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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페스티벌 사이트에 올라 있는 로고와 홍보 그림.
 영어페스티벌 사이트에 올라 있는 로고와 홍보 그림.
ⓒ 영어축제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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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세미나는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로 구성되며, Clare ○○○bly 교수를 초청하여 듣는 옥스퍼드 강연회에서는 영어교수법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인천시교육청 9월 14일 보도자료)

"옥스퍼드 대학의 석학이 강연하는 영어공부법 강의, '인천영어자유도시, 어떻게 만들 것인가'란 주제의 심포지엄 등이 열린다."(인천시 8월 24일 보도자료)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나근형)과 인천시(시장 안상수)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벌인 ‘제1회 인천영어페스티벌’을 앞두고 낸 보도자료 내용이다. 이들 관청이 소개한 ‘교수’, ‘옥스퍼드대 석학’은 확인 결과 허위이며 당사자는 영어교재를 내는 사설 출판업체 외국인 직원인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대상 공식 행사를 벌이면서 특정 업체 직원을 '옥스퍼드대 석학 교수'로 둔갑시켜 허위 홍보를 한 셈이다. 

'학벌 위조 파문'에 인천교육청도 가세?

인천영어페스티벌은 인천시와 교육청 등 이 지역 16개 기관이 모여 '영어국제도시를 건설하고 영어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개최했으며 참석 연인원은 1만 5000명이었다.

인천영어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는 행사가 끝난 뒤인 이날 오전까지도 행사 프로그램 소개란에 "9월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옥스퍼드대 석학 초청강연회’를 연다"는 내용을 실어놨다. 강사는 Clare ○○○bly였으며 참석 대상은 초중고 영어교사였다.

이 홈페이지는 또 전체행사 일정표에도 '초청강연회 Clare ○○○bly 교수'라고 적어 놨다.
하지만 이날 문제가 되자 서둘러 관련 내용을 지웠다.

 '행사명'에 '옥스포드 대학 석학 초청 강연회'란 글귀가 보인다. 강사 소개에는  'press'(출판)라고 영문으로 밝혀놨다.
 '행사명'에 '옥스포드 대학 석학 초청 강연회'란 글귀가 보인다. 강사 소개에는 'press'(출판)라고 영문으로 밝혀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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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명에 'Clare ○○○bly'라고 적은 뒤 '교수'라고 적어놨다.
 행사명에 'Clare ○○○bly'라고 적은 뒤 '교수'라고 적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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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결과 Clare ○○○bly는 현재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한국지사 직원(컨설턴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한국지사는 유초중고 영어교재 수십 권을 내고 관련 온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해 수익을 얻는 사설업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업계 관계자는 "Clare ○○○bly씨는 옥스퍼드대 교수는커녕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지도 않았다"라면서 "옥스퍼드대 석학이라는 표현은 틀린 얘기"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Clare ○○○bly씨도 인천지역 영어교사인 황아무개씨와 한 전화통화에서 "영어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곳에서 나를 ‘교수’ 또는 ‘옥스퍼드대 석학’이라고 소개했느냐? 그렇게 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주최 쪽 "실무자 착오"... 전교조 "사교육 잔치 그만 두라"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영어페스티벌 추진위와 인천시교육청은 “일부러 허위 학력을 기재한 것이 아니라 실무자 착오에 따른 실수였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국서적을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니면 옥스퍼드 출판국 컨설턴트란 직업을 보고 대학 교수로 착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면서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느라 실수한 것이지 일부러 허위 학력을 기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어페스티벌 추진위의 박아무개 실장도 "원래 실제 옥스퍼드 대학 교수를 초빙하려고 했지만 성사 단계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급하게 관련 인사를 섭외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박 실장은 또 프로그램명이 '옥스퍼드 대학 석학 초청 강연회'로 표기된 것과 관련, "홈페이지 담당자가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 실제로 받은 자료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번역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병구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사교육업체 직원을 불러놓고 ‘옥스퍼드대 석학 교수’라고 허위 홍보를 벌이는 사람들이 영어상용화 정책과 영어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는 더 이상 초중고 학생과 교사를 들러리로 세워 영어축제와 같은 사교육 잔치를 열지 말라"고 요구했다.


#영어축제#인천 #옥스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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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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