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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11회까지의 부산영화제 티켓
 1회~11회까지의 부산영화제 티켓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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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남포동과 해운대의 아침 풍경은 티켓 매표소 앞의 긴 줄로 시작한다. 영화에 굶주린 관객들의 열정은 한정된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 아침은 물론이요 전날 밤부터 티켓 창구 앞에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일명 '패자부활전'이라 불리며, 예매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벌이는 치열한 현매 경쟁. 오전 매표소 앞은 표를 확보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엇갈린 희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표 구하기가 힘들 다는 것이다. 미리 미리 예매해 놓지 않는다면 아예 영화보기를 포기해야 할 만큼 인기있는 상영작들은 순식간에 매진된다.

특히 주말 오후시간대에 상영되는 작품들은 현장에서 원하는 표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데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매진돼 아무 작품이나 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개폐막작 및 일반 상영작 예매를 앞두고 부산영화제를 찾으려는 관객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예매경쟁 앞두고 높아지는 긴장감

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세부 상영일정이 확정되면서 영화제 티켓 예매가 본격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예매 1주일을 앞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날짜별 상영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시간표를 짜기 위한 관객들의 본격적인 고민 또한 시작된 것이다.

1회~11회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도안
 1회~11회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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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의 티켓 예매는 18일(개폐막작)과 20일(일반 상영작) 두차례 나눠 이뤄진다. 같은날 동시에 개시하던 예매일이 분리된 것은 지난 2000년 5회 영화제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인터넷 예매를 시작하면서 부산영화제 측은 "이제는 아침 일찍 가서 긴줄 서지 말고 편안히 인터넷으로 예매하라"고 권유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온라인으로 몰려든 관객들의 티켓전쟁은 결국 대란이 벌어지며 몇시간 동안 시스템 자체가 불통되는 사건을 초래하게 만든 것이다.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영화제 측은 부랴부랴 폐막작 화앙연화의 예매분을 추가로 500여장 늘리며 성난 관객들을 달랬으나 12회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의 불편은 해마다 되풀이 됐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큰 변화의 하나로 '티켓 시스템 개선'을 들며 관객 서비스 개선으로 드러낸 것은 바로 그간의 비판에 따른 것이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이후 예매 첫날 단 한번도 문제가 생기지 않은 적이 없을 만큼 티켓 예매는 지금껏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2회 때부터 해마다 매진기록을 놓고 경쟁하는 개폐막작이나 예매 1시간안에 매진되는 화제작들은 부산영화제 티켓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회 개막작이던 허우샤오시엔의 <쓰리타임즈>는 13분 40초만에 매진됐고, 지난해 개막작이었던 <가을로>가 매진에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46초. 4회 영화제 때 일반 상영작으로 20분만에 매진돼 암표가 10만원을 호가했던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은 지금도 부산 영화제의 전설로 통한다.

'부지런하지 못하면 부산영화제 티켓 구하기 힘들다'는 말은 이렇듯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지역 평등화, 예매환경 전국이 동일

