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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BBK 수사발표'가 대선정국을 요동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들의 표심은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일상 업무를 중단한 채 전국을 돌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계급투표'를 호소하며 대선 올인을 선언하였다.

 

이 위원장은 7일 경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조합원 대상 교육에서 "2007년 대선은 사회양극화를 구조화시킨 사이비개혁세력과 보수수구정치세력을 심판하고 민중의 삶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진정한 진보세력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행복 8010'전략을 제시했다.

 

"80만명이 10표씩 800만표를 몰아주자"

 

민주노총이 계급투표를 선언하며 제시한 '행복 8010' 전략에 대해 이위원장은 "80만 조합원이 각자 10명씩을 조직하여 800만표를 노동자 후보에게 몰아주자는 것이며, 이 투표의 구체적 목표는 권영길 후보의 당선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러한 목표는 가능할까?

 

민주노총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7년에는 '국민승리21'이라는 정치조직으로 30만표 획득에 그쳤던 민주노동당이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총의 조직적인 지원 아래 95만표를 획득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위원장이 주장하는 '계급투표'란 한마디로 노동자 문제는 다른 집단이 아닌 노동자 계급 스스로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당연히 노동자는 노동자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는 여러모로 따져봐야 할 듯하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것 같지만 대선이 17대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97년 대선 당시에도 "50만 조합원이 한 명씩만 조직해도 100만표를 얻을 수 있다"며 계급투표를 주장했으나, 결국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직까지 한국사회의 노동계급은 정치적으로 스스로 분리정립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며, 노동자라는 계급 정체성보다는 사표심리와 지역정서 등에 기반을 두고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투표하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17대 대선은 이른바 개혁세력이라고 칭하는 범여권의 몰락으로 대중은 급격히 보수주의에 포획되어 갔고 민주노동당은 더욱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석행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제주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서울, 경남, 경기를 포함하여 9개 지역을 훑어가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800만표 몰아주기를 역설하고 있으며, 18일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모든 일정을 마칠 계획이다.

 

민주노총 계급투표 VS 한국노총 연대투표

 

또 민주노총의 계급투표 전략은 한국노총의 연대투표 전략과 비교되어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7일까지 정책연대 지지후보 선출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마감한 한국노총이 사실상 이명박 후보를 정책연대 후보로 결정하고 10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을 선언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이번 양대 노총의 투표전략이 저조한 지지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권영길 후보에게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효과가 나타날지, BBK 수사발표에도 견고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고공행진에 더욱 힘을 보태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과연 이석행 위원장은 권영길 후보에게 800만표를 밀어줄 수 있을까? 이번 투표 결과가 내년에 이어질 총선에 상당부분 그대로 반영될 여지가 큰 점과, 마땅한 반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을 생각할 때 궁금증이 더해만 간다.


#이석행#대선#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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