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답사하다보면 잘 알려진 국보나 보물 등 지정 문화재들을 위주로 많이 다니게 되고 알려진 명소로 자주 발길이 옮겨진다. 늘 그러하듯 오랜 세월동안 우리에게서 잊혀진 유적들도 많다. 알려지지 않고 찾는 이들도 거의 없는 비지정 문화재들이 그것이다. 최근 들어서 아니 오래 전부터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비지정 문화재들은 도난 등의 수난을 지금 이 순간에 겪고 있다. 많은 지정 문화재들에 가려져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들이 많은 곳, 경주. 그 현장을 일부 찾아 가본다. 탑재들이 그대로 드러난 곳 경주에서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현곡면 일대에는 지석묘(고인돌)와 석재 일부가 개인 민가에도 있다. 국보 제39호 나원리오층석탑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약 50m 정도의 야산에 경사진 민묘가 하나 있는데 이 곳에는 탑재들이 그대로 축대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석탑재의 부재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지대석, 하대중석, 몸돌 등이 보인다. 이러한 곳은 경주에 몇 군데 더 있는데 아마 후대에 탑을 무너뜨리고 여기에 무덤을 조성 한 듯하다.
또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한 개인 민가에는 담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연자맷돌이 보인다.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탑재가 있는 곳은 원래 5층 정도의 석탑이였으나 어느새 무너져 저렇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깨진 것도 서러운데... 안강읍내로 접어들면 안강 문화예술회관이 보인다. 그곳에도 안강읍사무소에 있다가 옮겨진 석불좌상이 있다. 머리(불두)도 없어지고 몸의 파손된 부분이 너무 많아 일부는 관찰하기 어려우나 당시에는 정교했던 신라하대 불상으로 추정된다.
안강 읍내 한 마을로 접어드니 우연히 마을에 석재들이 방치되어 있다. 주변은 배수로 공사 중이었고 아마도 인근에서 나온 것을 모아둔 것처럼 보인다. 언제 또 자리가 옮겨지거나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안강 여중·고를 조금 더 지나면 도로변에 표충각이란 건물이 보인다. 도로변에 작은 돌로 만든 이정표가 있다. 이 건물은 임진왜란 때 순절한 이팽수(李彭壽)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정조 때 세운 정려각(旌閭閣)이라고 한다. 안내문이 없어 그 내력은 잘 알 수 없어 안내 설명문이 있었으면 좋을 듯하다. 건물 밑 사방에는 탑의 지붕돌이 그대로 기둥을 받치고 있다.
이 같이 경주 외곽에는 아직도 많은 석재들이 방치되고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사소한 문화재라도 지금부터 찾아 기록하고 돌보는 것이 비지정문화재들의 도난을 막는데 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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