이번에 영화제 측이 밝힌 티켓 예매의 핵심은 접근성의 다양화. 지금껏 부산은행이 티켓 예매를 관장해 부산 관객들에게 절대 유리하던 예매 구조가 새로운 시스템 개발로 인해 전국이 똑같아지면서 지역 평등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GS25시 편의점이 자리하고 있다.  예매시작 초기 20분내 5만명의 접속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네이버의 서버 용량은 부산영화제가 믿는 구석이다. IBM서버 다음으로 큰 용량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 서버가 문제된다면 더이상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에 2500여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GS25시 편의점 망도 영화제 조직위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티켓 예매권. 3년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티켓 예매권. 3년동안 사용할 수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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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수단 다양화도 영화제 측이 자랑하는 부분중 하나다. 수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지불수단으로 활용되던 사이버머니 피프캐시가 사라지고 현금외에 신용카드, 체크카드, 휴대폰 결제 등이 도입돼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한층 넓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예매권은 상품권으로 활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15일까지 예약을 받고 있는 예매권은 유효기간 3년으로 14회 영화제때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종류에 따라 최대 25% 할인혜택을 준다. "즉석복권처럼 뒷면의 스크래치를 긁는 방식이어서 인터넷 예매나 현장 매표에 활용할 수 있고 고급스런 디자인이어서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영화제부터 10%이던 현매 비율이 30%로 늘어남에 따라 예매할 수 있는 좌석이 줄어들게 돼 사전 예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표 구하기가 어려워 영화제에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 개선했다는 것'이 조직위의 설명. 그러나 12년째 현장매표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오락가락 행보는 아직 부산영화제의 티켓 예매 구조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 매표분은 예매후 남은 분량을 할당해 오다가 예매 때 매진되는 작품이 늘어나면서 20%선을 유지했고, 매표시간 지연에 따른 어려움으로 관객입장이 늦어져 공석이 늘어나자 10%선으로 변경돼 왔다. 이번에 30%로 늘어나면서 '패자부활전'은 여유있어질 전망이지만 일반관객들의 표구하기는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문제가 생기면 내년엔 제가 티켓팀에 없겠지요?"
[인터뷰]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담당 천민권 대리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천민권씨. 올해로 영화제에서 9년째 일하는 베테랑이다.
▲ 티켓 담당 스태프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천민권씨. 올해로 영화제에서 9년째 일하는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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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서 만난 예매 시스템 담당 천민권 씨는 "접속순서를 5만분의 일초까지 잡아내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라 더이상 예매 대란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12년간 부산영화제의 예매시스템은 해마다 예매를 앞두고 "올해만큼은 문제점 개선을 완료했다"며 매번 자신했지만 막상 예매 시작일에는 개선된 것이 무용지물로 평가되며 '양치기 소년의 비아냥'을 들어왔다. 그때마다 영화제측이 내놓은 변명은 "서버용량을 늘렸지만 접속자수가 너무 많아 속수무책이었다'는 것.

천민권씨는 이같은 상황 때문에 티켓팀에 투입됐다. 단기스태프로 일한 4년 포함. 9년째 부산영화제 자원봉사와 총무팀, 게시판지기 등으로 일해온 사무국의 베테랑 스태프로서 해결사를 떠맡게 된 것이다. "올해 문제가 생기면 내년에는 제가 부산영화제에 있을 수 없지 않겠냐"며 웃음을 떠뜨렸지만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거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도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지 않겠냐"며 나름 조심스런 자세를 유지했다.

"부산 영화제를 시작부터 후원해 온 부산은행과의 협조 관계가 있어 티켓시스템을 손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천씨는 "(주)CJ시스템즈에서 개발한 이번 프로젝트는 CGV와 메가박스에서 사용하는 시스템과 동일하다"며 "이번 만큼은..."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영화제 참석 횟수가 많아 티켓 예매 노하우가 풍부한 관객들과 처음 찾아 예매구조에 익숙치 못한 관객들을 평준화시켰다"는 게 그가 자랑하는 이번 예매시스템 개선의 핵심이다. 또한 "여러장이나 몇십장씩 발권하는 것은 부산은행의 현장 발권이 유리하겠지만 예매 분량이 적은 사람은 인터넷이 훨씬 유리하다"며 인터넷 예매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영화제의 형편상 시스템 개발비용을 지원할 수 없는 입장에서 티켓 예매 수수료를 지불하기에 입장권 수익은 많지 않다"는 것이 천씨의 전언이다. 특히 결제수단 중 "휴대폰 결제는 정산과정이 복잡해 안하려 했으나 신용카드가 없는 중고등학생 등 미성년 관객들을 고려해 시행하게 됐다"고 한다.

"좌석선택도 가능하기에 좌석선택창이 뜰 경우 예매가 된 것으로 보면 되며, 몇분이 됐든 결제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좌석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이번 예매 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했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그는 '대연동 CGV'가 상영관으로 추가되면서 예상되는 관객 동선의 불편에 대해 "남포동과 대연동, 해운대와 대연동간 셔틀버스 운행을 통해 덜어줄 방침이라고 귀뜸했다. 또한 "조직위가 해운대 주변의 극장을 얻기 위해 부던히 노력을 했으나 내부시설 공사 등이 겹치며 부득히 대연동에 상영관을 추가했다"고 밝히고 "내년에는 벡스코 주위에 극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제를 키운 관객들은 푸대접하고 게스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그는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해명했다.

"해외 유명 게스트를 초청하는 것도 좋은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영화와 관련된 사람을 만나게 해주려는 부산영화제의 노력이다. 영화제에서 유명 배우나 감독,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면 관객들에게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초청한 게스트들이 부산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관객들에 배려도 계속 늘려나갈 것인만큼 이에 대한 이해를 부탁한다."

영화제 해결사로 나선 천민권씨의 노력, 부산영화제가 이번 만큼은 양치기 소년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부산국제영화제 , #천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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