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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중에도 우비를 입고 일을 하는 모습 박종찬씨가 비로 인해 터진 포도알을 파내는 모습
▲ 비가 내리는 중에도 우비를 입고 일을 하는 모습 박종찬씨가 비로 인해 터진 포도알을 파내는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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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요즘 날씨를 보고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가을 하늘은 점점 높아만 가는데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다. 연일 내리는 비로 인해 잔뜩 찌푸린 하늘이 농민들 마음처럼 어둡기만 하다.

언제쯤 저 비가 그치고 환한 농민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기다려야 농민들이 풍년을 내다보며, 즐거운 모습으로 힘차게 들녘을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이러다가 농촌이 죽고 말지…", "도대체 뭘 먹고 살라고 이러는지…" 하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농촌의 현실을 걱정하는 말이다. 여름 장마철에는 그나마 햇살 눈부시게 빛나는 날들도 간간 있었건만 요즘 비는 갠 날이 언제였던가. 손꼽을 정도로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비내리는 농촌 풍경 포도밭에서 일을 하던 농부가 쏟아지는 비를 막기위해 경운기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 비내리는 농촌 풍경 포도밭에서 일을 하던 농부가 쏟아지는 비를 막기위해 경운기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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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작업 모습 힘든 농사일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않는 자랑스런 젊은이의 모습
▲ 포도밭 작업 모습 힘든 농사일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않는 자랑스런 젊은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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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충남 연기군 서면 쌍류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농민, 박종찬(34)-정경순(31)씨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요즘 농촌에서 젊은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들은 농촌을 떠나지 않고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농촌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어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동네 반장일을 보며 농촌의 개혁에도 남다른 투지를 보이는 자랑스러운 젊은이다.

이곳 서면 용암리, 쌍류리, 청라리 일대는 포도와 배 농사를 많이 짓는 과수단지다. 이곳에서 박종찬씨 부부는 주로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데, 여름포도인 캠벨과 가을 포도로 알려진 머루포도(MBA)를 주 작목으로 재배하고 있다.

박종찬씨 부부로부터 비로 인한 피해와 그로 인한 농촌의 심각한 현실을 들을 수 있었다.

터진 포도송이 비로 인하여 많은 포도알이 터져서 상품가치를 잃고 있다.
▲ 터진 포도송이 비로 인하여 많은 포도알이 터져서 상품가치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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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포도송이 모습 포도알이 한송이에 여러개가 터져서 농민들이 비가 와도 쉴 사이가 없다.
▲ 터진 포도송이 모습 포도알이 한송이에 여러개가 터져서 농민들이 비가 와도 쉴 사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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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농사를 짓는데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 참 어려움이 많아요. 열과(포도송이가 터지는 현상)는 비가 많이 오면 생기는데 수분을 많이 먹은 포도가 비대를 멈추지 못하고 수분을 계속 먹어 터지는 일이 많아서 저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어요.

또 터진 포도는 초파리의 분해로 당분이 송이 전체로 퍼져 다른 안 터진 알에도 영향을 미치어 터지지 않은 다른 포도알까지 터트리고 있어 걱정입니다. 포도송이는 물론, 줄기째 상하게 하고 있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날씨가 좋아야 일도 줄고 포도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데 앞으로 큰 걱정이 돼요."

다른 농작물 상황은 어떤지 들어보았다.

"비로 인해 다른 농산물도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데 고추는 홍 고추가 달린 채로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고, 역병과 그 외에 비로 인한 물의 해가 심해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또 벼 이삭이 많이 패었는데 날씨가 궂으니 저러다 영글지 못하고 쭉정이만 거두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비가 빨리 그치기만을 바랄 뿐 달리 방법이 없네요."

포도밭 작업 모습 터진 포도알을 따 내기 위해 우비를 입고 빗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 포도밭 작업 모습 터진 포도알을 따 내기 위해 우비를 입고 빗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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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씨 부부는 이곳의 막내 격으로 농촌에서 보기 드문 젊은 부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 인한 농촌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비가 오면, 그 비를 핑계로 집에서 쉴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비가 온다고 해서 편하게 집에서 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날씨가 좋을 때보다도 일손을 더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터진 포도송이를 바로바로 파내지 않으면 주변으로 번져 멀쩡한 포도까지 못쓰게 하기 때문이다.

우비를 입고 빗물 가득 고인 논밭에서 자식 돌보듯 일을 하는 농민들의 모습에 지친 기색이 역역하다. 우비를 입었다고 해도 포도나무, 배나무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몸을 적셔 더욱 무겁게 만들어 힘이 더 들고, 비를 맞으며 무리해서 일을 하다 보니 몸살을 앓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포도 손질을 하는 모습 출하를 위해 포도송이를 손질하는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
▲ 포도 손질을 하는 모습 출하를 위해 포도송이를 손질하는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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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캠벨은 좀 일찍 출하를 하기 때문에 피해가 덜 한편이나, 일명 머루포도라 불리는 MBA는 9월 말에 출하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 심각하다. 머루포도는 이곳의 유명한 특산물이다. 단맛이 강하고 저장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사랑받는 농산물이 계속되는 비로 인하여 터지는 일이 많아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대로 며칠 더 비가 내린다면, 그나마 알뜰살뜰 보살펴서 상품가치가 있는 농산물이 앞으로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출하가 가능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매일 매일 비가 와도 이곳 농민들은 터진 포도 알을 파내느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는 포도 알을 파낼 때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도밭 풍경 탐스럽게 열린 포도밭에 장대비 처럼 굵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 포도밭 풍경 탐스럽게 열린 포도밭에 장대비 처럼 굵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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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 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만 이 비를 거둬가소서….

이제 그만 비가 그친 맑은 하늘을 만나고 싶다. 잠자리떼 파란 하늘을 수놓고, 코스모스 하늘하늘 춤추는 가을 들판을 만나고 싶다. 잘 익은 곡식 거두며 박꽃처럼 환한 웃음 넘치는 농민들의 얼굴에서 기쁨과 행복을 한 아름 따 담을 수 있도록 비가 그치면 좋겠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처럼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농민들에게 행복으로 듬뿍 담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촌#비#피해#농민#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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