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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정권 교체 논리의 핵심 화두다. 이 화두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잃어버린 100년'의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지난 100년,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혹독한 고통의 세월이었던가. 망국에 분단·전쟁·독재·남북간의 적대적 대결 등으로 살육과 탄압이 난무한, 역사상 가장 불행한 치욕의 기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 길고도 험난한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우리 민족의 통일과 번영의 장정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웃나라들과 당당하게 평화의 역사를 이루어 갈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분단 고착, 민족간 대결, 전쟁 등으로 나락과 쇠망의 터널로 빠져 들어갈 것인가, 엄중하고도 절박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은 내년 2월 26일 대표적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닉의 평양공연을 결정했다.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방문 행사에 대한 미국의 화답인 셈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3일 북한을 방문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박의춘 북한 외무상에게 전달했다. 이 친서는 '존경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로 시작해 '진심으로'라는 말로 끝난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이 관계 개선이 과연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종전선언, 한반도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로 이어질 것인지, 우리로서는 중대한 관심사다.


그래서 10·3선언대로 북한이 연내 영변핵시설 불능화 조치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마칠 것인지, 미국도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대북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무역적성국 삭제를 이행할 것인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 내'인 내년까지 북핵 해결을 목표로 삼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에 나섰고, 북한의 행동 조치도 순조롭다는 점, 지난 1년간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상당히 좋아져 상호 신뢰가 형성됐다는 점 등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펼칠 절호의 기회다. '100년 만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4년 주기의 반복적 위기를 끝내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 소중한 기회를 놓쳐 오히려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런 반전의 위기를 벌써 몇 번째나 겪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1994년 핵위기 때 제네바 합의로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맞았지만, 그 이후 어떤 사태들이 벌어졌던가. 1998년 금창리 위기를 비롯해 2002년 우라늄 핵위기,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등 한반도에는 핵위기가 4년마다 반복적으로 들이닥쳤다.


이제야말로 4년 주기의 반복적 위기를 끝내도록 해야 한다. 위기의 반복은 결국 폭발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고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의 평화를 스스로 지키려는 자립과 자주의 노력이다. 과거 이웃 강대국들로부터 온갖 침탈의 역사를 겪어오지 않았던가.


망국과 분단·전쟁·냉전 등의 과정에서 겪은 모든 희생과 시련들이 엄혹한 국제정치의 결과로 나타난 것임을 역사의 교훈으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가 국제적인 평화와 협력의 바탕에서 가능한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의 평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북핵 문제가 잘 풀리는 쪽으로 진행돼 왔지만, 여러 가지 돌출 변수가 지뢰처럼 매복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북 강경세력들의 발호로 북미 관계가 언제 교착상태나 위기 국면으로 빠지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강경파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한반도 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아직 살얼음판... 부패는 바로 망국의 씨앗


한반도 평화는 아직 살얼음판을 벗어나지 못한 단계다. 평화의 철학과 의지·지혜·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지난 10월 북한 핵실험 때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 대신 '전쟁 불사론' '북한 봉쇄론' 따위로 전쟁 위기의 불을 지핀 행위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수구냉전 세력의 호전적 대결 행태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수구냉전 세력의 부패와 비리 행태다. 부패는 바로 망국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가 쇠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도 바로 부패세력의 발호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맹자는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다투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며 부패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처럼 위험한 부패를 막고 나라의 기강을 세우기 위한 방책으로 조선시대에는 청백리라는 제도가 있었다.


청백리는 '청요'라고도 불렀는데, 요직에 있으면서 그 임무를 청렴검직하게 수행하는 관리를 뜻했다. 순조 때까지 이런 청요들이 215명이나 나와 나라 기강의 주춧돌 노릇을 했다.


중종 때 김정국이라는 정승은 평소 "벼슬을 살면서 재산을 늘리는 것은 허가받은 도둑의 짓"이라며 벼슬이 오를 때마다 오히려 집을 줄여나갔다. 그는 벼슬과 명예에다 돈까지 욕심내면 안 된다며 주위의 만류도 듣지 않았다.


이런 청요가 헌종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맹자가 지적한 대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드는 부패세력이 활개를 치고 나선 것이다. 조선 왕조의 쇠망이 시작된 것이다.


평화세력의 분열은 역사적 과오 넘어 범죄 행위가 될 것


 

요즈음 어느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판을 치고 있다. 탈세·자녀 위장전입·취업, 땅떼기 등 온갖 범죄 사실과 비리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막무가내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 교육청이 수성구 위장 전입 사실 확인에 들어가자 위장전입 학부모들이 "대통령 후보도 했는데"라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위장 전입자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오늘의 도덕 불감증을 반증하는 사례"라며 "도대체 한국의 사회가 어디까지 불법과 변칙으로 얼룩지게 될지 참으로 개탄스럽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좀 있더라도 "경제만 발전시키면 된다"며 '묻지마 지지'를 한다지만, 부패가 판치는 상황에서 경제가 발전할 턱이 있겠는가. 어찌됐던 '고기'만 먹으면 된다고 '썩은 생선'을 삼키면 탈이 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을 호전성에다 부패, 비리의 욕심까지 두루 갖춘 세력이 발호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민족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역사의 뒷걸음질 정도가 아니다.


'잃어버린 100년'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민족의 평화를 걱정하는 세력은 엄중한 역사적 책임을 위해 결집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평화세력의 분열은 역사적 과오를 넘어 범죄 행위가 될 것이다.


태그:#잃어버린 10년, #청백리, #부패세력, #북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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