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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17대 대선은 끊이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의혹으로 인해, ‘인물·도덕성’논란만 부각되고, 정책검증·공방이 실종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보도 역시 정책검증 보도가 부실해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 민언련은 도덕성 검증 못지않게 중요한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기획한 보도들을 모니터한 바 있다.(‘대선 후보 정책기획보도’에 대한 2007 대선 민언련모니터단 보고서/2007.10.12) 보고서는 유력 보수언론들은 심층 분석과 검증 없이 ‘수박 겉핥기식’의 정책보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6대 정책의제’ 중 ‘경제·노동 분야’(비정규직 의제)에 대한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보고서(2007.10.12)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요한 의제로 선정해 후보별 평가를 한 신문은 경향신문이었으며, 조·중·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 대선의제로 전혀 다루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6대 정책의제’ 중 ‘경제·노동 분야’(비정규직 의제)에 대한 2차 보고서이다. 이번 모니터는 10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의 6개 조간신문(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을 대상으로 모니터했다.

 

1. 기사 유형 분석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단연 ‘경제 살리기’이다. 후보들 모두가 ‘경제 살리기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경제·노동’ 분야 보도는 총 240건으로 비교적 많은 양이었다. (<표 1>참고)

 

 
보도 유형을 크게 ‘일반 스트레이트’, ‘해설/분석 기사’, ‘기획 기사’, ‘사설·칼럼’, ‘인터뷰’로 구분해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책을 비교분석하거나 전문가 분석이나 자체분석을 통해 공약을 구체적으로 검증한 기사는 부족했다. 총 240건의 기사 중 대선후보들이 유세현장에서 던진 발언을 보도하거나 공약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일반 스트레이트기사가 138건(57.5%)으로 전체보도의 절반을 넘었다. 반면,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거나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해설/분석’기사와 ‘정책 검증 기획기사’는 40건(16.7%)에 그쳤다.

중앙, <경제·노동>관련 정책 해설·분석기사·기획기사 한건도 없어
 
신문사별로는 조선·동아·중앙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중앙의 경우 전체 보도의 87.9%(29건)가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해설/분석기사나 기획기사는 단 1건도 없었다. 조선은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의 비중이 68.4%였고, 해설/분석기사와 기획보도는 각각 1건에 그쳤다. 동아 역시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가 62.3%였다. 하지만 9건의 기획기사를 내보내 조선, 중앙과는 차별성을 보였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와 ‘해설/분석기사+기획기사’의 비율이 1:1 정도의 균형을 이뤘다. 한겨레는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20건이었고, ‘해설/분석기사+기획기사’는 19건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도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가 18건, ‘해설/분석보도+기획기사’는 17건으로 한겨레와 비슷한 비율을 이뤘다.
 
2. 기획기사 분석
 
경제·노동 분야 기획기사 조·중·동 없거나 내용 부실
 
경제관련 기획기사는 중앙일보가 한건도 없었으며, 조선일보는 부동산 관련 1건뿐이었다. 동아일보는 이에 비해 <대선후보 공약 ‘1-5 지수화분석’>등 8건의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표2>참고)
 
