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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버스떼기'는 있었나? 우원식 진상조사단장(왼쪽에서 세번째)이 9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상희 최고위원(왼쪽에서 두번째), 문병호 의원(맨왼쪽) 등과 함께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 '버스떼기'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연 '버스떼기'는 있었나?우원식 진상조사단장(왼쪽에서 세번째)이 9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상희 최고위원(왼쪽에서 두번째), 문병호 의원(맨왼쪽) 등과 함께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 '버스떼기'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당

 

대통합민주신당 공정경선특위(위원장 김상희 최고위원)가 27일 정동영 후보측의 '버스떼기' 등 동원선거 의혹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했던 이해찬·손학규 후보측이 발표 내용에 반발하면서 동원선거 진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공정경선특위는 지난 21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 동원·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진상조사단(단장 우원식 의원)을 구성하고, 각 캠프가 제기하고 있는 의혹과 관련된 자료 수집, 진술 청취 등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진상조사단은 ▲승합차(봉고차)를 이용한 선거인단 동원의혹(손학규 후보측 제기) ▲보은군청 소속 공무원 10명 선거인단 포함 의혹(손학규 후보측 제기) ▲보은·옥천 지역 군수, 선거개입 의혹(이해찬 후보측 제기) ▲대형버스 5대를 이용한 선거인단 동원 의혹(익명 제보) 등 4가지 의혹에 대해 현지 조사를 벌였고, 27일 국회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6일 충북지역 경선에서 정동영 캠프의 최고고문을 맡고 있는 이용희 국회부의장 지역구(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유효투표 수 대비 정 후보의 득표율이 75.2%, 79.8%, 84.6% 등으로 높게 나와 타 후보측으로부터 동원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해찬 후보측 김종률 의원은 지난 17일 "(정 후보측) 이용희 부의장이 지역구에서 (선거인단을 차로 투표장까지 태워나르는) 신종 '차떼기' 선거를 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손학규 후보도 칩거에 들어갔다가 복귀한 지난 21일 "부정동원 경선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승합차 동원 등은 '무혐의', 대리접수는 '확인', 버스떼기는 '글쎄'?

 

우원식 단장은 승합차(봉고차)를 이용한 동원선거 의혹에 대해 "옥천 투표소에서 봉고차에서 사람이 내리는 사진 두 장을 손 후보측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제공했는데, 해상도가 떨어져 사람 식별은 물론 봉고차 넘버도 식별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이어 "옥천 선관위에 찾아서 제보된 유형의 차량이 있었는제, 같은 차량이 두 번 이상 들어온 것이 있었는지 확인했다"며 "그러나 옥천 선관위측에서는 선거감시단까지 조직해서 면밀히 살폈는데, 두 번 이상 들어온 차량은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 단장은 "봉고차에서 사람이 내리는 사진 두 장을 가지고 동원선거 의혹이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더 이상의 추가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말해, 사실상 혐의가 없다고 결론 지었다.

 

우 단장은 보은·옥천·영동 군수들이 투표소에 자주 방문하거나 투표소에 머물면서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세 지역 선관위에 확인한 결과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선관위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세 군수의 위법행위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명의 보은 군청 공무원이 선거인단에 포함된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들을 직접 만나보니, 전혀 본인의 동의없이 선거인단에 등록되어 있었다"며 "10명이 서류로 접수됐고, 오늘 오전에서야 대리인들이 누구인지 확인이 됐다"고 밝혔다. 10명의 공무원은 4-5명의 대리인에 의해 대리접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단장은 "대리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철저히 확인한 이후에 발표하겠다"며 "본인이 동의안하고 선거인단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대리인에 대한) 징계나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형버스를 동원해 선거인단을 투표소로 실어날랐다는 의혹과 관련 우 단장은 "제보자가 익명이기 때문에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지만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제보자가 전한 정황은 이렇다. 본인은 마을 이장이 전화를 해서 투표하러 갔고, 자신이 탄 '보은관광'이라는 버스 외에 다른 회사 버스 4대가 더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보자가 지목한 마을의 지명이 명확하지 않았고, 손학규 후보측이 추정한 마을 이장에게 문의한 결과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우 단장은 이에 '보은관광' 회사를 방문, 사장에게 운행 일지를 제출 받아 확인했지만, 투표 당일 관내에서 운행한 기록이 없었다. 또한 우 단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회사 사장이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운행일지에 기록하지 않고 운행한 적이 있는지도 확인했지만, 역시 운행 사실이 없었다.


