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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이 다가오면 날씨가 추워진다. 이번 수능 날짜에도 한파가 몰아닥친다고 한다. 추운 날씨가 먼저 한국의 수능을 알아본다니,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허구한 날 밥먹듯이 학교 지각하다가 수능 보는 날은 1시간 일찍 시험보는 학교에 도착했다. 교문 여기저기서 북치고 징치고 소리 지르고 웃통 벗어젖히고 난리도 아니었다. 평소 같으면 재미있다고 실컷 구경 했을 텐데 수능이 뭐라고 눈에 뵈는 것도 없고 그 시끄러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수능시험을 생각하면 언어영역 시험이 제일 생각난다. 수능을 볼 당시 그 쉽다던 언어영역 듣기가 떨려서 하나도 안 들렸다. 덕분에 언어영역 제대로 말아먹었다. 다행이도 미칠듯한 떨림, 긴장감은 1교시가 끝날 무렵 사그라졌다.

 

이 엄청난 긴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1교시에 포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 반만 해도 1교시가 지나니 1명이 가방을 싸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2교시 때부터는 대놓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옆사람 신경쓰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하건만 그래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마음을 느끼며 괜스레 초조했다.

 

학교에서 보는 수능모의고사 같으면 점심시간만 기다렸을텐데, 수능 당일에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 좋아하던 점심밥을 반만 먹은 기억이 난다. 안 먹으면 배고 파서 수능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안 먹는 애들도 있었다. 우유 하나 사서 마시거나 초콜릿으로 한 끼를 때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험을 봤다. 시험은 거의 6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시험이 끝나면 삼삼오오 친한 애들끼리 뭉쳤다. 그리고 수다를 떨었다.

 

다들 입은 연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허무함에 쓰라렸다. '이러려고 12년을 죽도로 고생했나? 이 하루를 위해서?'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19살 때는 꼭 수능을 봐야 하나? 이 제도가 너무 불합리하다. 삼세판이라고 최소한 수능도 세 번은 봐야지'하면서 투덜댔다. 그러나 대학교에 와보니 이 수능이라는 것이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이라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이 수능을 치른 후 10대와 작별하고 계획적이고 얽매여있던 초중고 교육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이다. 별다른 개인의 정리 없이도 수능이라는 커다란 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개인이 발전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2001년부터는 수시제도가 생기면서 수능을 거치지 않고, 대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내 경험상 이런 학생들은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직도 10대의 가치관에 머물러 있거나 대학교에 들어와 방황을 했다.

 

그래서 나는 수능이 단지 시험이 아니라 20대를 위한 10대의 마지막 통과의례라고 생각을 굳히기 되었다. 그러므로 수능은 과정은 될 수 있지만 목표나 전부는 될 수 없다.

 

내일(15일)이면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10대에 안녕을 고하는 통과의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긴장할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 거대하고 대단하게만 보였던 수능이 끝나고 나면 아마 차분하게 정돈되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확실히 수능이라는 관문은 어렵지만 통과하고 나면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깐 수능에 목숨은 걸되 결과에 목숨은 걸지 말았으면 한다. 어차피 수능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니깐. 그래도 고3 수험생들은 다들 긴장하고 있겠지? 대한민국 모든 고3학생들이 수능이라는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해 완벽한 20대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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