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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 가족의 20일(현지시각) 미국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알맹이가 없었다"며 평가절하했지만 이씨의 기자회견에 대한 신당과 이회창 후보쪽의 평가는 달랐다.

 

한나라당 '안도감'... "결국 뻥튀기로 확인됐다"

 

한나라당은 이씨의 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서가 공개될 것을 의식해 긴장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원본이 아닌 사본 공개에 그치자 실망감 속에서도 "이면계약서는 없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이씨의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김씨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미국연방지방법원이 김씨에게 내린 '소환 적격 확인 판결문'을 제시하면서 "미국 법원이 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300여억원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및 주가조작 등 김씨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다"며 "김씨 본인도 유죄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이 사건에 대해 모든 증거와 자료를 조사해서 결론을 내렸지만, 이 후보와 관련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며 "한국에서도 이미 검찰과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마친 사안인데 갑자기 김씨가 미국에서 '자신은 무고하다'고 주장했다"고 김씨를 겨냥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런 판결에 배치되는 내용으로 알맹이가 없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심재철 의원은 "에리카 김씨가 어제(20일)부터 기자회견 예고편을 하면서 요란을 떨었는데, 결국 뻥튀기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폭풍전야', '중대 분수령', '한나라당에 긴장감이 감돈다'는 등 온갖 미사여구를 썼지만 결국 사기꾼의 헛소리로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에리카 김씨를 향해 "횡령, 사기, 공문서 위조 등에 대해 (동생 경준씨와) 공범"이라며 "자신에게 적용된 8개의 혐의 중 3개를 인정받고,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는 '바게닝'을 활용한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기자회견은 헛방이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또한 <한겨레>와 <내일신문>을 꼬집으면서 "마치 이면계약서가 존재하고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이라며 "상대방의 말을 인용한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날 오후 두 언론사를 항의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탄력받은 신당·이회창측 "이명박, 빨리 양심고백 하라"

 

그러나 신당은 "BBK 사건에 대한 이 후보의 개입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 후보의 연관성 의혹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회창 후보쪽은 이명박 후보를 향해 "빨리 양심고백을 하라"고 압박했다.

 

최재성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오전 발표한 논평에서 "이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BBK 사건에 대한) 이 후보의 개입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나라당과는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

 

최 부대표는 "이보라씨가 이면계약서 원본 공개를 거부한 것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며 "이면계약서가 없다고 해도 지금까지 제시된 근거만 봐도 이 후보가 BBK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 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에리카 김이 했느냐, 이보라씨가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주장한 내용이 신빙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대표는 이어 "이씨가 주장한 내용 중 주목할 것은 이 후보의 개인비서인 이진영씨가 미국 대사관에서 한 증언을 통해 '이 후보의 명함과 브로셔가 진짜다, 사진도 브로셔를 만들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대표는 "더 중요한 것은 (주)다스 사장 김성우씨의 증언"이라며 "(주)다스는 이 후보의 형 상은씨가 관련된 회사로, 실소유주는 이 후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성우씨가 BBK에 투자하기 전에 (주)다스 관계자들은 김경준씨를 전혀 몰랐다"며 "(주)다스에 투자한 것은 김경준씨를 보고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부대표는 또한 "2000년 초 김경준씨를 알게 됐다"는 이 후보의 말에도 의혹을 품었다. 최 부대표는 "김경준씨가 이 후보를 처음 만난 시점은 2000년이 아니라 1999년 초였다"며 "BBK 설립초기부터 김경준씨와 (회사 설립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부대표는 "김씨 가족의 증언도 중요하지만 이미 밝혀진 진실만으로도 검찰이 실체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회창 캠프도 탄력을 받아 공세를 계속했다. 이혜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명박 후보는 조속히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라"며 이 후보가 '양심선언’을 하라고 압박했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 측은 (김경준씨 측이 제시한 이면계약서가) 모두 다 위조라고 주장하지만, 위조라고 목소리만 높인다고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변인은 검찰을 향해서도 "보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 하루 빨리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보라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관련된 질문이 나올 경우 다시 한번 이명박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이 후보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위장전입, 위장취업, 탈세 등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논란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하여튼 빨리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이보라#에리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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