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25일) 일이 있어 차를 몰고 사무실에 들렀다 집에 가는 길. 성남 미금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옆 차선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건넸다. 옆을 보니 냉동탑차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나더러 손짓으로 창을 내려보라고 했다. 길을 물어보려나 하고 창문을 내렸더니 그 냉동탑차 운전하는 분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영광굴비 한 세트가 있는데요, ○○마트 납품하다가 남아서 버려야 하는 형편인데, 그냥 공짜로 드릴게요. 이거 홍보하는 거 아니고 돈 받는 거 아니거든요. 이거 굉장히 좋은 물건이에요. 절대 나쁜 물건 아니거든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해봤다. 그 비싸고 좋다는 영광굴비 한 세트를 아내에게 갖다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고…. 그러나 한편으론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납품하다 남았는데 왜 모르는 사람 즉 나에게 주려는 걸까? 혹시 저 아저씨가 나쁜 마음으로 내게 접근하는 건 아닐까? 냉동탑차 아저씨의 공짜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약 20초 동안 생각한 내용이다. 결론을 내렸다. 안 받기로 말이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괜찮아요"라고 짧게 말하고는 창문을 올리려는 순간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냉동탑차 아저씨는 한 번 더 목소리를 높여 가져가라며 차를 오른쪽 갓길로 대라고 했다. 냉동탑차 아저씨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 갓길로 향하고 있었고 나는 그냥 직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이라도 차를 우측으로 돌려 냉동탑차 아저씨에게로 가서 굴비세트를 받아올까 하고 말이다. 아냐, 공짜로 받아먹었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지? 혹시 굴비 속에 이상한 물질을 넣은 건 아닐까? 이런 복잡한 마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내 차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도로를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냉동탑차 아저씨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선의의 마음에서 공짜로 주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영업이나 이익을 위해 내게 접근하려고 했던 걸까? 만약에 전자의 경우라면 내가 괜히 착한 아저씨를 의심한 꼴이 되고 후자의 경우라면 내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인데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짜 굴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살다보니 이런 일을 다 겪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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