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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는 "이상한, 기묘한, 낯선"이라는 뜻으로,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이 10명 중 3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과 공동으로 '아토피 Zero 세상을 열자'라는 제목의 심층 기획보도를 진행하면서 아토피를 줄여나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생태지평 연구소는 이 기간동안 '아토피 Zero 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벌입니다. 많은 후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이소윤 어린이의 편지 '아토피가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생태지평 노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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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제로(Zero)를 위한 생태지평 후원의 밤' 행사
 '아토피 제로(Zero)를 위한 생태지평 후원의 밤' 행사
ⓒ 생태지평 장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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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아토피 제로(Zero)를 위한 생태지평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이 주최한 행사였죠.

축사와 인사, 어른들의 '말'이 끝나고, 두 어린이가 무대로 올라오더군요. 초등학교 3학년 민건이, 자기 키만한 기타를 들고 있습니다. 5학년 소윤이는 큼직한 '편지'를 쥐고 있습니다. 기타 연주를 시작해야 소윤이가 편지를 읽을텐데...긴장했을까요? 민건이가 조금 머뭇거립니다. 기다리다 못한 소윤이가 "시작해"라고 작게 말합니다.

하지만 마이크 덕분에 '어른들'에게는 그들의 대화가 다 들립니다. '이젠 시작하겠지'하고 앞을 바라보던 소윤이, 여전히 기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시작해"라고 속삭입니다. 그런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어른들 틈에서 살짝 웃음 소리도 새어 나옵니다.

마침내 민건이가 기타를 퉁깁니다. 비록 단조로운 가락이지만, 특별한 연주입니다. 민건이가 기타를 배운 이유가 다른 아이들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민건이는 항상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처음에는 엄마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저, 그러면 넘어진다고 주의만 줬답니다.

강민건 어린이는 이날 바이올린도 연주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강민건 어린이는 이날 바이올린도 연주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 생태지평 장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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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야 손으로 번진 아토피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타를 배우게 했답니다. 항상 손을 가리던, 주머니에 넣던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바이올린도, 단소도 가르쳤답니다. 당당하라고. 네가 창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민건이 엄마는 말합니다.

"자신을 내놓는 거 잖아요. 무대에 서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바라보면서 옛날 생각이 나고, 눈물도 났었죠. 그전까지는 뭐든지 감추고, 사람들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그랬으니까. 이젠 위축되지 않고 스스럼없이 뭘 하니까...행복해요."

'지금' 민건이가 많은 어른들 앞에서, 그것도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민건이 엄마가 자꾸 웃습니다.

이제 소윤이 차례입니다. "얼굴까지 심해져서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려댔었고, 잠잘 때는 너무 많이 긁어서 매일매일 피가 났었다"고, "엄마가 저를 재워주실 때 엄마 손과 제 손을 같이 끈으로 묶으시면서 항상 우셨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이제 창피하지 않답니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병도 아니고, 또 내가 열심히 참고 노력하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랍니다. 맞습니다. 아토피는 어린이들 문제가 아닙니다. 어른들 문제입니다. 아토피는 돈을 밝히는 어른들이 만들어 낸 '병'입니다. 어른들이 창피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 어른들에게 소윤이가 부탁합니다. 과자나 빵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아토피가 안 생기는 집을 지어달라고, 따갑거나 가렵지 않은 옷을 만들어 달라고 말입니다. 아토피에서 벗어나기로 친구들과도 약속했답니다. 약속을 지키려면 어른들이 꼭 도와줘야 한다고 합니다.

이제 어른들 차례입니다. 소윤이에게 어떤 답을 줘야 할까요. 무엇을 약속해 줄 수 있을까요. 소윤이 편지, 한 번 읽어보실래요?

아토피가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맛있는 과자랑 라면을 참으려니까 조금 힘이 들다"는 이소윤 어린이.
 "맛있는 과자랑 라면을 참으려니까 조금 힘이 들다"는 이소윤 어린이.
ⓒ 생태지평 장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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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당진 계성초등학교 5학년 이소윤 입니다.

저는 5살에 아토피가 생겼습니다. 병원에도 가고, 한의원에도 갔는데 아직 낫지 않았습니다. 아토피는 환경병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쉽게 낫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이 속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얼굴까지 심해져서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려댔었고, 잠잘 때는 너무 많이 긁어서 매일매일 피가 났었거든요.

