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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방의 신문사에서 근무할 때 <오마이뉴스>에 글쓰기를 좋아했고 널리 알리기도 했다. 기자는 글 쓰는 것이 직업인지라 자기의 기사가 신문에 나왔을 때, 그리고 그 반응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낀다.


내가 근무했던 K일보는 견실했으며, 편집국이 살아 있어 당당한 기자생활을 하기에 적합했었다. 신문사는 건설업, 유통업 등 언론 이외의 일체의 사업을 하지 않았었기에 기자들이 활동하기에 좋았다.

50여 년 동안 언론만을 고집한 것은 '언론 이외는 손 대지 말라!'는 창업주의 유언을 지켰기에 가능했다. 간혹 사주의 지인들도 취재대상이 되어 사주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지만 '우리의 힘이며 전통!'이라며 오히려 칭찬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잘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사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중앙 일간지 어느 회사 못지않게 예우를 받고 있다고 자부하던 시절은 IMF를 맞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몇몇 중앙 일간지의 지역판을 인쇄하면서 들어오던 수입이 대폭 줄었다. 부득이 지면을 늘리려던 회사 방침이 오히려 팍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취재기사가 데스크에 쌓였다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때로는 '잘 봐달라'는 사정을 물리치고 썼던 스트레이트 기사가 며칠이 지나도 보도되지 않으면 낯이 뜨거워진다. 이때 취재원은 기자가 금품을 뜯기 위해 접근한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며칠 동안 보도되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줄 알고 취재원에게 '잘못을 바로잡을 것'을 말하고 잊기도 한다. 그런데 그 며칠 후 보도되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꼭 필요한 기사는 데스크에 항의를 했지만 곧 지치고 만다. 기자의 생명이 희미해지는 것을 누구나 느꼈다.


이런 고충을 잘 알아주는 선배가 <오마이뉴스>를 권하며 소개했다. 지방의 실정, 그리고 오프라인에 익숙하던 시절이지만 글 쓰는 재미를 조금씩 느꼈다.


한 번은 데스크에서 전화가 왔다. 부장이 '너 때문에 국장한테 깨졌다', '소속이 어디냐?'며 잔뜩 화를 낸다.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기사가 히트를 쳤을 때다. 타 언론기관에서 <오마이뉴스>를 본 후 취재경쟁이 벌어졌으니 당연하다.


기사 작성 후 데스크와 <오마이뉴스>에 동시에 올렸지만 데스크에는 내 기사가 묻혀 있었고 <오마이뉴스>는 즉시 화면에 나타났다. 사실 내 신문에 나오는 것이 훨씬 좋지만 어쩔 수 없었고 부끄럽고 화가 나기도 했다.


부장도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 쓰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장한테 혼나면 화풀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일간지는 간략히 요약해서 써야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았다.


인터넷신문의 좋은 점도 많다. 신속한 소식통이며 다양한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적절하다. IMF의 여파는 내 개인생활에도 많은 불편함을 가져왔다. 내 빚은 갚지 못하면서 보증 섰던 빚은 갚아야만 했다. 집안 사정도 많이 달라졌다. 월급은 본의 아니게 팍 팍 줄었다.


결국 여러 가지 사정은 날 서울로 오도록 했다.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한 달여 만에 수리되었다. 기사를 얼마든지 쓰도록 할 것이며, 월급도 충분히 특혜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번 마음이 떠나면 미련이 없어진다.


이렇게 서울생활은 시작되었다. 이후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식견이 넓어졌다. 최근 4년 동안의 공부는 수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서울 생활을 통해 얻어진 경험을 토대로 다시금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주변 사람들도 권한다. 음지에서 좋은 일 하면서 외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항상 1등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2등 3등은 외면 당한다. 아주 훌륭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거나 뛰어난 의술을 갖거나 난치병에 탁월한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음지에서 묵묵히 소신껏 일하는 참신한 사람들을 찾아 알리고 싶다.


가령 훌륭한 전통방식으로 된장, 간장, 청국장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좋은 콩을 찾고 있다면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유전자조작된 콩이 활개를 치고 있는 시점에 일체의 농약을 하지 않고 생산된 콩은 반가운 소식이다.


해마다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은 늘어난다. '펼쳐진 부처를 보지 못한 탓'이라며 십여 년 이상 전국을 샅샅이 살핀 출판사 선배는 말한다. '작지만 오묘한 맛'이 있어 금수강산이라 했다. '있는 그대로', '현장 박물관' 즉 '에코 뮤지엄'을 강조하시던 최효승 박사님의 이론은 작지만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1등만을 선호해 왔던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숨어있는 깊고 오묘한 맛을 찾아 알리고 싶다. 1등만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감칠맛을 찾고자 한다. 1등에 가려 음지에서만 살아온 외로운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보이고 싶다.


만나면 서로 좋은데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5년여 만에 다시 찾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이유다. 보람을 느끼는 일이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나온 글을 까페에 옮기고 싶습니다.


태그:#오마이뉴스, #IMF, #음지, #감칠맛, #에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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