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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기자는 성공회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학기말, 특히 기말고사를 2주 정도 앞둔 대학교는 매우 분주해진다. 각 학과 학생회장 선거, 총학생회장 선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각 동아리들의 정기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반 강제적 클럽활동에서 벗어나 뜻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 이루어지는 동아리 문화는 '대학사회의 꽃'이라고 할 만큼 오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역사는 크게 급변하고 있다. 각 동아리의 활동에 학우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부터 3일간 성공회대 공연분과 그룹사운드 동아리 두팀과 힙합동아리 한팀의 공연이 있었다. 각 팀마다 하루씩 배정받아 공연했다. 저녁 7시부터 공연이 시작인데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동아리 공연자들의 얼굴은 울상이다.

 

동아리 멤버들 수보다도 관객 수가 적었다. 공연장 밖으로 나가보니 많은 학우들이 귀가중이었다.

 

'저희 공연합니다! 와서 보고가세요!'

 

아무리 외쳐보아도 허사였다. 결국 공연은 30분 정도 늦춰졌고, 230~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좌석엔 빈 곳이 훨씬 많았다. 이튿날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았고, 28일엔 거의 '절정에 달했다'.

 

"각자 주변사람들한테 문자돌려!"

 

동아리 회장의 지침에 따라 모두들 빠르게 손을 놀려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고, 결국 공연은 26일과 다르지 않게 빈좌석이 더 많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동아리는 여러 학과에서 모집되기 때문에 각 학과마다 몇 명씩만 관객이 와도 공연장을 메우는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학교의 공연에서 빈 좌석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연장 앞에서 귀가하는 학우를 붙잡아 인터뷰를 하였다.

 

- 오늘 동아리 정기공연 있는거 알고 계신가요?
"네. 아는데 애들도 다 안가고 저 혼자만 가기도 좀 그래서요."

 

공연에 대한 홍보는 학교를 뒤덮을 만큼 충분히 하는데, 정작 공연에 오는 관객은 없다. 많은 학우들이 대학 동아리 활동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는 성공회대학교만의 상황이 아니다. 인천 한 대학교 역시 동아리의 공연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대다수의 학생 때문에 썰렁한 공연을 해야만 했다. 서울의 몇몇 대학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관객이 너무 없는 공연, 아까 보냈던 문자의 회신들이 오기 시작한다. 대부분 학교 근처의 술집에 있다는 문자다. 동아리 구성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이미 한두 잔 술이 들어간 그들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술 한잔 하러가는 문화가 언제부턴가 대학 문화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학교 내에선 아무런 활동 없이 수업만 듣고, 수업이 끝나자 술집으로 달려가는 이러한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물론 술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진솔하고도 편안한 만남을 갖는다는 의미에선 비판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동아리 행사가 있음에도, 혹은 없음에도 수업이 끝난 후 술집으로 가버린다는 것은 대학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대학생으로써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일이 아닐까.

 

어느새 부턴가 대학생들은 스스로의 낭만을 찾지 않고 기성세대의 습관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대학은 산학협력교육의 장으로서 취업을 위한 중간단계로 전락하였고, 학생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끼와 역량을 발산하기보단 잘 짜여진 교육코스를 밟는 것으로 대학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차 대학교 내의 행사는 적어지게 되고, 대학생들은 재미없어진 학교를 말 그대로 취업을 위해, 졸업을 위해 다니게 된다. 이것은 구성원 스스로의 성찰 부족이기도 하며, 각 단위 대표자들의 역량 부족이기도 하다. ‘너무 재밌어서 휴일에도 가게 되는 학교’는 정말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인가. 우리 모두의 반성이 필요한 시기다.


태그:#대학문화, #공연, #대학공연,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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