일부에선 '도대체 무슨 말이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자율? 정부개입? 오락가락하는 인수위의 통신비 인하 방침

통신비 인하는 유류세 인하와 더불어, 이명박 당선인이 내세운 서민생활비 30% 절감 방안의 대표적인 공약이었다. 인수위는 이를 지난달 29일 첫 워크숍 때부터 최우선적인 과제로 지목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다음날인 30일 브리핑에서 "정권 출범 전이라도 즉각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인수위의 강한 의지는 하루 만에 꺾이고 말았다. 이동통신사들이 "더 이상 내릴 여력이 없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31일 "취임 전 당장 20%를 인하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장친화적인 정부를 강조했던 이 당선인 쪽이 정부 개입을 통해 요금인하를 하려 한다'는 지적도 인수위를 곤혹스럽게 했다. 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는 "강제로 요금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시장 기능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일 인수위는 정보통신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요금인하 추진방안을 1월 중으로 강구해서 보고하라고 정통부에 요청했다"며 다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현재 가입비·기본료 등으로 구성된 이동통신 요금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지 그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혀 이동통신업계의 혼란은 가중됐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인수위의 입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인수위의 혼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통신비 인하에 반발하는 업계 "단기성과 좇으면 안돼"

 서울 용산의 이동통신 대리점 자료사진.
서울 용산의 이동통신 대리점 자료사진. ⓒ 윤지로

이동통신업계는 현재 "통신비 인하는 정통부가 보고하고 인수위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가입비·이용료 등 요금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수위가 무 자르듯 통신비를 인하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금구조는 통신시장을 둘러싼 제도·개발비용 등 입체적인 상황에 맞물려 만들어진 것"이라며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규제 완화나 재판매, 결합상품 등을 통한 경쟁 활성화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 후 국민에게 요금인하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적 시장논리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단시일 내에 통신비 절감을 추진할 경우 이동통신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이동통신 요금 변경은 민간 기업의 고유 권한이고, 작년에 망내할인을 했고, 올해 문자메시지 요금을 인하했다"며 "(인수위는) 기존의 노력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성과를 좇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요금을 내리면, 후발 사업자들의 수익이 줄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게 돼,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며 "통신비 인하는 중장기적인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전파사용료, 연구개발지원 등에서 준조세를 깎으면 요금인하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인수위, 통신비 인하 의지 없어"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는 "인수위는 통신비 인하 의지가 없다"며 비판했다. 전응휘 정책위원은 "인수위가 통신비 인하가 안 되는 이유를 모르니까, 처방이고 진단이고 모두 엉망"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은 "통신비가 비싼 이유는 SK텔레콤에 대해서 요금 인가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요금 인하를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먼저 "SK텔레콤 요금의 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 평균 영업 이익률이 6~7%인데, SK 텔레콤은 2007년엔 3/4분기까지 22%라는 엄청난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은 또한 "인수위가 정통부에 이동통신 3사와 요금인하 방안을 만들어오라고 했는데, 이는 담합 요금을 만들어오라는 것"이라며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고, 통신비 인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2일 성명을 발표하고 "시장 자율에 의한 요금 인하론에 얽매일 경우, 휴대폰 요금 인하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과점·비경쟁상황에서 조성된 부당 요금 선결 때까지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신비 인하#인수위#SK텔레콤#이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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