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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페와호수
포카라 페와호수 ⓒ 조태용
새로운 곳에 가면 그 땅과 자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포카라에 도착해서 페와호수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저녁식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복통이 시작한다. 곧이어 예정된 스케줄처럼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여행의 어려움 중 하나가 아픈 것이 아닐까? 인도에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맥이 빠져 있었는데 네팔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엔 배탈이 났다. 결국 포카라에서의 분위기 있는 첫날을 기대했건만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아내는 포카라 시내를 구경한다면서 밖으로 나간다는데 그 소리가 귀에 아른거릴 뿐 명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나 밖에 나. 갔. 다. 올. 깨...

아련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든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몸은 어제보다 좋아진 것 같은데 여전히 많이 무겁고 처져 있다. 아내는 아직 잠에 빠져있다.

몸은 좋지 않은데 이열치열이라고 운동복을 챙겨 호수 주변에서 조깅을 했다. 여행을 하다 보니 6년 동안 매일 했던 조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픈 것일까?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마다 그런 생각도 했었다. 오랜만에 운동화에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거리로 나서 보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 밤새 몸살을 해댔으니 몸에 힘이 남아있을 리 없다.

그래도 페와호수를 달려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어제 도착한 반대방향을 뛰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이 시내 중심이니 반대로 가야 조용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수 주변의 상가들은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거리에는 트래킹을 하러 가는 여행자들이 투어버스와 대절 택시를 타기 위해 서성인다.

"나도 내일이면, 저렇게 서성거리면 산으로 떠나겠지."

그들은 보고 있으니 설렌다. 호수 주변엔 환전을 할 수 있는 은행과 등산장비 대여점, 식당과 숙소. 여행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트래커들에게는 천국이라 할 수 있다.

페와호수는 히말라야 산맥의 중서부 지역 마차푸레와 안나푸르나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고인 호수다. 들어오는 물은 있어도 나가는 물이 없다는 신비의 호수라고 하는데 나가는 물은 모두 지하수로 흘러간다고 한다. 들어온 곳은 반드시 나가는 곳이 있게 마련인데 페와호수는 나가는 모습을 숨겨버렸다. 페와호수엔 날씨가 좋은 날은 안나푸르나의 설산이 호수에 비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절경은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포카라라는 이름은 호수라는 네팔어 포카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진은 페와호수
포카라라는 이름은 호수라는 네팔어 포카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진은 페와호수 ⓒ 조태용
포카라라는 이름 역시 호수라는 뜻의 네팔어 포카리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음료수 이름이 생각나는 뭘까? 아마 이온음료수 이름을 정할 때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잔잔한 호수에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을 보였다. 평화롭다. 호수 주변에는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몸만 아프지 않다면 호수 끝까지 달려보고 싶지만 몸이 아파 10km 정도를 달리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는 몸도 아픈 사람이 운동을 하느냐며 핀잔을 준다. 샤워를 하는데 몸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정상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달릴 때만 해도 다 낳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아직은 아니었다. 다시 침대 신세를 진다. 다시 몽롱하게 잠에 빠져든다.

안나푸르나를 오를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픈 몸이 모두 낳은 것 같다

눈을 떠보니 오후 3시가 되어있다. 두 끼를 거르고 잠만 잤다. 아내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숙소 앞에서 숙소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내와 함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기로 한 K군이 함께 들어온다. 안나푸르나 트래킹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것이다.

산진에 붉은줄이 안나 푸르나 라운딩 코스이며 파란색이 ABC코스다.
산진에 붉은줄이 안나 푸르나 라운딩 코스이며 파란색이 ABC코스다. ⓒ 조태용
K군은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와 네팔 동남아시아 중국을 여행 중이라고 하는데 우리와는 바라나시에서 만나 함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K군 역시 네팔은 처음이라고 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주로 가장 짧은 코스인 푼힐코스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코스. 그리고 가장 긴 안나푸르나 라운딩코스가 있다. 우리는 라운딩코스 그러니까 안나푸르나는 중심에 두고 빙 둘러오는 코스를 가기로 했다.

네팔에 오기까지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단지 안나푸르나를 가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만난 여행자가 라운딩이 좋다고 했다. 더구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이왕 할 것이라면 가장 길고 가장 높이 오르는 코스를 선택하고 싶었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욕심은 많다. 그래도 산행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포터는 이미 잠자는 사이에 구해져 있었고, 내일 출발하기 위해 입산 허가증을 받으러 가야 한단다. 안나푸르나 입산 허가증 받기 위해서는 2000루피와 사진 한 장이 필요했다. 레이크 사이드 중심에서 시내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허가증을 발급해주는 정보센터를 찾을 수 있다. 소요 시간은 10분 정도다. 퍼밋을 받고 나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내일이면 설산을 걷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이면 설산을 걷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 조태용
한국에서 준비해온 것이라고는 침낭과 배낭 빼고는 없어 필요한 장비는 임대하기로 했다. 트래킹에 필요한 장비는 보온을 할 수 있는 다운자켓과 고어테스바지, 트래킹화, 우비, 가장 중요한 두꺼운 침낭 등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준비했다. 숙박과 식사는 롯지(산장)에서 해결할 것이므로 별다른 준비는 필요 없었다. 비용을 줄이고 싶다면 슈퍼마켓에서 간식용 비스킷이나 초콜릿 등은 구입해 가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어서고 있다.

내일 출발이구나. 안나푸르나를 오를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픈 몸이 모두 낳은 것 같다. 정보센터에서 가져온 산행지도를 보면서 하루하루 트래킹 시간을 계산해 봤다. 대략 12에서 15일 정도가 걸릴 것 같다.

내일 아침 8시에 택시를 타고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래킹 출발지인 베시사하르(Besishahar)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택시 비용은 4000루피 꽤 비싼 가격이지만 아내와 K군이 이미 예약한 상태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밤은 늦었지만 아내와 함께 밤거리를 걸었다. 호수는 고요했고 밤 공기를 서늘했다. 히말라야 하늘에 별들이 호수로 쏟아진다. 설산이 기다라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밤은 쉽게 잠이 들지 못할 것 같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내일 산행이 걱정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나푸르나#폐와호수#포카리#설산#인도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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