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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모사] 전현직 대통령 경부운하를 말하다!
ⓒ 김병기·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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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투입하면 4원밖에 건지지 못한다. 많이 잡아도 17원이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의 말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비용대비 편익(B/C) 분석 결과 나온 수치다. 그는 지난 12일 '대선시민연대'가 주최한 경부운하 공약검증 유권자대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부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경부운하에 대해 '비용-편익'을 분석한 결과 "최소 0.04, 최

대 0.17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비용편익 분석은 경제적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데 통상적으로 BC 값이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박 부소장의 분석 결과, 경부운하에 대한 BC값은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정도로 턱없이 낮게 나온 것이다.

 

100원 투입하면 230원 벌여들인다고?

 

홍종호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도 경부운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 데, BC값이 0.05에서 0.24로 박 부소장보다는 다소 높게 나왔다. 하지만 홍 교수 역시 경부운하 사업에 대한 BC값이 1미만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참고로 이명박 후보측에서 주장하는 BD비율은 2.3이다. 100원 투입하면 230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왜 이렇게 큰 폭의 격차가 나는 것일까. 

 

박 부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경부운하 건설비 등 투입되는 비용은 줄이고 편익 비용은 부풀리는 방식으로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령 이 후보측이 주장하는 경부운하 총 공사비는 16조원. 하지만 박 부소장은 최소 32조원, 최대 54조6천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후보가 공사비의 2~3배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박 부소장은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이 누락된 비용을 추산했다.

 

- 골재 굴착 및 사토비용 : 5조3452억원(최소)~20조730억원(최대)
- 취수원 이전비용 : 2조4000억원(최소)~3조2928억원(최대)
- 강변여과수 시설비용 : 1조3840억원(최소)~2조367억원(최대)
- 환경훼손비용 : 1조9853억원(최소)~4조3300억원(최대)
- 유지관리비 : 2조3229억원(최소)~4조400억원(최대)
- 예비비 : 2조3229억원(최소)~4조400억원(최대)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늘이고...

 

이와는 반대로 이 후보측에서 편익을 부풀린 대표적인 예는 '운하 건설 산업파급효과' 항목. 이 후보는 이 항목을 만들어 11조7000억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B/C 분석에 반영했지만, 산업파급효과는 통상적으로 BC계수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인 이상호 세종대 교수도 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BC계수가 부풀려졌다는 것을 시인한 바 있다.
 
이날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란 주제로 발제를 한 박 부소장은 "이 후보가 건설비용은 2~3배로 축소하고, 편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면서 "경부운하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토론회는 방송인 노정렬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경부운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김진홍(중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수심 확보를 위해서는 수위 건드리던지 하상 굴착을 해야 하지만 기존 수위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것이 설계하는 사람들의 원칙"이라면서 "수위가 변동되면, 하천과 연결돼 있는 구조물들도 변동되고,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파리 잡자고 대포 쏴대서야

 

김석태(문경발전연구소 이사장)은 "2012년 내륙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서울에서 마석까지 50분 걸린다. 그러면 물류 걱정 없다"면서 "광산이 문을 닫은 뒤 친환경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문경에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파리 잡자고 대포를 쏘는 격"이라고 말했다.

 

오선근(철도지하철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2010년 이후 KTX가 완공되면 기존의 선로가 화물로 대체할 것"이라면서 "이렇게되면 운하는 중복투자다, 36시간이나 걸리는 운하와 8시간도 걸리지 않는 철도, 누가 36시간짜리 운하에 화물을 맡기겠냐"고 반문했다.
 
이항진(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경부운하를 건설하려면 최소 9m에서 19m까지 땅을 파야 한다"면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게 불보듯하고, 여주 구간의 경우 5~6m의 시멘트 장벽 쌓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이명박 후보 지지자도 반대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연대는 이날 토론 결과를 토대로 경부운하 공약을 '폐기공약'으로 선정할 지 심사할 예정이다. 폐기공약으로 선정되면 서명운동 등을 통해 이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 폐기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경부운하, 모르면서 하면 바보 알면 무대뽀"

'경부운하 토론회' 사회 맡은 노정렬씨, 성대모사 개그로 웃음 선사

"(경부운하에 대해) 모르면서 하는 것은 바보고, 알면서도 하는 것은 무대뽀다. 어느쪽도 유쾌하진 않은 것 같다."

 

지난 12일 대선시민연대가 주최한 경부운하 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던 방송인 노정렬씨의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경부운하 과연 타당한가'란 주제로 열렸다. 노씨는 토론 사회를 보면서 톡톡 튀는 '성대모사' 개그로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박정희, 전두환을 비롯한 양 김과 노무현 대통령, 고 정주영 회장, 도올, 이승엽 선수 등 많은 인사들이 노정렬씨의 입을 빌려 각각 찬반 논쟁을 벌였다.

 

노 씨는 토론 중에 특유의 입담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경부운하는 '긁어 사망?'"이라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토론 사회를 마친 뒤 다음과 같은 소감을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하면 된다'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물론 하면 되죠. 그리고 '불가능은 없다'라는 신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 내에서, 원칙과 상식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좋은 공약들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선택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은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을 어렵게 하고', '(공약에서)얻는 것이 적다'라고 하면 과감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폐기처분 하는 것도 통 큰 생각이라고 여겨집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자료를 보고, 그 동안 (경부운하가) 흘러왔던 경과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다. 또한 이 공약에 대해 국민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병기 기자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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