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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폐지, 대학평준화! 함께하면 현실이 됩니다!”

 

24일 오후 4시, 부산시청 앞 광장. 발칙한(?) 도발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민운동본부는 24일을 행동의 날로 정해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공동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고착된 대학서열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학벌이 사회적 신분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문제를 정면으로 타개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드디어 이들이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 함께 어우러진 문화제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본격적인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단순히 머리에 띠를 두르고 구호 몇 번 외치다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몇 가지 행사가 준비돼 있었다. 우선 부산대학교 풍물패연합이 풍물 공연으로 흥을 돋우었다. 걸쭉한 풍물소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어 디지털 고등학교 록밴드 ‘천음’이 바통을 이어받아 분위기를 주도해갔고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후 준비된 2부 순서에서 국민운동본부 부산공동실천단 회원들은 발언을 통해 고질적인 학벌주의의 병폐를 들추어내고 그 해결책으로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3분발언’ 시간에 마이크를 잡은 학생대표, 교사대표, 학부모대표는 그들이 처한 상황과 고통을 하소연하기도 하였다. 교실에서 희망고문을 당하는 학생, 사교육으로 허리가 휘는 학부모, 참된 교육을 할 수 없는 교사. 이들 모두 왜곡된 교육구조의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부터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 다짐은 결연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

 

3분발언 시간에 학생대표로 참가한 김강동욱(부산외고) 군은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른바 중학생들이 선망하는 특목고 학생이다. 특목고에 입학함으로써 지배학벌을 거머쥐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현 학벌체제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 교실에서 친구들과 대학평준화를 얘기하면서 평준화가 곧 하향평준화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설득했다. 대학평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실현되기 어려워보일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놓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의 68혁명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도 10대, 20대들이 일어나 지금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행복할 수 없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어요.” 

 

그가 입시에 볼모로 잡힌 10대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었다.

 

 
 

대학평준화 과연 가능한가?

부산공동실천단 이현숙 교사 인터뷰

공동행동 문화제가 끝난 후 부산 전교조 사무실에서 국민운동본부 부산공동실천단 이현숙 교사를 만났다. 대학 평준화의 방법과 이 운동의 특징, 향후 전략을 들어보았다. 그녀가 말하는 대학평준화는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의 의지 부족과 상상력의 빈곤이 가장 큰 문제임을 깨달았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론 대학평준화가 곧 하향평준화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평준화에 대한 오해이다. 오히려 현 대학서열체제가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구조다. 지금 대학에서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것이 아니면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다. 고착화된 서열에서 대학끼리 경쟁은 일어날 수 없다. 이것을 바꾸자는 것이다."

 
-어떻게 평준화를 이룰 것인가?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우선 국립대를 통폐합해서 국립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통합된 대학들은 서열이 없다. 그리고 대학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에게 모든 대학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다."

-프랑스의 예를 말하는 것 같은데, 프랑스 모델이 우리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본다."

-향후 운동 전략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운동방식은 상부에서 모든 지침이 내려오는 하향식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번 운동은 다르다. 우선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으며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운동의 문을 가장 넓혀 놓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학생은 회비 없이 가입할 수 있으며 성인은 1회 만원만 납부하면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회원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이번 운동 한 번으로 큰 위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서 큰 위력을 발휘할 날이 올 것이다."


태그:#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부산공동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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