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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여의도에 전세로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양모 부장은 월 수입이 세후로 5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적지 않은 급여지만 저축은 거의 못한다.  그렇다고 양 부장이 소비성 지출이 많은 것도 아니다.  양 부장의 4가족 월 평균 기초생활비는 180만원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두 자녀가 5세, 3세로 아직 어리기 때문에 교육비 지출도 많지 않다.  문제는 생활비를 쓰고 남는 320만원이 다 새로 입주할 아파트 자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중 약 100만원은 주택마련 이자비용으로 지출되고 남는 돈 220만원 정도는 아파트 중도금으로 나가고 있다.  결국 저축은 하나도 못하고 있다.

양 부장은 3년 전 강남에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였다.   입주는 내년(2008년) 가을이다. 분양가는 약 6억원 정도이며 이로 인한 대출이 2억5000만원 발생하였고 중도금과 잔금을 합쳐 2008년 가을 입주 시까지 75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대출이자로 매월 100만원이 들어가는 데 이중 8000만원은 그나마 조합에서 무이자 대출을 주선했기 때문에 실 이자부담은 1억7000만원에 대해서만 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금 납부를 위해 매월 220만원 정도를 수시 입출금식 예금에 모아 두었다가 중도금으로 내고 있다.

입주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 1억6천만원으로 잔금과 일부 대출금을 상환한다고 하지만 입주 후에도 대략 1억6500만원 정도의 부채가 남아있게 된다 (매월 발생하는 소득으로 부채규모는 다소 줄 수 있으나 입주 시 들어가는 등록세 등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부채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양 부장 부부는 내년 가을이면 입주를 하게 되어 원하던 내집에 살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현재는 저축도 못하고 대출금 이자와 중도금 마련에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한다.

내 집이 없는 위험보다 더 큰 위험들

올해 들어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 때문에 많은 가정들이 무리해서 집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내 돈으로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안정되면서 무리한 집장만의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이 제출한 국감자료에 의하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현재 217조 8000억원이었으며 최근에는 2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규제와 아파트가격 안정으로 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8%를 넘어섰다.  작년말 대비해서 1%포인트가 올랐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최소 2조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에는 CD금리 상승으로 실제 대출을 받고 있는 가정들이 체감하는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야 할 이자금액 증가로 인한 고통은 물론이고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인해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집장만으로 인해 꼭 필요한 미래 자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가정들이 많다는 점이다.

40대 초반인 양 부장은 나이에 비해 자녀들이 5살, 3살로 매우 어리다.  그리고 향후 10년 이상을 현직장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지도 불확실하다.  정년이 보장이 안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10년 후의 자녀 교육비 마련과 노후대책에 대한 무방비는 매우 비참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최후의 보루인 집은 마련했다고 하지만 입주후 남게되는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과 매년 내야 하는 보유세 부담도 급여생활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더군다나 양부장이 입주하게 될 아파트는 현시세로 9억원가량에 거래되기 때문에 입주 후 종부세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들어서게 될 새로운 정부가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더라도 종부세를 제외한 보유세 자체에 대한 부담도 해마다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유세는 과표적용율이 현재의 50%에서 2008년부터 매년 늘어나 2017년에는 100%로 늘어나게 된다.  즉,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보유세만 2배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경제환경이 변하면 생각도 바뀌어야...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양 부장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 부장은 근무여건 상 10년 후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꼭 필요한 자금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녀 교육비와 두 부부의 은퇴자금이다.  현재와 같이 집 관련 자금 충당으로 모든 저축여력을 빼앗긴다면 얼마 남지 않는 소득기간이 지나가 버린 후 집만 남게 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담보대출은 상환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녀들 교육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은퇴 후 생활비도 준비해야 한다.  더군다나 보유한 아파트에 대한 세금도 은퇴 후에는 지속적인 부담으로 남는다.  게다가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향후 오히려 하락하거나 별로 오르지 않는다면 집을 줄이거나 처분해서도 원하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2015년 경이면 베이비 붐 세대(1953년~1963년 출생자)들이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게 되며 부동산 시장의 수요공급이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예,적금에 들어있던 자금이 펀드를 비롯한 투자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야 미래에 낙오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래에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리려면 개인의 자산을 한 곳에 올인하지 말고 여러 유형의 자산으로 분산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구체적인 소득기간을 예상해보고 원하는 자금을 그 기간 중에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무리하게 내 집마련에 올인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때가 현실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무리한 주택마련#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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