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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 그는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과 미항(美港)인 고향 통영을 그리워했지만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세계 5대 작곡가로 불리울 정도의 거장을 낳은 조국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분을 ‘친북좌파, 빨갱이’로 몰아 그의 삶은 물론 작품 세계까지 폄하해버린 지난 과거를 우리는 부끄럽게 생각해야한다.

 

박정희 정권 당시였던 1967년, 영구 집권의 야욕을 꿈꾸던 박정희 정권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낸다. 통혁당 사건,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이 바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벌어졌던 조작 간첩단 사건들이다.

 

독일에서 작곡 활동을 하던 윤이상 선생도 여기에 휘말려 친북좌파 빨갱이가 되었고, 고문과 고초를 당하다가 결국 독일 정부와 유럽의 지식인들의 항의와 청원으로  죽음은 면하게 되었다. 당시 그렇게 억울하게 사형수가 되어 죽은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으며 최근 조작 간첩단 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고, 결국 국가가 그분들의 죽음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은 과오를 인정하고, 8명의 유족에게 24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30년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이처럼 중앙정보부(안기부)가 앞장서고 조중동 등 언론 매체가 마치 앵무새처럼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오히려 확대 증폭하여 친북좌파 빨갱이 매카시 광풍을 일으켜 집권의 흉악한 도구로 썼던 것이다.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마치 그것이 대한민국 국체의 위기인양 선동하여 국민들을 공포분위기로 몰아가며 전시동원체제로 만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위 대학교수 지식인이라는 자가 도표와 모형까지 만들어 63 빌딩의 절반을 물에 잠기게 해서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고, 모든 언론 매체가 총동원되어 ‘북괴의 수공 물폭탄 음모’ 공포감을 증폭시켜 결국 코 묻은 아이들의 푼돈까지도 모두 뜯어냈던 80년대 중반의 금강산댐 사건은 두고두고 희대의 코메디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런 불행하고 부끄러운 과거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불행한 역사는 다시 재현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지금 모든 언론의 편파적인 지원 덕분에 지지율 50%를 넘나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사고방식과 인식은 대한민국이 다시 친북좌파 매카시 광풍(狂風)의 나라로 회귀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다시 끄집어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월 29일,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이번 선거는 친북좌파 세력과 보수우파 세력이 대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명박 후보의 이 발언을 듣고 한나라의 유력 대통령 후보란 사람이 쪼르르 미 대사에게 달려가 고자질 하듯이 말했다는 사실도 부끄럽지만, 저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와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는 그 현실이 너무도 끔찍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집권을 반대하는 혹자들 중에도 패배주의에 빠져 이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대세가 아니냐”는 말을 하곤 하는 경우를 본다. 숫자놀음에 불과한 지지율이라는 현상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일궈온 대한민국의 역사인데 그런 몰상식, 몰역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중동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의 편파적인 지원으로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 국민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하여 우리 역사가 과거로 회귀되는 것을 막고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게 만들 것임을 굳게 믿는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윤이상 선생은 결국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독일에서 돌아가셨지만, 다행히 부인 이수자 여사(80세)께서 무려 40년 만에 귀국을 했다. 그녀는 9월 11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이상 선생은 민족의 아들로 부끄럼 없이 살고 조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분이며 전체 작품이 150곡에 달하는 그의 예술에는 고향의 정신과 철학이 반영돼 있다”며 “그가 남긴 문화유산을 갈고 닦아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도록 해달라. 그게 민족의 아들로 산 불행한 예술가에 대한 예우이고 진정한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

 

30년간의 반공 정권 동안 친북좌파, 빨갱이로 몰렸던 불행한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삶과 작품은 북한을 적대국이 아닌 함께 협력하며 동반해야할 우리의 형제로 생각하고 햇볕정책과 남북화해협력을 하는 동안 새롭게 재평가되었으며 이제는 남과 북, 그리고 세계가 모두 인정하는 작곡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오는 9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부산, 평양과 독일 베를린 등지에서 ‘2007 윤이상 페스티벌’이 개최된다고 한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나는 비록 대통령 선거 준비로 경황이 없긴 하지만 이 행사에 꼭 참가하여 거장의 삶과 작품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나는 반공 정권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상처받은 용’ 윤이상 선생이 또 다시 상처를 받는 불행한 일이 없길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친북좌파의 매카시를 집권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후보가 아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이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지향하는 대통령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게 부여받은 2007년 대통령 선거의 의미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고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의 40년만의 귀국에 대한 감격의 글로 쓴 것입니다. 제 홈페이지와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 게재했습니다. 


#윤이상#이수자#음악제#친북좌파#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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