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괜찮아요?”

 

문으로 들어온 이는 신혁이었다. 신혁이 경수의 방에 들어오려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일부러 소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불이 났다는 외침을 듣고 뛰어나온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느라 신혁은 잠시 진땀을 빼야만 했다.

 

“타이밍 한번 죽인다. 그런데 어떻게 나온 거야? 설마 탈영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어요? 휴가 받았습니다.”

신혁은 빙긋 웃으며 모자를 벗고 앉았다.

 

“그것도 자그마치 6개월이나요. 갔다 오면 상병 달고 얼마 뒤에 병장 달아요.”
“뭐? 그게 말이 되냐?”

 

경수는 눈이 휘둥그레져 소리까지 질렀다.

 

“영창이라도 갈 줄 알았는데 쿠데타를 저지하는데 공을 세웠다며 그렇게 해주더라고요. 바로 휴가증이 나오더군요. 검문하던 헌병도 깜짝 놀라던데요? 하지만 부대에 복귀하면 아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부대가 완전히 해체되어 다른 부대가 되다시피 하니까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여기부터 온 거야? 집부터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에이, 빚을 진 게 많잖아요. 게다가 영희 누나 얘기 들은 것도 있고. 제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요.”

 

“그나저나 이제 여기도 안심 못해. 경찰도 못 믿는다니 어떻게 하지?”

 

경수는 영희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영희 역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신혁은 머리를 슬쩍 긁적이며 말했다.

 

“일단 누나가 그냥 그놈들에게 잡혀가는 거예요.”

 

“농담이 좀 썰렁하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제 얘기를 잘 들어봐요. 아는 형님이 조그마한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무선 카메라로 실시간 중계도 가능해요.”

 

“거기 혹시 ‘전파쏴 방송’ 아니야?”

“어! 알고 있네요.”

 

“거긴 완전 또라이들 집합소잖아. 찌질이들 현피 뜨는 거 생중계에 실시간 도촬까지 가지가지 하더구먼.”

“그래도 사람은 제일 많이 모여요. 게다가 지금부터 할 또라이 같은 짓을 방송할 곳은 그곳밖에 없어요.”

 

“야 그럼 너 혹시 영희가 잡혀가는 곳을 쫓아가며 방송할 생각이야? 그건 너무 위험해.”

“당장은 경찰도 못 믿는데 다른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섣불리 촬영한답시고 접근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형, 전파쏴 방송을 봤다면 ‘빨간 옷 아가씨’ 봤어요?”

 

“응.”

“그럼 ‘홍대 앞 그녀의 진실’은요?”

 

경수는 영희를 슬쩍 곁눈질 하며 낮게 말했다.

 

“그것도 봤지. 그런데 그런 건 짜고 한 게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거잖아.”

 

신혁은 씩 웃으며 경수의 귀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

 

“그거 짠 거 아니예요. 군대 가기 전에 제가 찍은 거예요.”

“뭐?”

 

경수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고 신혁은 인상을 쓰며 ‘쉿’ 소리와 함께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하여간 다른 사람이 눈치 못 채게 접근해서 찍어 올리는 건 자신 있어요. 내가 나선다면 전파쏴 방송 형님이 발 벗고 지원할 걸요. 전화 한통이면 이리로 달려올 거예요.”

“아니야. 여기로 부르면 안 돼. 그 놈들이 혹시 이 주위에 숨어서 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눈치 챌 수도 있어.”

 

“그럼 밖에서 만나면 되죠. 카메라가 작아서 숨겨 오면 알 수 없을 거에요.”

“그럼 그렇게 하자.”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태그:#소설, #결전, #쿠데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