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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주사 공무원이라서 불편하고 곤란할 때도 있지만, 자신이 공무원이라서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는 자신의 일이 자랑스럽고 보람있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김영순 주사공무원이라서 불편하고 곤란할 때도 있지만, 자신이 공무원이라서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는 자신의 일이 자랑스럽고 보람있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 송상호

“따르릉, 따르릉”
“예, 안성시청 주민생활지원과 김영순입니다.”


안성 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 전화하면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 김영순 주사가 전화를 받는다. 이제 공무원 길에 들어선 지 13년이 된 그녀는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한 평범한 가정주부 11단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 여성들이 겪는 고초 중 제일 공감이 가는 부분인 '자녀들에게 제대로 못 해줄 때 마음이 제일 아프다'는 것을 겪고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인 셈이다.

“면단위에서 11년 정도 사회복지 공무원을 하면서 제일 곤란한 것이 복지 대상자가 주는 것을 두고 ‘뇌물이냐, 선물이냐’를 판단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실제 사례가 이렇다. 복지대상자의 요구사항을 행정적으로 처리해주면 감사의 표시로 시골 어르신들이 옥수수, 밤, 무, 배추 등을 가져다준다고. 그 정도는 눈물겹도록 고맙지만,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신문지에 둘둘 말아 면사무소 책상에 뭔가를 던져주고 나가는 할머니를 쫓아가 “이런 거 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니 할머니가 무척 서운해 하셔서 할 수 없이 받아 들고 왔다는 김영순 주사. 그 속에는 껌 네 통이 들어 있었다고.

그 후 다른 어르신으로부터 또 한 번의 신문 뭉치를 받았다가 놀란 일이 있었다. 이번엔 껌이 아니라 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복지대상 어르신이 감사를 표시하고자 식사하러 나가자고 해도 안 할 거 같으니까 남의 눈도 있고 해서 그렇게 했지만, 돈이라는 이유로 김 주사는 한사코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 해 여름에 큰 수박 한 덩이를 자전거에 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어르신이 오셔서 정말 죄송했었다는 사례를 들으며, 요즘 터져 나오는 ‘삼성 비자금 의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의혹’ 등이 머리를 스친다. 단 돈 1만원으로도 이렇게 고민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들게 한다. 

지금도 떠나온 면단위 지역 복지대상 어르신들이 딸처럼 며느리처럼 여기며 가끔씩 전화가 오지만, 그래도 일선 면단위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연결해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 김 주사는 지금 시청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의 일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있을 때가 그립단다. 복지대상자와 직접 맞부딪치지 않으니 보람이 덜 하다는 아쉬움이라는 것.

“그래도 공무원이니까 제가 그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었지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그 어르신들에게 경제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겠어요. 그러니 공무원이라서 정말 보람이 있어요.”

가끔 밤늦게 야근을 하고 퇴근했을 때, 거실에 널브러져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거나 이미 문구점 문이 닫혀서 아들의 학교준비물을 그날그날 준비 못해 줄 때 마음이 무척 아팠다는 김영순 주사는 언젠가 공무원을 그만두는 날이 온다면 사회복지 대상자들에게 행정적으로 봉사를 했으니 그 땐 몸으로 직접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1일 안성시청 주민생활지원과(김영순 678-2212)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각 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 하는 일은 이렇다. 저소득층 복지와 함께 좀 더 폭넓게 일반서민 모두에게 다방면(의료비 지원, 생계비 지원 등)으로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개정된 사회복지보장법(2000년)이 생긴 후 각 시청 ‘주민생활지원과’의 역할이 커졌다. 예를 들어 갑자기 병원에 수술하게 되어 목돈이 들어갈 경우 자신이 저소득층 서민이라면 여기와 상담하면 된다. 최우선 지원이 안 된다면 차선 지원책을 다방면으로 구해주는 노력을 하니 망설이지 말고 일단 상담을 한 번 해보라.
단, 시청 주민생활지원과보다도 일선 읍면동 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과 상담하는 것이 행정 절차상 서로 용이하다는 걸 잊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이나 시청 주민생활지원과나 모두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행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동일하므로 동일하게 신뢰해 달라는 김영순 주사의 부탁도 잊지 말자. 상담은 각 읍면동 ‘주민생활지원팀’으로 하면 된다.



#주민생활지원과#김영순주사#안성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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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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