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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일상에서 즐길 레포츠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한 장애인 인터넷신문에서 ‘핸드싸이클’이라는 장애인 스포츠 관련 기사를 읽었다. 재밌겠다 싶어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 한 카페에서 핸드싸이클 동호회를 찾았다. 마침 천안에서 동호회를 한다고 했다. 핸드싸이클이 뭔지, 그것 타면 어떨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천안까지 갔다 ..  인터넷신문 〈함께걸음〉 2007.2.27.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휠체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회에 나가는 선수로 보였는데 무척 빠르더군요. 다리를 저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들겠구나 싶었지만, 자전거 타는 기쁨에 견주면 그만한 힘겨움은 아무것도 아닐 테지요.

 ┌ 손자전거
└ 핸드싸이클(handcycle)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자전거를 만드는 곳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거의 나라밖에서 만들어서 사들이지 싶어요. 아무래도 이런 영향일 텐데, 다리가 아닌 손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가리키는 이름은 ‘손 + 자전거’가 아닌 ‘핸드(hand) + 사이클(cycle)’입니다.

 ┌ 손전화
└ 핸드폰(hand phone)


손에 쥘 만한 작은 크기,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를 일컬을 때 흔히 ‘핸드폰’이라 합니다. ‘핸드폰’이란 ‘손(hand) + 전화(phone)’예요. 그러니 우리로서는 ‘손전화’면 넉넉한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보다 ‘핸드폰’이라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그러고 보니, ‘환경책’이 아닌 ‘그린북(green book)’을 외치는 환경운동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 손물건 / 손으로 만든 물건
└ 수제품(手製品) / 핸드메이드(hand made)


손으로 만든 물건이라면 ‘손물건’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제품’이나 ‘핸드메이드’라고만 말하는 우리들이에요. ‘핸드메이드 가방’이니 ‘핸드메이드 자전거’니 ‘핸드메이드 비누’니 ‘핸드메이드 코트’니 하면서.

 ┌ 손가방 / 작은가방 / 가방
└ 핸드백(handbag)


‘핸드-’붙이 말이 언제부터 퍼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핸드백’을 생각해 보면, 이 말 역사가 짧지 않음을 헤아릴 수 있어요. ‘가방’이라 해도 되고, ‘손가방’이나 ‘작은가방’이라 해도 넉넉한데 굳이 미국말로 ‘핸드백’이라 했던 우리들이요, 오늘날까지 이 낱말이 사라지지 않고 두루 쓰입니다. 적잖은 여성들은 ‘손가방’이라 하면 유행에 떨어지거나 예쁘장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고, ‘핸드백’이라 해야 비로소 자기들이 들고 다니며 멋을 부릴 수 있는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물건을 물건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삶터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아끼고 우리 물건을 돌보는 마음이 모자란 탓도 있을 테고요. 또한, 우리 스스로 물건을 빚고 돌보고 가꾸며 살아가지 않으니까, 오로지 돈으로만 물건을 사서 쓰는 버릇이 배었으니까, 이처럼 말씀씀이와 생각마저도 서양 해바라기로 치우치는지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살려쓰기, #우리말, #우리 말, #손자전거, #핸드싸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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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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