엄마는 저를 재워주실 때 엄마 손과 제 손을 같이 끈으로 묶으시면서 항상 우셨습니다. 엄마는 음식과 생활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아토피는 점점 많아지고 심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께서 유기농 가게에서 재료를 사서 밥을 해주십니다.

특히 고기는 아주 오랜만에 해 주십니다. 인공첨가물이 들어간 사료를 먹은 소나 돼지를 먹으면 우리 몸도 안 좋아진다고 해서요. 저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과자랑, 라면은 맛있습니다. 참으려고 하니까 조금은 힘이 듭니다.

작년 여름방학에는 갑사, 겨울방학에는 신륵사 그리고 올해 여름방학에는 내소사에서 열리는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저랑 똑같은 아토피 친구, 저보다 더 심한 아토피 언니와 동생들을 만났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들도 잘 먹었고, 아토피가 무엇인지 공부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물놀이도 하고, 썰매도 타고, 연도 만들어서 날려보는 재미있는 놀이를 매일매일 하면서 무척 신나고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아토피가 창피하지 않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병도 아니고, 또 내가 열심히 참고 노력하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피가 나게 긁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잘 때 손을 묶고 자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얼굴도 깨끗해져서 사람들은 아토피가 모두 나은 거냐고 물어볼 정도랍니다.

학교 친구들이 불량식품, 과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 나도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아토피 학교에서 색소나 인공 첨가물 때문에 아토피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어른들께 부탁드립니다.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에는 화학 조미료, 인공첨가물을 넣지 말아주세요. 아토피 아이들도 맛있는 과자나 빵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요. 학교에서 먹는 급식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집을 지을 때도 아토피가 안 생기는 집으로 지어 주세요. 저희 가족은 아토피 때문에 시골로 흙집을 지어 이사했답니다. 또 옷을 만들 때도 몸이 따갑지 않고 가렵지 않게 만들어주세요. 예쁜 옷을 입고 싶은데 우리들은 그런 옷을 함부로 입을 수가 없거든요.

우리들은 아토피가 정말 싫고 괴롭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토피 학교에서 우리들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약속했답니다. 아토피를 낫게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기로. 그런데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저희들 부탁 꼭 들어주세요. 아토피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2007년 11월 20일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 참가자 일동


아토피 없는 세상을 열자!
아토피 제로를 위한 후원 행사, 어른들의 '말'

생태지평 공동이사장인 세영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생태지평 공동이사장인 세영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생태지평 장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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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연구소(공동이사장 고철환, 김인경, 세영)가 20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아토피 제로(Zero)를 위한 생태지평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수현 환경부 차관은 축사에서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3천억이 넘어설 정도로 이미 우리는 환경병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현대 사회는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동참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게 하고 있다"는 말로 아토피 제로 운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김 차관은 "참여 정부 역시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환경보건법 제정안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환경오염, 먹을거리 안전, 컴퓨터 중독 등 새로운 건강 위협요인들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어린이 건강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환경부의 정책과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인경 생태지평 공동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토피 아이를 둔 가정의 고통과 부담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아이들 10명 중 3명이 아토피라는 현실은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며, 아토피 치료를 위해 들이는 비용이 연간 3천억을 넘어서고 있다는 국정감사 발표까지 나오고 있다"고 아토피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아토피 가족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개인과 가정의 몫이라고만 생각하고 방기한다면 우리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어린이 건강은 지속 가능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건설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생태지평 공동이사장인 세영 스님 역시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토피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우리 어른들 대다수가 모르고 살아오는 동안 아토피가 조금씩 자랐고 지금은 단단히 뿌리내린 고질병이 됐다"며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반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세영 스님은 "올해 초 신륵사에서 열린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이 환경이 건강해야 아토피도 낫는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이해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토피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고 한편으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면서 "온 사회가 함께 한다면 아토피 제로 세상은 열릴 것"이라고 사회 각계의 동참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아토피 가족은 물론, 문규현 신부,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등 각계인사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아토피 실태 영상 상영과 충남 당진 계성초등학교 이소윤 어린이의 편지 낭독 그리고 특별 공연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생태지평은 아토피 제로를 위한 후원 모금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태지평 홈페이지 www.ecoin.or.kr


태그:#아토피, #생태지평, #환경부, #환경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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