결국 공무원들의 대리접수 문제가 남기는 했지만, 이를 동원선거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동원선거 의혹에 대한 당의 진상조사 결과는 '무혐의'로 나온 셈이다. 우 단장은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추가로 제기한 의혹이 있고, 각 후보측에서 확인을 요구하는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 단장은 "후보측이 제기하는 의혹이 근거가 없거나 과장돼 있다. 한나라당과 싸우는 것보다 더 하다"며 "잘못된 것은 철저히 조사해야 겠지만, 과도한 문제제기 역시 당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떼기' 의혹?

 

그러나 손학규 후보측은 이날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새로운 '차떼기' 의혹을 제기했다. "충북 옥천군에 거주하는 이모씨가 지난 22일 현지조사차 내려온 신당 공정경선위 소속 부정선거조사단에게 자신이 소유한 45인승 관광버스로 선거인단 20∼30명을 투표장인 보은군청까지 태워날랐다고 자인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는 것.

 

손 후보측은 "이씨는 자발적으로 버스를 동원해 마을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데리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구 의원인 이용희 국회부의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라며 의혹을 지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단장은 손 후보측으로부터 이모씨의 전화번호를 넘겨받아 통화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우 단장은 "이씨는 옥천군에 사는 버스운전기사인데, 투표 전날 옥천군 체육대회가 있었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태워다 주겠다고 약속하고, 다음날 본인이 투표하러 가는 길에 군데군데 들려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고 하더라"며 "인원도 12-13명 정도였고, 보은군청을 갔다는 말도 없었다"고 말했다.

 

버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을 태워 간 것을 두고 조직적인 동원선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 단장의 설명이다.

 

우 단장은 특히 "사실 확인이 더 되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옥천에 내려가겠다"면서도 "손학규 후보측에서 당에 조사를 의뢰해 놓고, 조사단에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기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리는 것은 당의 공정 경선을 위해서 옳지 않다, 반칙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역공에 나서는 정동영측.... 믿을 수 없다는 손학규·이해찬측

 

당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정동영 후보측에서는 즉각 역공에 나섰다. 정동영측 노웅래 대변인은 "'버스떼기' 등 조직동원 선거가 없는 것이 분명해 졌다. 이해찬·손학규 진영의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식의 헐뜯기 정치, 구태 정치가 드러났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이해찬·손학규 후보가 정 후보의 초반 승리를 깎아내리기 위해 근거없이 매도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며 "두 후는 경선판을 불법 혼탁 선거로 내몰고, 정동영 후보가 '버스떼기' 등 불법 선거를 한 것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변인은 또 손학규 후보측에서 제기한 이모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물귀신 작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씨는 보은군청이 아니고 옥천으로 갔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계속 물귀식 작전으로 생떼, 생트집을 잡을 것이냐"며 "중앙선관위에 위탁 관리한 경선 과정에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국가기관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억지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해찬·손학규 후보측에서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손학규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진상조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해 "지극히 형식적"이라고 깎아 내린 뒤, "사실은 사실인 것 같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봐 주면 좋겠다는 바램이 바닥 저변에 녹아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우 대변인은 이어 "버스로 실어 나른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대리인 역할을 했는지 그 지역 사람은 다 아는데 당에서만 모르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국민들과 지지자들 앞에 내놓기가 부끄럽다고 해도 그것을 감추거나 축소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죽을 듯이 아파도 뼛속 깊이 곪은 상처는 확실히 도려내야 재발하지 않는다"며 "무차별적인 조직선거·동원선거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후보측 김형주 의원도 "당 공정경선특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물론 특위 자체가 사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밀하게 조사할 수 없는 일정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희 캠프나 지역에서 제보나 정황으로 봤을 때, 충북의 버스동원 사례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버스떼기#동원경선#정동영#이해찬#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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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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