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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마을 만들기> 첫 기사에서 밝힌 바 있듯 '하자작업장학교' 글쓰기 팀은 전국 대안학교 몇 곳을 방문, 대안학교 학생들과 '대안학교 학생들의 진로 찾기, 자기 미래 그리기'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 뒤 연재기사를 작성한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고민, 한계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두 달 전, 방문할 학교 중 한 곳인 '우다다학교(우리는 다 다르다)' 교사와 학생이 여행수업을 떠났다가 목숨을 잃는 큰 사고가 있었다. 이후 많은 대안학교가 모여 추모제를 진행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고, 여행수업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 한다. <편집자주>

우다다학교 진우도 보따리 추모제를 다녀와서

 


지난 8월 30일 부산 '우다다학교' 교사 정철환(33)씨와 학생 김정훈(14), 하누리(15), 이태재(16)군이 무인도로 생태탐사를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우다다학교는 2001년 문을 연 중고등 대안학교로 현재 42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국내 전일제 대안학교는 약 98개. 이 모든 대안학교가 여행을 수업의 일환으로 생각하여 '여행 학습'을 떠난다. 여행을 통해 생태주의적 삶, 자기주도성, 소통능력 등을 배우기 위함이다. 우다다 학교에서는 이런 프로젝트를 '보따리 수업'이라 부르고 수업 전체를 학생들이  기획, 진행한다. 이제껏 진행되었던 보따리 수업으로는 지리산 종주, 서울 답사, 5대 강 도보여행 등이 있었다.


올해 보따리 수업은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무인도 '진우도'로 가기로 결정, 두 달 간의 철저한 사전 준비 끝에 교사 한 명과 세 명의 학생이 2박 3일 일정의 생태탐사를 8월 28일 떠났다. 이들은 셋째 날인 30일, 육지로 나오기로 사전에 약속되어 있었으나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들을 태우러 간 선박 선장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9월 1일부터 삼일간 고인들의 합동 장례식이 있었고 이후 대안교육연대,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등을 중심으로 전국 대안학교 교사들이 모여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교사 모임에서는 추모 사업과 추모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교사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10월 27일 <우다다 학교 진우도 보따리 추모제 '너, 우리에게로 살아'>가 열렸다. 고인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추모제에는 대안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4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 공연에는 많은 대안학교 교사, 학생들이 함께 했다. '도시속작은학교', '부산꽃피는학교',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교사 모임'이 고인들이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와 남겨진 이들을 위한 다짐의 공연을 마련했고 또, 제주 문화학교 들살이는 고인들을 기리기 위해 직접 곡을 만들고 노래해 추모제에 많은 대안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있음을 알렸다.


유가족 대표이자 고 김정훈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떠난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며 종종 아이와의 추억을 더듬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자식 하나를 잃었지만 학교는 네 명의 학생을 잃었다'며 되려 우다다 학교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강원재 부센터장은 추모사를 통해 우다다 학교 교장 선생님 방에 있는 달력이 사고가 있었던 8월 31일로 멈춰 있는 것을 보았다며 그간 우다다 학교의 힘든 시간을 전했다. 이어,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손잡게 해준 정훈이, 태재, 누리, 철환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부산 경남 중심의 '보따리 추모 사업회'와 대안교육연대를 중심으로 안전 기금 사업이 전개된다. 보따리 추모 사업은 대안학교의 이동형 수업을 지원하고 의미화 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 안전 기금 사업은 위험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사고들을 위한 안전기금으로, '긴급 구호 기금'같은 형태로 사용될 것이라 한다.


대안학교 여행수업 왜 가나?

 


대안학교에서 '여행 수업'은 빠지지 않는 교과과정 중 하나다. 더욱이 이젠 대안학교에서 해외여행, 해외 교환 학습을 가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위험 요소와 경제적 부담이 큼에도 대안학교의 '여행 수업'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자작업장학교는 매년 '걸어서 바다까지'라는 도보여행을 간다. 9박 10일 동안 영등포에 위치한 학교에서 걷기 시작해 바다까지, 총 280km를 걷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전 스터디와 예행연습을 진행하고, 여행 중에는 안전차량이 따라 붙지만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우리나라 도로 문제로 차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길을 잃거나 산에서 발을 다치는 등 예기치 못한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아찔한 상황은 비단 하자작업장학교만은 아닐 것이다.


사고로 교사와 학생들을 잃은 우다다 학교는 보따리 수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추모제 이후 가진 우다다학교 모임에서 한 학부모는 '보따리 수업(여행수업)은 우다다 학교 최고의 수업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행 수업 중 네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여행수업 지원과 열기는 더해만 간다.


왜 대안학교에서는 힘들고 위험한 여행수업을 계속하려는 것일까? 대안교육 관련자들을 만나 물었다.


대안교육지 '민들레' 현병호 편집장은 삶이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교육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많은 대안학교들은 '삶이 곧 교육'이라는 철학을 바탕에 두고 진짜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 현장에 나가 몸으로 체득하고, 학습하고 있다. 이런 학습에 아무리 안전을 기한다고 해도 위험은 늘 가까운 곳에 숨어있기에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책 <걷기 예찬>에는 "걷는 동안 자신에 대하여, 자신과 자연의 관계에 대하여, 혹은 자신과 타인들의 관계에 대하여 질문하게 되고 뜻하지 않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아내와 걸었다'의 저자이자 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김종휘씨도 이와 같은 이유로 대안학교들이 여행수업을 떠나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몸으로 부딪히며 내가 누구인가, 네게 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여행학습의 가장 큰 성과라는 이야기다.


"어떤 이와 열흘을 함께 걷는다는 것은 10년을 함께 생활하는 것과 같다"-<걷기 예찬 중>


여행 중에는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관계의 문제와 자신의 한계가 드러난다. 익숙한 공간 혹은 일상에서는 그런 어려움과 마주할 때마다 도망치거나 숨는 일이 허다하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포기하기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 길 위에서는 자기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계속 길을 걸을 수 없다. 김종휘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타인을 들여다봐야 하고 관계를 관찰해야 한다. 나를 찾고, 나를 보듬는 길. 여행은 자아를 찾는, 팀워크와 협력을 배우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학생들은 여행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을까? 하자센터 글로벌학교에 재학 중인 김다빈(17)양은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만났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삶의 경로를 보며 시야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하자작업장학교 정두리(19)양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 현재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대안학교 학생들은 여행수업을 통해 자극, 성취감, 경험, 추억, 체력 등을 얻는다고 전했다.


대안학교의 안전 문제에 대해 김종휘씨는 "여행은 고생길이다. 그러나 고생길에서 만나는 문제, 위험을 피하는 일이 안전을 기하는 길은 아니다. 그런 어려움들과 마주 했을 때 도전하고 이겨내는 과정이 진짜 안전을 기하는 일이다"라며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이 여행에서의 중요한 학습이 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또 "대안학교의 여행수업은 단체나 센터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여 안전 수업이나 장비들을 꼼꼼히 챙기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지원들을 위해서는 여행학습의 취지, 성과들을 교육부와 정부에 알리고 제도적 장치를 촉구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부의 지원 하에 안전을 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책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센터장이자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가신 분들을 잘 기리면서 잘 보내드리고 남은 사람들이 그 뜻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사회가 서로를 돌보고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하고 이것이 한국사회 정책의 제1 목적이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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