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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아삭거리는 무우 생채가 입맛을 돋군다 .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아삭거리는 무우 생채가 입맛을 돋군다 . ⓒ 조정숙

 

3년 전 귀농하여 용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친구 집을 방문 할 때마다 찾는 식당이 있다. 그곳에 들러 할머니도 만나고 할머니가 만든 전병을 맛봐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떨어지는 것이다.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 그곳에서 맛본 도토리전병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오늘(10일) 나는 그곳을  다시 찾았다. 그래서 별미인 도토리 전병을 소개해볼까 한다.

 

도토리전병은 강원도 지방의 전통 떡이다. 예로부터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는 도토리의 떫은맛을 뺀 도토리가루를 멥쌀가루, 떡갈나무 잎과 한데 섞어 송편과 같은 떡을 해먹거나 떡에 섞어 쪄먹기도 했단다. 구황식품 역할을 했던 도토리의 주성분은 60∼70%가 녹말이다. 내가 찾은 식당 할머니께선 근래 들어 맛보기 힘든 도토리 전병을 만들어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할머니는 "요즘은 이런 전통 음식을 하는 곳이 우리 집 말고는 별로 없지"라고 한다. 내가 "예전에 한 번 먹어보고 만드는 법을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또 찾아왔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반갑게 맞으시며 "뭐 대단한 거라고 사진까지 찍나"라고 한다.

 

그리고는 "어느 방송에서 왔수?"한다. 난 웃음을 참으며 "방송이 아니고 인터넷 뉴스예요"했더니 할머니는 "그랴? 예쁘게 찍어 주시구랴"한다. 강원도 산골에 인심 좋은 할머니다.

 

할머니의 도토리전병에 대단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구수하면서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돌게 만든다. 도토리 전병을 먹을 때 궁합이 잘 맞는 반찬이 있다. 바로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막걸리다.

 

"전병과 함께 나오는 열무김치가 맛있네요. 조금만 싸 주시면 안될까요?"했더니 "여부 있겠수?"하시고 새콤하고 군침도는 김치를 푸짐하게 싸 주신다. 요즈음 김치가 금치라는데, 강원도 산골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이거는 열무김치가 아니고 강화도에서 씨앗을 얻어다 심은 순무 김치라우"라고 한다. 강화도에서 많이 나는 순무 잎으로 만든 김치인 것이다.

 

 도토리가루로 만든 반죽을 국자로 높이 들어 올려보여 주시는 할머니 길게 늘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도토리가루로 만든 반죽을 국자로 높이 들어 올려보여 주시는 할머니 길게 늘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 조정숙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할머니가 만든 무우생채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할머니가 만든 무우생채 ⓒ 조정숙
 
 도토리 반죽으로 만든 지단위에 무우생채를 놓는다.
도토리 반죽으로 만든 지단위에 무우생채를 놓는다. ⓒ 조정숙
 
 먹음직스러운 전병 썰기
먹음직스러운 전병 썰기 ⓒ 조정숙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도토리 전병 완성된 모양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도토리 전병 완성된 모양 ⓒ 조정숙

 

 음식궁합이 잘 어울리는 새콤한 김치
음식궁합이 잘 어울리는 새콤한 김치 ⓒ 조정숙

 

도토리 전병 만드는 법

1. 도토리가루와 찹쌀가루를 골고루 섞은 다음 물을 부어 반죽한다.
2. 무를 채 썰어 무생채를 만든 다음 꼭 짜서 준비한다.
3. 프라이팬에 도토리가루 반죽을 한 국자 정도 떠서 익혀 준비한다.
4. 부쳐낸 도토리 지단에 생채를 넣은 다음 돌돌 말아준다.
5.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전병을 맛있게 만들어주신 인심좋은 미모의 할머니
전병을 맛있게 만들어주신 인심좋은 미모의 할머니 ⓒ 조정숙

 

도토리에 들어 있는 타닌은 혈중에 있는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간 조직의 중성지방 합성을 저해시켜 체내 중성지방 함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닌은 체내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좋으며, 도토리를 꾸준히 섭취하면 지방을 분해시켜 다이어트에도 좋다.

 

하지만 도토리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수렴작용을 하기 때문에 변을 단단하게 하여 설사에는 효과적이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변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곳 도토리 전병은 무우생채를 넣고 만들기 때문에 변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길게 늘어지는 반죽을 연신 보여 주시는 할머니. 할머니만의 비법이 아마도 반죽에 있을 성 싶었으나 차마 "그 비법을 알려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 가면 반죽하는 법도 꼭 알아보리라.

덧붙이는 글 | 도토리전병은 강원도에서 만들어 먹었던 전통음식중  하나이다.흉년이나 기근이 심할 때 산에 열려있는 도토리를 주워다 가루를내어 만들어 먹었는데 지금은 별미로 먹는다.


#도토리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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