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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라고 적거나 아무 말을 안 넣어야 알맞은 자리에 ‘하나의’를 넣고 마는 말버릇이 차츰 퍼집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도록 하는 교육제도 영향일까요? 우리 말에 없던 말투가 이렇게 퍼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1.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고

 

... 멀리서 바라보면 이 두 건물은 밝은 색 페인트를 칠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고 있다...  - 윌리엄 에이어스 <법정의 아이들>(미세기, 2004) 63쪽

 

“밝은 색 페인트를 칠해”는 “밝은 빛 페인트를 발라”나 “밝은 페인트를 발라”로 다듬으면 좋아요. “밝게 발라서”나 “밝은 빛으로 발라서”로 다듬어도 되고요.

 

┌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고

│→ 한 건물처럼 보이고
│→ 같은 건물처럼 보이고
│→ 하나처럼 보이고
└ …

 

토씨 ‘-의’를 잘못 쓰는 말버릇은 곳곳으로 파고듭니다. ‘한 건물’이라고 써 오던 말을 ‘하나의 건물’처럼 쓰는 요즘이거든요. ‘한 건물’, ‘같은 건물’이라고 말할 줄 모를까요? 이렇게 말하면 어딘가 안 맞거나 어울리지 않다고 느낄까요? 말버릇을 올바르게 추슬러야 할 텐데, 말버릇에 앞서 우리 마음과 생각을 올바르게 가다듬어야 자기가 쓰는 말과 글도 알맞고 깨끗하고 쉽게 쓰려고 애쓸 수 있지 싶습니다.

 

2. 하나의 것입니다만

 

...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것입니다만, 제도와 인간 ‘外와 內’에 대해서 동시에 행해지는 이 항구적인 노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 렉스프레스지 엮음 <현대 지성과의 대화(1)>(중앙일보사, 1979) 33쪽

 

‘분리(分離)할’보다는 ‘나눌’이나 ‘갈라 놓을-떼어 놓을’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外와 內’는 ‘안과 밖’이나 ‘안팎’으로 쓰면 더 나아요. 다음으로, 뒷말과 이어 “안팎에서 함께 이루어지는”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항구적인 노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은 “끊임없이 애쓰지 않기 때문”으로 다듬으면 좋습니다.

 

┌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것입니다만

│→ 떼어 놓을 수 없는 하나입니다만
│→ 나눌 수 없는 하나입니다만
└ …

 

“나눌 수 없는 하나의 것”이라는 말을 쓴다면 “붙일 수 없는 둘의 것”처럼 쓰나요? 이렇게 쓰는 사람은 없겠지요. 설마 있나요?

 

“나눌 수 없는 하나”라고만, “붙일 수 없는 둘”이라고만 써야 알맞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쓸까요. 이렇게 쓰고도 얄궂은 줄 못 느낄까요.

3. 하나의 모범

 

... 기업 비리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식으로 제3세계에서 하나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  <진보의 미래>(두레, 2006) 142쪽

 

“기업 비리에 대한 해결 방안”은 “기업 비리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모색(摸索)하는’은 ‘찾는’으로 다듬고요.

 

┌ 제3세계에서 하나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 제3세계에서 모범이 되고자 했다
│→ 제3세계에서 좋은 보기가 되고자 했다
└ …

 

이 자리에서 ‘모범’ 앞에 꾸밈말을 붙이고 싶다면 ‘어떤’이나 ‘다른’쯤은 붙일 수 있습니다. “어떤 모범이 되고자”나 “다른 모범이 되고자”처럼요. 하지만 이런 꾸밈말을 붙이기보다 아무 말을 안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모범(模範)’이라는 말도 풀어내어 ‘좋은 보기’처럼 적을 수 있고요.


#우리말#우리 말#토씨 ‘-의’#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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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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