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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경제수첩> 겉그림
<청소년 경제수첩> 겉그림 ⓒ 양철북
가정경제가 어려운 청소년들은 자립하기 위해 일거리를 찾는다. 용돈이 궁한 청소년들도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다. 방학 때는 물론이고 학기 중 자투리 시간까지 이용해서 돈을 번다. 그들이 일하는 장소도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 여러 곳이 있다.

물론 그들이 많은 일을 하려고 해도 그 시간은 법으로 제한을 받는다. 하루 최대 7시간, 일주일에 42시간이 그것이다. 일하는 시간대도 수업 시간은 피해야 한다. 더욱이 최저임금만 해도 2007년 기준으로 시간급은 3480원이고, 일급은 2만7840원을 받게 돼 있다.

그와 같은 최저임금제를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될까? 힘들게 고생을 하면서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을까? 경제 부분과 관련하여 그런 의무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대희의 〈청소년경제수첩〉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을 위한 경제상식서이다. 이 책은 크리스티아네 오퍼만의 〈 Nachgefragt: Wirtschaft 〉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다시 쓴 것이다. 다른 경제서적들이 교과서처럼 딱딱한 데 반해 이 책은 현실감각을 키울 수 있는 생활경제지처럼 편하고 쉽다.

"경제가 우리의 일상에 어느 정도나 관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다. 결국 경제적인 여러 관계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24시간 내내,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서문)

사실이 그렇다. 청소년들은 학교나 학원, 그 밖에 어떤 곳을 가더라도 경제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콜라를 마셔도 그렇고,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다. 패스트푸드를 이용하는 것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실제적인 경제와 맞물려 있다.

그런데도 자칫 은행이나 주식시장만이 경제라고 단정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부운하 건설이나 항만을 놓는 것만이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라고 단정 짓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을 예금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벌어들이는 것에만 눈독을 들이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는 충격적일 정도로 편중되어 있다. 2005년도 행정자치부의 조사에 따르면, 인구 28.7퍼센트인 1397만 명이 땅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1퍼센트인 13만 9000명이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31퍼센트를, 상위 5퍼센트가 59퍼센트를, 상위 10퍼센트가 73퍼센트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즉, 엄청나게 많은 돈이 생산활동에 투자되지 못하고 언젠가 오를 땅값을 위해 묶여 있는 셈이다."(190쪽)

그 까닭에 어린 청소년 시절부터 가정경제를 비롯하여 국가경제까지 일깨워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먼 훗날의 손실에 대해서 깨우칠 수 있도록 그 안목을 키워주는 것보다 더 큰 자산은 없을 것이다. 이른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쌀 생산의 경제적 효과보다 지속 가능한 생태적 효과가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예가 그것이다.

청소년들은 머잖아 닥쳐올 미래경제의 주체이다. 그만큼 그들에겐 그려지지 않는 해맑은 꿈이 있다. 그 까닭에 국가경제든 가정경제든 결코 구경꾼이거나 방관자일 수 없다. 미래의 경제는 막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을 사는 청소년들이 어떤 경제관을 갖고 사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분별한 개발경제 주체보다 함께 발맞추어 살아갈 지속 가능한 경제주체를 꿈꾼다면 더욱더 아름다운 경제사회가 될 것이다.

그 까닭에 아르바이트 용돈에서부터 세계 경제까지, 모든 생활 경제가 들어 있는 이 책을 읽노라면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이 품어야 할 경제적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청소년 경제 수첩

크리스티아네 오퍼만.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2007)


#청소년경제수첩#한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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