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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신호를 위반해 진행하다가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우리나라의 뒤떨어진 도로환경을 지적하면서 교통문화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운전자에게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택시기사 A씨는 지난 5월 6일 오후 9시경 택시를 운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교차로에서 정지신호로 바뀌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하다가 마침 전방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50)씨를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B씨를 들이받고 말았다.

B씨는 이 사고로 병원에 후송됐으나 급성 경막하 출혈 등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6월 19일 실혈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오동운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지난 12일 금고 8월을 선고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금고는 강제노동을 시키지 않고 수형자를 구치소에 구금한 것.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인도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너 과실이 중하지만, 피고인이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직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피고인의 과실 또한 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간경화의 기왕증이 있었고, 직접사인도 간경화와 관련된 실혈성 쇼크인 점, 피고인의 차량이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는 점, 또 피고인이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해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지만 자녀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면서 택시기사로 성실하게 살아오다가 사고가 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오동운 판사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 강조”

한편 오동운 판사는 자전거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상황과 차량 운전자의 신호준수 의무에 대해 이례적으로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오 판사는 “운전자의 신호위반과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경합돼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는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회문제는 그 피해가 중한데다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해결책을 요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분석해 보면, 자전거 이용자의 수가 대폭 증가했으나 도시의 도로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운전자들 또한 이러한 교통문화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호를 위반한 운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도 피해자가 자전거에서 내려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 판사는 “혼란한 교통문화 속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호를 위반한 운전자와 보행자 보행방법을 위반해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피해를 당한 피해자 양쪽에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 판사는 차량 운전자의 책임에 더욱 크게 무게를 뒀다. 그는 “제대로 된 교통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을 쉽게 선처하는 것은 형사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횡단보도에서의 자전거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이전보다 훨씬 무거운 횡단보도상의 보행자 보호의무와 신호준수의무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교통사고#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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