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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서편제의 고장 보성군 웅치면에 자리 잡은 웅치초등학교(교장 정동기)는 전교생이 47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 소규모 학교다.

 

학교 가까이에는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를 자랑하는 일림산과 임금'제'(帝)자 모양의 기암괴석이 우뚝솟아 있어 나라가 어렵고 가뭄이 들 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던 신성스런 산으로 알려진 제암산이 자리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소규모 학교에 불과하지만 올해로 7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웅치초등학교는 자연녹지가 1만평이 넘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잔디밭과 아이들에게 푸른 꿈을 선사해 주는 143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다.

 

이 해송들은 한 때 전교생이 1200여명에 이르렀던 웅치초등학교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자연경관과 역사를 가진 학교도 농어촌 인구 감소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웅치초등학교가 전국음악줄넘기창작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휩쓸어 화제다.

 

음악줄넘기 전교생 대상 10년 넘게 실시돼

 

웅치초등학교 중앙 현관에 걸려있는 액자 속 빛바랜 사진들이 이 학교의 음악줄넘기 역사를 말해 준다. 1996년 1교 1운동 종목으로 줄넘기를 선정, 체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오다가 1997년부터 음악줄넘기를 학교 특수시책으로 도입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2002년 제1회 전국음악줄넘기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3년 최우수상, 2004부터는 내리 은상을 수상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전주에서 열린 제5회 전국음악줄넘기창작경연대회에서도 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같은 반 학생들끼리 축구팀 구성도 하기 어려울 만큼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해, 연습할 학생조차 뽑기 힘든 상황에서 이룬 쾌거여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체육복 차림으로 먼지가 날리는 운동장 한 구석에서 음악줄넘기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줄을 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학교에서 2년째 음악줄넘기 지도에 여념이 없는 김영애(47) 교사와 아이들을 만나 음악줄넘기가 어떤 점이 좋은지 들어봤다.

 

음악줄넘기는 아이들 비만예방 등 건강에 좋아

 

"음악줄넘기는 아이들 체력향상에 좋습니다. 어른들도 3분정도 뛰고 나면 숨이 차고 힘이 드는데 우리 아이들은 3분은 아무것도 아니죠. 아참, 우리학교에는 비만아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기나 잔병치레도 적은 편인 것 같아요. 꾸준히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실시해 온 음악줄넘기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김 교사는 아이들 인성 함양에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학교는 학생수가 적어서 6남매라고 하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형제처럼 모둠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활동을 많이 실시합니다. 교내에서 자체 실시되는 음악줄넘기 행사도 6남매 별로 실시합니다. 6학년 언니, 오빠들이 1, 2학년 동생들을 그렇게 자상하게 줄넘기를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당연 그러다 보니 왕따니 따돌림이니 하는 건 다른 나라 이야기죠."


특히 김 교사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는 계기로 작용하는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남 농어촌 학교에는 결손가정 아이들이 많은데, 우리학교 아이들도 만찬가지예요.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도 많고…. 하지만 전국단위 대회에서 대도시의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자부심을 갖게 되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가꾸어 주는 일 아니겠어요? 그야말로 우리 아이들은 줄을 넘어 이제 꿈과 희망을 넘고 있어요."

 

웅치초등학교 음악줄넘기 과제는 '연습할 공간' 
 

이 학교 정동기 교장은 "뙤약볕 아래 풀풀 날리는 먼지를 둘러쓰고, 어떤 날에는 찬바람을 맞으면서 연습하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큰 학교처럼 강당은 아니더라도 실내에서 편안하게 연습할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게 저의 소박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기초 기본이 바로서는 교육'이 평생의 슬로건이라는 정 교장은 "예전에는 교장이 바뀌면 나무가 움직였는데 지금은 교장이 바뀌면 교육프로그램이 움직인다"며 "교육은 백년대계인 만큼 교육자는 교장에 따라 바뀌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장이 바뀌더라도 추진되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웅치 음악줄넘기는 교장인 내가 바뀌고 또 다른 교장이 오고 가더라도 계속 추진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웅치초등학교가 살아있는 한 전통으로 함께 살아남아 숨 쉬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망교육21(www.ihop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웅치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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