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여수에 다녀왔다. 무슨 목적있었다기 보단, 맛을 찾아 간 짧은 여행이었다. 미식가도 아닌데 맛을 따라 길을 떠나는 일행에 끼어서 말이다. '여수 해물탕을 한 번 먹어 보면 다른 해물탕은 잘 먹지 못한다'는 그 말이 사실일까 확인하고 싶었다.
부산에서는 대개 얼큰하게 끓인 해물탕이 인기있다. 그런데 여수 해물탕은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고 펄펄 끓는 물에 야채와 게, 조개, 낙지 등을 살짝 익혀 각자 원하는 초간장이나 초장, 겨자와 곁들여 먹는 것이었다.
맛이 아주 담백했다. 더구나 살짝 익혀 먹는 야채 맛도 바다의 해물 맛을 돋웠다. 살짝 익혀서 그런지 씹는 맛도 있었고 배가 부른데도 자꾸 젓가락이 가게 만들었다. 해물을 우러낸 뽀얀 국물 맛은 아주 시원했다.
배가 부른데도 입맛이 당겨 자꾸 먹다보니, 내 앞에만 조개껍데기가 수북했다. 일인당 1만이라 가격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남은 해물과 국물을 졸여, 돌산 김을 바삭하게 구워 비벼 넣은 비빔밥은 너무 맛있었다.
'여수'하면 대개 자연의 풍광이 아름다운 미항으로 기억하기도 하고, 교육의 도시 또는 해양의 도시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의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바다가 많이 오염되었다고 하지만 여수 바다는 깨끗했다. "여행을 할 땐 음식 맛이 좋은 고장을 찾게 된다"고 어떤 여행가는 말했다. 여행객은 자연의 경관과 여행지의 문화답사 등을 관광 목적으로 삼기도 하지만 부수적으로 그 고장의 음식 맛 역시 고려한다.
여행의 목적지에서 여행객이 당면하는 문제는 먹는 일이다. 평소 늘 먹던 음식보다 그 지방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내가 먹어 본 여수 해물탕 맛은 먼 길 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