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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연근 조림하게?"
"아니, 연근전 부치게."
"연근으로 전도 부처?"
"그럼, 전도 부치지."


이번 추석장을 딸과 함께 갔었다. 전을 부치기 위해 생선도 샀다. 돼지고기로 하는 동그랑땡 대신 칼로리가 낮은 연근전을 부치기 위해 연근도 샀다. 연근을 사는 모습을 본 딸아이가 연근조림을 하려고 하냐고 묻는 말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딸에게 연근전 부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우선 연근 껍데기 벗기기부터 해보라고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시집가면 부엌 일은 하기 싫어도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설거지도 거의 시키지 않았다. 오죽하면 아들아이가 하는 말이 "우리 누나 같은 여자는 처음 봐. 내 친구네 놀러 가도 여동생들이 설거지는 다 하던데. 우리 집은 아들이 찬밥이라니깐" 할 정도로 집안일을 시키지 않았었다.

그런가 하면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는 주부이다 보니 집안일이 아무래도 서투를 수밖에. 하지만 지금부터 배워도 늦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연근 손질하고, 전부치기까지의 과정 연근의 변천
연근 손질하고, 전부치기까지의 과정연근의 변천 ⓒ 정현순


연근 1Kg에 6000원을 주고 샀다. 중간 정도 4개. 달걀 6개, 부침가루, 소금, 식초, 포도씨유를 준비했다. 껍질을 벗긴 연근을 썰어서 식초물에 담가놓거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낸다. 갈색으로 변하는 연근을 막기 위함이다.

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해 보였다. 설명으로 듣는 것보다는 직접 해보는 것이 머릿속에 더 깊이 남기 때문이다. 식초물에 담가 놓은 것도, 끓는 물에 데친 연근도 모두 채에 바쳐 물기를 뺀다. 그리곤 부침가루와 계란을 잘 풀어서 준비한다. 풀어놓은 계란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보통은 밀가루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부침가루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연근에 하얀 부침가루 옷을 입히고, 풀어놓은 계란에 노란 옷을 한 번 더 입힌다. 그리곤 포도씨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옷을 잘 입힌 연근을 하나씩 하나씩 올려놓는다.

노릿노릿 완성된 연근전 완성된 연근전
노릿노릿 완성된 연근전완성된 연근전 ⓒ 정현순


노릿노릿하게 부쳐진 연근전을 채반에 옮겨놓는다. 끓는 물에 데쳐낸 연근은 오랫동안 부치지 않아도 된다. 연근전을 모두 부치고 딸아이한테 접시에 한번 담아보라고 했다. 접시에 담아 놓은 연근전 맛을 봤다.

"사각사각."
"엄마 혹시 덜 익은 거 아니야?"
"아니야. 연근은 원래 사각사각하는 맛이 나. 그 소리가 더 맛있게 들리지 않니? 맛이 어때?"
"음! 느끼하지 않은 것이 아주 깔끔한 맛이 나네."


동그랑땡같은 고기가 들어간 전은 식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꼭 데워먹어야 한다. 하지만 연근전은 식어도 일일이 데워 먹지 않아도 된다. 연근전을 먹어서일까? 이번 추석연휴에는 별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는 듯하다.

연근은 스트레스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연근을 이용한 반찬을 어떨까? 집으로 돌아가는 딸아이, "엄마 한 접시 담아줘 봐. 아이들한테 한번 먹여 보게!"


#연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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