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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나는 예쁜 꼬마 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 앉아 세상 소식 전해준다

지난 1979년 TBC방송에서 개최한 젊은이의 가요제 금상 수상곡인 라이너스의 ‘연’은 지금도 겨울이면 한 번쯤 들을 수 있는 노래다. 곡조도 정감이 가고 노랫말도 소박하면서도 순수해 옛 시절을 잔잔하게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명곡이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들은 후 아이들을 데리고 송정해수욕장으로 연날리기를 하러 가게 되었다.
     

 하늘을 수놓은 용틀임
하늘을 수놓은 용틀임 ⓒ 김대갑

 

한적한 겨울 바다에 도착하니 저 멀리에서 한 무리의 연이 하늘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쩜 저리도 많은 연이 하늘에 날리고 있는지. 연들의 위용에 놀라서인지 갈매기들은 단 한 마리도 겨울 바다에 나타나지 않는다. 연들은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연들의 모습은 용의 현란한 움직임을 닮아 있었다. 
  
맨 끝에 매달린 연은 비행기연이고, 그 아래에서 출렁이는 연들은 새 그림이 박혀 있는 비닐 연이다. 종이가 아닌 비닐이라서 다소 흥취는 떨어졌지만 겨울의 놀이인 연날리기가 저렇게도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연 날리는 아이
연 날리는 아이 ⓒ 김대갑


그 옆에 희미하게 날던 연 세 개가 바다로 점점 추락한다. 알고 보니 이 연들은 모두 연 장수 할아버지가 홍보용으로 날린 것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4시가 되었고,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기 위해 연들을 거두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옆에서 작은 꼬마 연들을 날리고 있었다. 비록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연이 아닌 문방구에서 파는 연을 날리고 있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작은 미소가 흐른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연을 보며 아이들이 담백한 눈웃음을 짓는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나의 마음속에도 조용히 내려앉는 꼬마 연들. 연 장수 할아버지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연실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저 할아버지는 내일도 나오시겠지. 손자에게 작은 연 하나를 쥐어 준 후 동네 근처에서 연을 날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추운 줄도 모르고 모여서 연을 날리던 그 시절의 친구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 세월은 참 무심히도 흘러간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용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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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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