 
동아일보는 대선자문단을 구성해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고, 이를 1~5 지수로 계량화하는 기획기사 ‘2007 대선 어젠다 1~5 지수화 분석’시리즈를 내보냈다. 먼저 ‘경제-남북관계’ 분석은 각각 8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경제 분야는 5에 가까울수록 민간 자율 확대, 시장중심, 감세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정책계승-교체분야’ 분석에서는 두 후보의 주요 정책 공약 10개를 대상으로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현 정부 주요 정책을 계승하고, 5에 가까울수록 교체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획기사는 두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보기 쉽게 지수화 하여 유권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의 공약만을 비교해, 이번 대선을 양자 대결로 틀 짓고 다른 후보의 정책은 배제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아울러 분석기준의 편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동아일보는 “경제 분야는 지수가 높을수록 친(親)시장적이며 민간자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고, 또한 “5점에 가까울수록 해당항목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친시장적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실천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는 방식이어서 시장주의적 경제정책을 유도하는 동아일보의 속내를 드러냈다. 동아일보의 분석결과, 각기 다른 10개 항목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보다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설문 항목의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예컨대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완화’라는 항목은 용어 자체가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하고 차별적이다’라는 의미를 인상을 준다. 따라서 유권자가 이 기사만 봤을 때, 정동영 후보는 ‘합리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1.6점으로 낮고 이명박 후보는 4.1점으로 높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기업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 출자총액 제한’, ‘반독점 규제’ 등은 ‘차별적 규제’라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유지해야 할 합리적이고 필요한 규제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이처럼 자칫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항목보다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의 구체적인 공약의 차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동아처럼 높고 낮은 점수로 처리할 때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누구에게 유리한 정책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편 조선일보의 경제·노동분야 관련 기획기사는 단 1건에 그쳤다. 조선일보는 11월 22일 <부동산 어떻게 바뀔까?>에서 주요 대통령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상세히 소개하고, 차이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선 역시 비교 대상을 이명박-이회창-정동영 세 명으로 한정해, 진보·소수 후보들의 정책은 배제시켰다.

한편, 중앙일보는 모니터 대상 기간 동안 단 한건의 기획기사도 검색되지 않았다. 대선경쟁이 본격화된 10월 20일부터 11월 말까지 단 한건의 기획기사도 없었다는 점에서 선거보도의 기본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겨레·경향·서울은 보수신문에 비해 경제문제에 관심 많아
 
한겨레는 대선자문단 자문위원과 ‘100인유권자위원회’(한겨레와 참여연대가 함께 기획)신청자들이 함께 참여해 전문가의 시각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검증하는 기사를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이 기획은 유권자들이 정책토론회에 직접 참여하고, 그 내용을 지면에 반영해 정책보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유권자위원들에게 각 후보들의 핵심 정책·공약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증과 토론을 거친 뒤, 전체 평가를 내리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경제이슈를 중심으로 쟁점을 분석해 전달한 <2007대선 이것이 쟁점이다>도 시의성과 참신성이 빛나는 기획이었다. 한겨레는 10월 22일 <이, 대기업 중심 ‘규제완화’ vs 문, 중소기업 육성 ‘사람중심’>에서 기업인 출신 두 후보의 경제정책의 차이점을 상세히 전달했다. 이 기획기사는 여·야, 지지율 1·2위 후보를 단순 비교하는 기존의 분석틀을 넘어 대선의 최대쟁점인 ‘경제’정책을 중심에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양 후보의 정책을 비교해 참신성이 돋보였다.
 
11월 16일 <잃어버린 10년 vs 되찾은 10년> 기사도 보수진영과 개혁진영의 경제담론 경쟁을 실증적으로 살펴본 참신한 기획이었다. 다만 이 기사의 경우 ‘잃어버린 10년’ 주장을 보수진영의 이데올로기 공세라고 규정하며, 개혁세력의 정치적 무능이 불러온 반발이라고 진단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보수 세력의 과장된 담론과는 별개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왜 이렇게 나빠졌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진단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경실련과 함께 후보들의 핵심공약을 분석하는 보도를 진행 중이다. 경향신문은 이와 더불어 대선 핵심쟁점인 ‘경제’분야를 특화해 경제개혁연대와 공동으로 경제공약 분석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타 신문사에서는 볼 수 없는 경제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 기획기사의 특징은 평가에 참여한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 뚜렷이 드러나 색깔이 분명하다는 데 있다.

예컨대 정동영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해 “영·미형 모델을 기본 틀로 해서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강소국의 유연안정성(flexibility) 요소를 가미한 정도”라고 논평하며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좌파'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나라 보수 진영의 이념적 편협성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 정동영 후보가 금산분리 고수를 주장하며 이명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실제 정 후보 자신도 흔들린 적이 있다”며 “5년 전 새천년민주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는 공적자금 투입에 의해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상향조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한편, 문국현 후보의 사회적 대타협 방안에 대해서는 “문 후보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노사정 외에도 비정규직, 여성, 농민, 실업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견을 가진 주체들이 참여하는 국가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가 합의사항의 추진 성과를 국가미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는 점에서 구체화되었다”고 평가해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처럼 평가자의 호불호를 드러내는 평가는 자칫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다’는 식의 틀에 박힌 분석보다는 옳고 그름을 뚜렷이 드러내 판단을 돕는 장점이 있다. 이 기획은 진보·보수 모두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문제는 자신들의 편향성을 객관주의로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에 있다. 결국 판단의 유권자와 독자의 몫이다.

