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토요일휴무일을 맞아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에서 주관하는 '찾아가는 아카이브(문서, 기록 - 기자주) 스쿨 기록문화탐방'에 1박 2일간 참여하였다.
기록문화탐방 구성원은 대전과 충남의 역사 교사로 국가기록원 홍보서비스팀의 특강과 안내로 이루어졌다. 40명이 참여한 이번 답사는 대전에 위치한 정부제3청사 안의 국가기록원 전시관 관람을 거쳐 경북 안동의 유교문화박물관과 내 앞 마을을 탐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전에서 안동까지는 3시간 남짓 걸렸다. 저녁을 먹고 김희곤 안동 독립기념관장의 특강이 이어졌다. 강의 주제가 ‘주변에 흩어져 있는 기록, 어떻게 발굴·활용할 것인가?’인데 2시간 동안 역사 교사 40명은 즐겁고 유익한 내용에 몰입했다. 그 중 한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 관장님의 어머니가 몇 년 전 칠순잔치를 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노래방 기계를 대신하여 김 관장님이 어머님의 70평생 사진을 모아서 만든 파워포인트를 보여주며 간단한 설명을 하였다. 참석한 이웃과 일가족들은 어머니가 시집 오기 전까지 사진은 듣기만 하다가 시집온 후의 사진에서 자신들의 모습이 나오자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그때의 힘든 시간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 기록을 통해 한 여자의 70년 인생을 함께 되짚어보고, 그 삶의 시간 속에 녹아있는 친족의 끈끈한 정과 이웃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옆자리에 앉았던 신익수 선생님은 기록 자료의 소중함을 생활 속에서 느끼고 실천할 수 있게 한 좋은 사례라며 극찬하였다.
안동 유교문화박물관에 이어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에 갔다. 일본강점기에 활동한 안동의 독립운동가와 관련한 사진과 문헌자료 등을 연구하여 2007년에 문을 연 기념관이었다.
나에게 안동은 이황의 도산서원과 관련하여 유교문화의 본산으로만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통하여 안동이 조선의 모스크바였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 단체 등의 대부분이 안동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대전 과학고의 윤세병 선생님은 이옥수 할머니의 이야기를 했다. 이옥수라는 평범한 할머니가 40년 전 자녀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계속 사진을 찍어 무려 1000여 장을 모았다. 목적은 자식들이 분가할 때 앨범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이 사진들이 기록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사진전도 열리고 생활사를 보여주는 자료이기에 서울시가 그 사진들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기억은 역사로 남고,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아카이브스쿨 기록문화탐방을 통하여 대전 도심 속에 섬처럼 떨어져 있는 정부제3청사속의 국가기록원을 알게 되었고,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사진, 학생들의 낙서, 일기장 등도 훌륭한 기록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아가 ‘기록문화’에 대한 가치가 역사수업으로 이어져 개인의 삶과 흔적 또한 소중히 간직하고 다듬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