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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한 중학교에서 교생실습 허락을 받으러 온 졸업생들에게 같은 재단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 교사들은 출신 학교에 상관없이 교육실습생을 받아야 한다는 설문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대부분 학교에서 모교 졸업생들을 교육실습생으로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ㅇ중학의 거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평택 ㅇ중학교 출신 ㄱ씨(ㄱ대학 수학과 3년)는 지난 9월 내년에 있을 교생실습을 위해 모교를 찾았다가 모진 경험을 했다. 학교를 찾은 ㄱ씨에게 학교장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어느 고교로 진학했느냐?"였다. ㅇ중학과 재단이 같은 ㅇ고교에 진학했는지를 확인한 것.

 

그러나 ㄱ씨는 인근 ㅅ고교로 진학했다. 이 대답을 들은 학교장은 "그럼 ㅅ고교를 찾아갈 것이지 여기에 왜 왔느냐?"며 ㄱ씨를 외면했다. ㅅ고교를 나왔지만 ㄱ씨는 분명 ㅇ중학 졸업생이기도 했다. 결국 ㄱ씨는 눈물을 머금고 다른 학교를 찾아 교육실습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ㅇ중학 졸업생 ㅇ씨(ㄴ대학 영문과 3년)도 ㄱ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ㅇ씨는 학교장에게 "너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있고, 네가 교생으로 오는 것을 싫어하는 선생님들도 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평택이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생긴 일"

 

ㅇ씨가 고교 재학 당시 ㅇ중학을 방문하여 후배들에게 ㄴ고교로 진학할 것을 홍보한 이력을 두고 한 말이다. ㅇ씨가 다닌 ㄴ고교 역시 ㅇ중학과 재단이 다르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ㅇ중학 교사들은 한결같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학교장의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9월 11일에는 ㅇ중 전체 35명의 교사(교장·교감 제외) 중 32명이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모교를 졸업한 학생이 울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조건 없이 교생실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ㅇ중의 한 교사는 "동일한 재단의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업생임에도 제자들의 교생실습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보복"이라며 "교사로서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ㄱ씨와 ㅇ씨도 입을 모아 "(학교 측을) 이해는 하지만 많이 당황했고 슬펐다"며 학교 측의 태도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한편 학교장은 "ㅇ중학을 졸업해서 다른 고교로 진학했으면 그곳으로 가라고 했다"며 "작년에도 이와 동일한 일이 있었다"고 말해 작년과 올해에 걸쳐 논란이 된 모든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졸업생들이 마음 상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동일한 재단 출신이 아니어도 4-5명 정도는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교사들은 "(교사들이 벌인) 설문조사를 두고 결재를 받지 않았다"며 "교사들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등 학교장의 진의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교사들은 이번 사태가 "평택이 입시를 치르고 신입생을 선발하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뺑뺑이'가 아니라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상급 학교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나름대로 학교들의 서열도 정해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소유한 지역 사학 재단들은 자신의 상급학교에 우수한 학생을 진학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의 노력을 외면하고 다른 상급 학교로 진학한 학생에게 괘씸죄를 적용한 ㅇ중학의 사례는 "비평준 지역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말이다.


#교생실습#평택#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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