또 다른 경향신문 기획기사인 <시민토론, 후보를 말한다>는 유권자 참여의 통로가 되고 있다. 두 번째 시리즈인 <이것이 궁금하다…각 캠프 참모들과 Q&A>는 여러 유권자들이 참여해 각 캠프와 질의·응답한 내용을 지면에 반영했다.

서울신문은 <정책선거 원년으로>를 기획하고 역대 대선공약에 대한 해부를 시작으로 후보들의 공약 검증을 함께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모니터 기간 동안에는 단 2건밖에 연재되지 않았다. 11월 5일 <사람·中企 중심 ‘이상적 경제’ 시험대에>, <분권형 대통령제추진…“정치토양과 괴리”, 지방세 인하·국세전환…“중앙정부가 못해”>는 문국현, 이인제, 심대평 후보의 공약을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특정 단체와 공동기획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개혁·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의 주요 공약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장·단점을 상세히 전달한 점이 돋보였다. 다만,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도를 감안해 기사 분량”을 차별화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비록 지지도는 낮지만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경청해야 할 주장과 정책을 들고 나온 후보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3. 의견기사 분석
 
조·중·동, 일반기사보다는 의견기사 많고, ‘규제완화’, ‘친 기업’ 위주 주장 많아
 
 
보수언론은 보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사설과 칼럼을 실었다. 조선은 9건, 동아는 무려 11건이다. 보수언론의 사설·칼럼은 주로 특정 후보의 경제관을 비판하거나 ‘성장우선’, ‘친 기업’, ‘규제완화’ 등 ‘시장주의 원리’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조선의 경우 사설은 단 1건에 불과했고, 칼럼은 8건이 있었는데 정동영 후보의 ‘경제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조선은 11월 23일 <정 후보가 잘못 짚은 ‘정글 자본주의’>라는 칼럼에서 “정동영 후보의 ‘정글 자본주의론(論)’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 같다”며 “다른 이슈들이 워낙 컸던 탓도 있겠으나 사실은 정글 자본주의란 개념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보냈다. 칼럼은 “우리가 걱정하고 대비해야 할 정글 자본주의는 바로 이런 것(해외투기펀드 시장)이지 ‘20%가 80%를 착취한다’는 허구의 정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1월 2일 칼럼 <‘20대80’사회의 진실을 아는가>에서는 ‘20-80의 법칙’은 “사회의 생산 엘리트가 일을 못하면 전 사회가 불행해짐을 보여주는 이론”인데, “좌파 집단들은 이 법칙을 민중을 선동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활용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이 칼럼은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정책을 “20%는 잘살고 80%는 버려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 자본주의”라고 질타했다”고 지적하며 “정 후보의 극단적 반(反)자본주의 사상도 문제지만 더 고약한 것이 국민을 20% 집단과 80% 집단으로 나누어 적대(敵對)시키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칼럼은 이어 “포퓰리스트(대중 영합주의자) 집단은 “20%만 일류대학에 가지 못하게 하자”, “부자들에게 중과세해 80%에게 나누어 주자”, “정부가 빚을 내서 80%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 따위의 구호로 민중을 유인한다”며 “그러나 이것이 시민 기업 노동자 정치가 시민단체 등 나라의 모든 집단에게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키고, 경쟁과 근로의 의욕을 말살시킴은 말할 나위도 없다”는 주장을 담았다.
 
중앙은 주로 사설을 통해 ‘성장론’과 ‘시장중심주의’를 주장했다.

