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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남북 총리회담 참석차 방한한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를 접견,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덕수 총리.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남북 총리회담 참석차 방한한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를 접견,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덕수 총리. ⓒ 연합뉴스=박창기

남북이 14~16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1차 총리회담을 마치면서 8개조, 49개항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의 합의서를 내놓았다.

 

합의서는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과 세부일정을 담고 있다. 남북은 앞으로 경제 분야는 물론 사회문화, 보건의료, 환경보호와 인도적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력사업들에 대한 논의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오는 20일 개성에서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만 13회의 각종 남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사업이나 개선조치도 이달 말 단천지구 광산 현지조사를 비롯 8개 분야에 이른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이날 회담결과 브리핑에서 “남북간 협력사업에 분야별로 전담 협의기구가 마련됨으로써 남북 협력이 제도화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 비핵화 조치의 진전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순풍’을 타고 남북관계는 일단 전면적인 협력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대한 계획들이 원만히 이행될 수 있을지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이번 합의문에 담긴 내용의 상당 부분이 ‘군사적 보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어서 군사당국간 회담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핵문제 등 ‘외부 변수’가 다시 돌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도 따른다.

 

또 하나의 변수는 대선을 불과 한달 남겨놓고 있는 남측의 정치상황이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속도와 방향, 내용에 어느 정도든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각 후보들이 현 정권에서 만들어진 이런 남북간 구체적 합의사항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번 남북총리회담의 주요 합의 내용과 그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개성공단 '3통 문제' 개선

 

정부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는 내용이 개성공단의 ‘3통 문제’ 해결 등 활성화 방안에 대한 합의다. 합의서는 우선 통행과 관련 “남측 인원과 차량들이 07시부터 22시까지 개성공단에 편리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금년 내에 통행절차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편도 기준으로 21회만 통행이 가능하다. 개선되는 조치에 따르면 통행시간도 15시간으로 늘고 회수 제한도 없어지는 것이다.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내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진 것도 의미 있는 합의로 볼 수 있다. 합의서는 “2008년부터 인터넷,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1만회선 능력의 통신센터를 금년 내에 착공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위한 조치들도 이번 합의에 포함됐다. 내년 안에 2단계 건설에 착수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측량•지질조사를 내달 중에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은 내달 11일 개시하기로 날짜를 확정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일 남북철도실무접촉과 내달 초 ‘남북철도운영공동위’를 각각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역시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기 위해 남북은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원회’를 두기로 하고, 이 기구의 구성•운영을 위한 별도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위원회 산하에는 ▲해주경제특구협력 ▲해주항 개발협력 ▲공동어로협력 ▲한강하구협력 등의 분과위가 설치된다. 추진위 제1차 회의는 내달 중 개성에서 개최되며, 올해 안에 각 분과위 별로도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북측 철도·도로 개보수

 

남북간 철도·도로의 공동 이용과 물류 유통 활성화를 위해 북측의 개성-신의주간 철도, 개성-평양간 도로에 대해 개보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실상 남측이 북측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는 것으로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이재정 장관은 이에 대해 “일단 현지조사를 실시해봐야 재원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합의서에는 ‘2008년부터 개보수 착수, 금년 중 현지조사 실시’라는 원칙이 명시됐다. 또 이를 위한 남북간 실무접촉을 이달 중 개최키로 했다.

 

'조선협력단지' 건설

 

정상회담에서 ‘조선협력단지’ 건설 후보지로 합의한 안변과 남포 두 지역 중 안변지역에서 먼저 착수하기로 했다. 합의서는 ‘안변지역에 선박블록공장 건설을 2008년 상반기 안에 착수하며 단계적으로 선박 건조능력을 확대한다’고 규정했다.

 

남포지역에 대해서는 제2차 현지조사를 내달 중 실시,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조선협력사업의 추진기구는 ‘남국경제협력공동위’(부총리급 위워장) 산하에 구성할 ‘조선 및 해운협력 분과위’가 된다. 분과위 제1차 회의는 내달 중 부산에서 개최키로 했다.

 

지하자원개발 등 협력

 

남북은 이미 합의한 북측 단천지구 광산 투자 등 지하자원 개발을 위해 제3차 조사를 내달 중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 사업계획을 확정키로 했다.

 

지하자원 개발과 농업, 보건의료, 수산업, 환경보호 분야의 협력을 위해 역시 ‘남북경제협력공동위’ 산하에 분과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인도주의 분야

 

이산가족 재회사업을 위해 12월7일 금강산면회소의 양측 사무소 준공식을 진행하고, 내년 새해를 맞아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를 시범 교환하기로 했다.

 

이산가족과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다룰 남북적십자회담 제9차 회의를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는 이번에도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라는 표현으로 합의문에 담겨, 적십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하는 데 그쳤다.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사회문화협력추진위’가 구성된다. 여기서 ▲역사유적과 사료발굴 및 보존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교육기자재와 학교시설 현대화 ▲공동문화행사 ▲과학기술인력양성 ▲과학기술협력센터 건설 ▲기상정보 교환 및 관측장비 지원 등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남북이 공동응원단을 파견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협의도 추진키로 했다. 백두산 관광 실시를 위한 협력도 재확인했다.

 

총리회담 정례화

 

남북총리회담은 앞으로 6개월에 한번씩 개최키로 하고, 2차 회담을 내년 상반기에 평양에서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영일 내각총리를 비록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최하는 환송 오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2박3일간 방문일정을 마치고, 오후 고려항공 편으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돌아간다.


#남북총리회담#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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