중앙은 10월 30일 <기획사설-차기 대통령, 이것만은 해야 한다: 일자리 만들 성장 동력 찾아야 >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어쭙잖은 분배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다 성장도 분배도 다 놓친 것”이라고 비판하며 “그 최일선 피해자는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성장이 있어야 복지도 있고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가장 확실하고도 손쉬운 방법이 규제를 푸는 것이다.…각종 규제만 확실히 풀어도 단숨에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11월 16일 <기획사설-차기 대통령, 이것만은 해야 한다: 징벌적 부동산 정책, 시장 중심으로>에서는 “가장 시급한 것은 주택시장의 정상화”라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나 원가 공개와 같은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왜곡한 부동산 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종부세 대상 주택가격을 높이고,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면세 혜택 등 단기적 완화 방안 마련”, “양도세 완화”를 주문하는 한편 “재건축에 대한 규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사설을 통해 ‘부자공격’을 비판하며, ‘성장위주 정책’, ‘구제완화’, ‘불법파업 엄단’ 등을 주장했다.

동아는 10월 24일 사설 <후보들, 경제 선순환 시킬 규제개혁플랜 내놔야>에서 “정부 규제 중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거나 시대에 뒤져 있는 것들이 많다”며 “기업들은 규제를 되레 늘리는 현 정부 아래서는 더 기대할 게 없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대선 주자들은 지역감정에 불을 지피는 공약 개발은 그만두고 규제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드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하며 “그래야 혈세 낭비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려 국민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13일 <대선 후보들 ‘중산층 복원’ 행동계획 있나>에서는 “중산층을 키우려면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적극적인 성장정책을 써야 일자리가 생긴다”며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아는 또한 “시장원리를 거슬러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면 중산층 축소를 재촉할 뿐”이라며 ‘시장원리’를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사설에서 진보·개혁세력을 겨냥해 “ ‘20 대 80 사회’를 강조하며 양극화 의식을 부추기는 전략은 득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하며 “부자를 정치적으로 공격할수록 사회가 갈가리 찢기면서 돈과 사람의 해외 탈출만 가속된다.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일갈했다.

10월 29일 <‘법대로 세상’을 위한 불법 파업 배상 판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우리 노사정 문화에서는 ‘법대로’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기업의 근시안적 대응도 문제지만, 말로는 엄정 대응을 되뇌면서 불법과의 타협을 부채질하는 정부가 더 나쁘다”며 참여정부를 겨냥하는 한편, “힘을 과시하려는 듯이 노사문제에 법을 넘어서서 개입하는 정권이 또 탄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노사관계에 대한 법치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동아는 11월 29일 사설 <無職家長들의 분노 키우는 물어뜯기 大選판>에서 “각 후보 진영은 무엇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지, 구체적인 정책대결로 날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에 투표일을 불과 20일 앞둔 지금까지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전(誹謗戰)에 매달리고 있다”며 ‘BBK 검증공방’을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전’으로 호도하기도 했다.
 
한겨레·경향·한겨레, 서민·중산층 위한 경제정책 강조
 
한겨레, 경향은 분야별 기획사설을 내고 ‘균형성장’과 ‘질 좋은 일자리’를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금산분리 시기상조’를 주장했고, 칼럼을 통해서는 ‘경제성장률 경쟁’과 ‘감세’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11월 26일 기획사설 <서민·중산층 살찌우는 균형성장으로 가자>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은 성장만 하면 저절로 국가경제가 살찌고 국민이 잘살게 된다는 1970~80년대식 경제개발론이 이제는 통하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하며 “수출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편중된 경제구조를 바꿔 고용을 창출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진영의 감세론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의 초점을 중소기업에 둬야 한다”며 “이것이 진정한 성장 동력 확충”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경제정의 확립이야말로 선진국 진입의 전제조건”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경영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몇몇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허울 좋은 고도성장론과 무차별적인 기업규제 완화 및 금산분리 완화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국토개발론 등에 찬성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히며 “대기업만 살찌우는 고도성장보다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살리는 균형성장,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경제정의 확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11월 27일 사설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에서는 “경제성장만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나 불안정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노동시장 양극화와 불안정을 극복하려면 노동시장 정책의 틀과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고용조정이나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수량적 유연성’이 아닌, 교육훈련과 작업조직 개편 등을 통해 노동자의 능력을 키우는 ‘기능적 유연성’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적 노동정책”, “최저임금 수준의 현실화, 연대임금 정책”, ‘노사관계의 산별체제 전환’ 등을 주문했다.


경향도 한겨레와 마찬가지로 대선기획 사설로 경제 분야를 선택했다.


경향은 11월 29일 <‘균형 있는 성장전략’이 불안 극복의 관건>에서 “성장률만 높이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낡은 패러다임”이라고 규정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고용 있는 성장’의 결과로 나타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제대로 된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성장구조, 경제구조를 갖춰나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 있는 일자리가 더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감세주장에 대해서는 “‘세금은 깎고 복지는 확대하겠다’는 모순된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후보 자신의 정체성이나 지지층과 관계없이 국민 모두로부터 표를 얻겠다는 대표적인 인기영합 자세”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1주택 장기보유자의 세 부담 완화 등 불합리한 부분은 미조정해나가는 정책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거나 은행업의 발전방안을 세우는 일은 언제든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한 당위성이 무조건적인 규제 철폐나 금산분리 완화의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돼야 마땅하다”며 금산분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10월 22일자 사설 <금·산 분리 완화 시기상조다>에서 금산분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신문은 이 사설에서 “기업의 투자를 발목 잡는 각종 규제는 더욱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산 분리정책을 기업 투자의 애로 요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금산분리 주장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서울은 “법으로 규제하든 규제하지 않든 산업자본의 금융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우리의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 투명화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도 미흡하다는 게 지배구조 분석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금·산 분리완화는 시기상조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신문은 외부 필자가 기고하는 2007 대선 릴레이 시론을 연재 중이다. 이 시론들에서는 대선 판을 뒤덮고 있는 주요 경제담론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들이 담겨있다.

우선 11월 7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경제성장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4만 달러 시대로 가는 동안 치러야 할 희생은 누구의 몫인지, 눈앞의 현실인 비정규직과 근로빈곤층의 고통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경제성장을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다”는 의견이 실렸다.

 

11월 9일 <경제성장률 공약의 함정>에서는 “잠재성장률이 4% 내지 5% 정도인 경제에서, 그것도 총알 같은 속도로 노령사회로 질주하는 경제에서, 달랑 5년만 집권하는 대선 후보들이 겁도 없이 7% 또는 심지어 8%의 경제성장률을 운위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들의 ‘경제성장률 경쟁’을 꼬집었다.

 

또 11월 16일 <복지 확대와 감세 약속은 사기다>에서는 “국민의 증세에 대한 저항이 크고 복지 확대에 대한 열망 또한 크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감세와 복지 확대를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감세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전달했다.

 

나가며

 

“후보들에게는 보다 수준 높은 정책 경쟁을 펼쳐야 할 책임이, 유권자들에게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그 정책들을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첫 TV 합동토론 열린 다음 날 “‘BBK’노래 한 곡만 틀어대던 대선 판에서 처음으로 정책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조선일보’가 던진 주문이다. 옳은 소리다.

하지만 한 가지가 더 해져야 한다. 언론에게는 후보들의 정책을 유권자에게 충실히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언론은 이런 의무를 충실히 한 이후에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낼 일이다. 그러나 유력 보수신문들은 사설과 칼럼을 동원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만 열을 올린 채, 정책검증은 무시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가십성 보도를 일삼는 보수언론의 행태에 견주어 볼 때, 이명박 후보를 벌써부터 대통령 당선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반면, 개혁성향 신문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책검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검증은 각 후보들의 정책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으며, 이 정책들을 유권자의 눈에서 전달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경향신문의 경제 분야 집중검증은 대선 화두인 경제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전달하고 있으며, 기계적 중립이라는 보도 관성의 틀을 과감히 깨는 참신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신문은 릴레이 기고를 통해 주류의 시각에 맞서는 경제인식을 설파하고 있다. 남은 대선기간 동안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민언련#경제#노동#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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